2003년 창작동화를 돌아보며

 

1.

  해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그 해의 출판 통계 현황을 발표한다.1)   그런데 요 몇 년간 늘어나기만 하던 아동 분야의 출판이 현저히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다. IMF 때인 98, 99년에도 아동 분야의 출판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이는 경기 침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평균 종수 2.2%, 평균 부수 2.9% 감소라는 출판 전체를 생각할 때 아동분야의 평균 종수 14.4%, 평균 부수 20.9% 감소라는 수치는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모든 거품이 걷히지는 것처럼 혹시 그동안 아동 분야에도 거품이 있었던 건 아닌지, 자고 나면 새로운 출판사가 등장하고 새로운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곤 했던 게 그 거품 현상은 아니었는지, 이 거품이 걷히고 나면 아동 분야의 출판이 더욱 탄탄해질지, 참으로 많은 걸 고민하게 한다.

연도

종수

전년대비증가율

발행부수

전년대비증가율

2003년

5219

▼14.4%

15,774,856

▼20.9%

2002년

6103

   28.3%

19,957,670

   28.6%

2001년

4754

   17  %

15,510,785

   10.2%

2000년

4062

  19.5%

14,067,265

    3.0%

1999년

3399

▼41.7%

13,645,450

▼44.7%

2.

  그렇다면 우리 창작동화(아래 ‘우리 창작’)는 어떨까?
  아쉽게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만으로 우리 창작동화의 출판 현황을 파악할 수는 없다. 성인 분야와는 달리 아동 분야는 만화와 학습물을 제외한 모든 책들을 아동 분야 하나로 묶어서 분류하기 때문이다.
  편의상 인터넷 서점2)에서 소개하는 새책을 중심으로 우리 창작을 쭉 모아보았다. 서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약 420여 권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에 나온 우리 창작이 450여 종3)이었다고 하니 조금 줄어든 셈이다. 그 가운데 저학년 동화의 비중이 높은 건 여전하다.
  일단 아동 분야 전체의 감소치를 생각할 때 우리 창작은 어느 정도 나와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1) 새책 아닌 새책

  그런데 막상 2003년에 새로 나온 좋은 우리 창작을 뽑아보려니 머뭇거려진다. ‘새로 나온’이라는 말과 ‘창작’이라는 말에 걸리는 동화들이 너무 많다. ‘새로 나온’ 책이라면 마땅히 ‘새로 발표되는’ 책이어야 할 듯하고, ‘창작’이라면 특별한 의도로 기획해서 나온 동화는 빼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난 해 우리 창작 가운데는 편집을 다시한, 이른바 개정판으로 나와서 새책으로 분류된 책들과 오랫동안 절판되었거나 묻혀 있다가 살아난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을 빼고 나면 어쩐지 우리 창작이 쑥 줄어들 듯 싶다. 이른바 새책 아닌 새책들이다.
   이원수의 《나비 때문에》《별》(우리교육), 방정환의 《사월 그믐날》《사랑의 선물》(우리교육), 노양근의 《열세 동무》(창비), 마해송의 《떡배 단배》(너른들)는 그래도 반가운 책들이다. 하지만 재출간 자체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경우도 있다. 10년 전쯤 유행했다가 사라진 성인문학가의 작품들이 옷만 바꿔 입고 나온 경우다. 오정희의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한양출판→파랑새어린이)와 곽재구의 《아기 참새 찌꾸 1, 2》(국민서관→파랑새어린이), 김소진의《열한살의 푸른 바다》(국민서관→문학동네어린이), 강석경의《인도로 간 또또》(한양출판→열림원)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대부분 막연히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관념을 중심으로 풀어나가 현실감이 없다4)는 비판을 받고 사라졌던 작품들이다.
  또 예전에 발표했던 책들을 손봐서 다시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고정욱은 《절름발이 소년과 악동 삼총사》(웅진)을 《대현동 산1번지 아이들》(한겨레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이현주 《바보 온달》(새벗→우리교육)과 단편 <웃음총>을 저학년용 《웃음총》(효리원)으로 다시 내놓았다.

  (2) 넘쳐나는 기획동화5)

   2003년 출판된 기획동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전에 흔히 보이던 과학동화, 생태동화, 효동화, 생각동화란 이름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대신 분명한 기획동화로 보이지만 하나의 소재처럼 다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독도로 간 삽사리》(이상교/두산동아), 《종묘 너구리네》(이상교/대교출판), 《산과 개》(이지현/문공사) 등은 텔레비전을 통해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가져다 살을 붙여 나온 경우다.
  그리고 예전에 못 보던 새로운 기획동화들도 보인다. 만화를 동화로 다시 쓴 만화동화6), 축구 · 농구 · 야구 · 수영 · 태권도를 소재로 쓴 스포츠 동화7), 건강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건강동화8)까지 새로운 기획동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축하해요 1학년!》(이상교/효리원), 《2학년이 소리내어 읽는 동화》(이동렬/계림닷컴),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는 3학년 책가방 동화》(김용택 엮음/파랑새어린이) 류가 가세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이윤희의 ‘어린이를 위한 철학동화집 1-18’(파랑새어린이)다. 2002년 5월 《성급한 오리 너구리 우화》를 시작으로 2003년 11월 《해내고야 만 박쥐 우화》까지 18권이 나왔다. 쪽수는 100쪽 안팎지만 글씨는 한 쪽에 기껏해야 2-3줄 정도다. 우화라는 성격이 그렇듯 동물의 특성을 사람의 삶과 연결해 교훈을 얻게 한다.
  《해내고야 만 박쥐 우화》에서 작은 쥐는 더 이상 ‘쫓기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와 연습을 해서 마침내 박쥐가 된다. 그리고 박쥐의 우월성을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숫자 늘림으로 종족을 보존하는,
그래서 한 쌍이 일 년 새에
일만 오천 마리로 번식하고,
그러면서 남이 먹던 찌꺼기나 뒤져야 하는 쥐들에 비하면
살아 볼 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 거야.
그렇지 않겠어
적어도 박쥐는 스스로의 생명과 자존심 지켜 냈거든.
말처럼 쉽지 않은 그 일을 해내고야 말았거든. (96-98쪽)

   뒤에는 ‘숨은 의미 찾아가기’라 해서 책의 숨은 뜻을 알려주고, ‘궁금증을 풀어보자’에서는 해당 동물에 대해 설명한다. 다분히 초등 1-2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솝우화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씁쓸한 맛을 준다.9)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기획동화의 대표는 《어린이를 위한 TV동화 행복한 세상 1-10》(박인식 기획/샘터)과 《어린이를 위한 연탄길 1-3》(이철환/반딧불이)이다.
   2002년 이미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TV동화 행복한 세상 1-5》(샘터)과 《연탄길 1-3》(삼진기획)을 ‘어린이용’으로 다시 쓰고 편집한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원작부터가 그 한계가 분명한10) 책일 뿐이다.

   (3) 어린이용, 청소년용으로 옷 갈아입기

   2003년에는 유난히도 베스트셀러를 어린이용으로 다시 써서 내는 경향이 강했다. 《어린이를 위한 TV동화 행복한 세상 1-10》,《어린이를 위한 연탄길 1-3》이 가장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부터가 기획에 의해 쓰인 위 두 책과는 달리 소설로 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작품들도 ‘어린이용’, 혹은 ‘청소년용’으로 새롭게 출판되는 경향이 강했다.
  최인호의 《해신 1-3》(열림원)은  출간과 거의 동시에 《동화로 읽는 해신 1-3》(최인호 원작/파랑새어린이)이 함께 나왔다. 어린이용은 아니지만 박경리의 《토지 1-12》(이룸)는 《청소년 토지 1-12》(박경리 원작/토지문학연구회 엮음/이룸)로 새로 나왔다. 올 초에는 황석영의 《장길산 1-10》(창비)도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 1-10》(책이있는마을)으로 새로 나왔다.
  이 자리가 청소년 책을 다루는 자리는 아니지만 이른바 성인물을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읽기 쉽게 다시 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이는 세계명작 다이제스트판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작가 스스로로 고쳐 썼다면 한 작가의 다른 판본이라 이해를 하겠으나 그나마 개작한 이가 작가 본인이 아니라면,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

   (4) 작가가 유명하면 작품도 좋다?

  이미 나왔다 사라졌던 성인문학가가 쓴 동화들이 다시 복권되고, 이름 있는 작품들이 어린이용, 청소년용으로 옷을 갈아입는 현상은 다분히 작가 혹은 작품의 명성에만 모든 걸 거는 출판사의 안이한 태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시인 김춘수가 《통영 소년》(자유지성사)을 내고, 《삼오식당》(시공사)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이명랑이 《아무한테도 말하지마》(명예의전당)를, 박경리가 1950년대 말 월간 《새벗》에 연재했던 작품이라는 《은하수》(이룸)을 낸 것을 보면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사거리가 될만하니 말이다.
  2003년 김용택, 고정욱이 눈부신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까닭이다.
  김용택은 직접 쓴 작품보다는 ‘엮음’이라는 형식으로 많은 책을 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묶어서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신 책가방 동화》(파랑새어린이)란 이름으로 학년별 동화 모음집을 내기도 하고, 《나는 개밥 반장 아니다》(푸른숲)처럼 아이들의 일기를 모아서 내기도 했다.
  고정욱은 지난 해 가장 많은 작품 활동을 한 작가이다.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면서 느낌표용으로 재출간된 《가방 들어주는 아이》(사계절) 외에도 《딱 한 가지 아름다운 소원》(아이앤북),《그래도 나는 꿈이 있어요》(그린북),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대교출판), 《대현동 산1번지 아이들》(한겨레아이들), 《시트콤 경현이네 상, 하》(다른우리), 《왕따가 무슨 뜻일까》(진선출판사), 《웅지는 내 친구》(채우리). 《탐험대장 섀클턴》(두산동아), 《밤 따러 가자》(세상모든책)를 냈고, 그밖에도 인물 이야기 《온달장군》(세이북스)과 그림책 《화장 할래요》《개구리 생일날 무슨 일이 생겼을까?》(세상모든책) 등을 내기도 했다. 또 고정욱의 스테디셀러인 《안내견 탄실이》는 만화로도 인기를 누렸다. 2004년 1월만 해도 벌써 《자전거 태워주는 형》(채우리)과 동화는 아니지만 《글 잘 쓰는 너 생각 깊은 나》《너는 찬성이니? 나는 반대야》(민중출판사)까지 세 권이 나왔다.
  작가가 활기에 넘쳐 그동안 쌓아두었던 내공을 일시에 분출하여 좋은 작품을 우르르 쏟아낸다면 많은 작품 활동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내공을 쌓을 겨를도 없이 작품을 쏟아낼 때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고정욱의 요즘 작품들을 보면 좀 걱정이 된다. 고정욱이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 이야기를 봐도 저 이야기를 봐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구성과 비슷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뻔한 결말이 내다보인다.

   (5) 다양한 이야기, 공허한 느낌

   누군가 요즘 우리 창작의 소재가 넓어진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통계를 따로 뽑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소재가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린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조대현 외/문공사), 육아 휴직을 하고 아기를 키우는 아빠의 이야기 《고추 떨어지면 어떡해》(양지숙/여명미디어), 김홍도가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박지숙/푸른책들) 등 관심을 끄는 소재도 있다. TV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도 동화의 소재로 많이 채택됐다. 별걸 다 동화의 소재로 삼는구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소재가 다양해졌는지는 몰라도 감동이 있는 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혹시  우리 창작이 소재주의에 빠진 건 아닐까 염려도 된다. 지나치게 세태에 민감한 반면 깊이 고민하지 않고 관념으로 모든 걸 풀어내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삶을 그린, 이른바 생활동화들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그대로 늘어놓는다든지, 아님 뻔한 해결 방법이 진부하기만 하다. 어쩌다 아이들의 일상 고민을 치밀하게 잘 찾아냈다 싶을 때도 결론은 그다지 신통치 못할 때가 많다. 툭툭 건드려는 놨는데 갑자기 모든 일이 짠-  정리되거나, 별 일 아니라는 듯 싱겁게 끝나버리곤 한다.
  우리 창작 대부분이 감동은 커녕 너무 가볍다. 아니, 너무 가벼운 나머지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하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3.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나온 우리 창작 가운데 권할만한 작품을 자신있게 꼽기란 더욱 어렵다. 일단 지난 겨울 연수에서 토론했던 세 권의 책이 떠오른다.
  《잃어버린 겨울방학》(이소완/소년한길)은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들면서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십대 초반 아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주인공의 시선, 손동작 하나만으로 충분히 표현하면서 주인공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영모가 사라졌다》(공지희/비룡소)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때문에 높아만 가는 ‘벽’을 시간 판타지를 통해 해결해가는 참신함이 돋보였다. 2003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현재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이에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강요하며 완벽 - 이럴 때 완벽이란 공부만 잘하면 되는 완벽이다 - 해지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화해가 다소 작위적이긴 하나 아이의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잘 다가온 책이다.
  《딱친구 강만기》(문선이/푸른숲)는 북한에서 탈출판 아이가 대한민국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탈북 아이의 이야기를 감상적인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똑같이 탈북아이를 소재로 했지만 북한의 실정을 고발하는 듯한 김바다의 《비닐똥》(여명미디어/2002년)이나 《꽃제비》(대교출판)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북한 탈출 뒤 중국에 머무는 동안의 생활이 비교적 생생하게 다가오는 반면 대한민국에 정착해 가는 과정은 산만하면서도 느닷없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 밖에 《새끼 개》(박기범/낮은산), 《그림 도둑 준모》(오승희/낮은산), 《늑대왕 핫산》(백승남/낮은산), 《과수원을 점령하라》(황선미/사계절), 《막다른 골목집 친구》(황선미/두산동아), 《야시골 미륵이》(김정희/사계절)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특히 많은 화제가 됐던 《새끼 개》는 이미 우리 사람들 삶에 너무 깊숙이 자리 잡은 애완견의 처지를 새끼 개의 눈으로 절박하고도 간결한 어조로 호소하고 있다. 느리지만 진지하게 아이들을 파고드는 오승희의 《그림 도둑 준모》는 상 타기를 바라는 엄마를 만족시키고 싶어 하는 소심한 준모가 우연히 그림 도둑이 되고 결국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는 극한 상황에 몰리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2002년 《반지엄마》(한겨레아이들)로 주목받은 신인 백승남의 실제 첫 작품인 《늑대왕 핫산》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남매가 그림에서 나온 늑대왕 핫산의 도움을 통해 극복해가는 과정을 건강하게 그리고 있다.
황선미는 《과수원을 점령하라》,《막다른 골목집 친구》,《일기 감추는 날》(웅진닷컴) 세 편을 발표했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서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4.

  이렇듯 2003년 한 해 동안 나온 우리 창작의 흐름을 정리하다 보니 한 가지 명확해지는 사실이 있다. 2003년의 경향이 단순히 2003년만의 경향이 아니라 요 몇 년간 꾸준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예전에 나온 책들이 재출간되거나 기획동화가 늘어나는 것, 유명 작가들의 명성에 기대어 일정한 판매와 질을 보장받으려는 현상, 저학년 동화의 범람, 가벼운 소재주의……,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마찬가지다.
  그동안 어린이 책 출판은 계속 성장해왔지만 아직까지 그 내용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도 희망을 얻는 건 지난 해 높은 점수를 받은 작가들이 황선미 정도를 빼고는 이제 2-3권, 혹은 이제 막 동화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박기범이나 오승희는 신인이란 말을 붙이기엔 어색하다. 등단한 지는 오래지만 쉽게 작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쉽게 쓰지 않는 만큼 신인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작가들에게 모든 걸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비평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비평의 잣대가 엄격하고 설득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이런 비평은 다시 작품에 반영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주목받는 신인들의 활약과 이에 자극받은 기성작가들의 활약, 그리고 날카로운 비평, 여기에 만들어 팔고 보겠다는 출판사의 얄팍함이 사라지면 우리 창작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거품이 완전히 빠진 2004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1) 대한출판문화협회(http://www.kpa21.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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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터넷 서점 교보문고와 리브로를 기준으로 한 통계이다. 하지만 분류 방법이 서로 다르고 우리 창작을 한데 모아서 통계를 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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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2년 창작동화를 돌아보며, <동화읽는어른> 2003년 3월호, 이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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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성인 문학 작가들이 쓴 동화, <동화읽는어른>, 1994년 11월호, 토요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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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기서 기획동화란 특별한 목적의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동화의 형식으로 구성하거나, 이미 나와 있는 동화를 특별한 목적으로 엮어낸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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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곱 개의 숟가락》(김수정/행복한만화가게)《꼬꼬댁》(이두호/행복한만화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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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꿈은 이루어진다》(황연희/현문미디어)
    《날아라 덩크슛》(민병훈/현문미디어)
    《그라운드의 꿈 홈런!》(민병훈/현문미디어)
    《아름다운 라이벌》(공진아/현문미디어)
    《희진이의 요술 검정띠》(황연희/현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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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나우리의 비만 탈출기》(오미영/현문미디어)
    《어금니 박사 실종 사건》(황연희/현문미디어)
    《에취! 에취! 감기야 사라져라 얍!》(공진아/현문미디어)
    《안경을 너무너무 쓰고 싶은 윤성이》(최한슬/현문미디어)
    《세상에서 제일 작은 병원》(공진아/현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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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초등학교 교과서와 옛이야기, <동화읽는어른> 2001년 9월호, 옛이야기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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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V동화’는 동화가 아니다, <동화읽는어른> 2003년 3월호,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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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발간하는 <동화읽는어른> 2004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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