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지도 어떻게 할까?

 
1.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들 독서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읽힐 만한 책이 없다' '권장 도서들은 대부분 너무 어렵다' '아이들이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 등의 고민들을 털어 놓는다. (사실 이러한 고민을 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독서지도보다 교과 공부에 더 신경을 쓰시는 편이고, 독서지도에 신경을 쓰는 부모님들도 대부분 논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맞는 말이다. 읽힐 만한 책도 없고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게 어렵다. 만화만 보는 아이들,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에게 소위 딱딱한 고전이 통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부모의 말이 안 통하는 시기인 사춘기 아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독서지도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를 때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면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먼저 아이들을 돌아다 보자. 아이들을 관찰해 보자. 그래! 아이들은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물리적인 시간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여유가 없다. 시험에 쫓기고, 숙제에 찌들고, 학원에 가느라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대학'이라는 조금 더 나은 현실을 위해 6년이라는 세월을 담보로 하고 공부에 파묻혀 있다. 그러고서도 남는 시간은 좀 더 즐겁기 위해 컴퓨터 게임과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나 TV에 바치고 있다.
'슬램덩크'나 '짱'을 안 읽은 청소년이 몇이나 될까?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안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왕초'나 '토마토'를 안 본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 시간이면 소위 감동 깊은 책을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은 읽지 않는다. 왜? 지겨운 건 싫다.
지겨운 건 공부로 족하다. 책 읽기는 지겨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책 읽기를 왜 '지겨움' 그 자체로 생각하나? 그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여지껏 독서지도는 재미나 감동으로서의 책 읽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3.
이제 어른들을 관찰해 보자.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책을 고른다. 세월은 흐르고 아이들은 변했는데 엄마들은 혹은 아빠들은 예전에 자신이 보던 책, 소위 명작들,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책들을 골라 아이에게 건네준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근대소설은 보아야 한다' '외국 고전도 읽어야 해' '위인전도 많이 읽어 그 사람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는 고정 관념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논술이라는 또 하나의 과목이 등장하면서 감동은 뒤로한 채 분석(그것 조차도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분석이 아닌)과 '무엇을 배울 것인가' 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환타지 소설 등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그들이 좋아하는 만화에는 분명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웅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정의파 아이들이 등장하는 만화가 아이들을 유혹하는데, 왜 아이들이 그런 만화에 빠져있는지 우리 어른들은 관심이 없다. 무조건 금지 아니면 무관심 양극단 뿐이다.
아이들을 아는 것, 그들을 이해하는 것,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믿음을 줄 수 있는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으로 다시금 태어나는 것. 가장 원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4.
이제 마음을 열고 출발점에 섰다. 다시금 막막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어떤 책에선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한 것을 본적이 있다. 슬램덩크를 읽고(같이 본 후에)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 보라고. '왜 이책을 너는 혹은 다른 아이들은 좋아할까' '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채치수, 강백호, 서태웅 중에서 내가 되고 싶은 성격의 소유자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어렵겠지만 무작정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연예인이나 대중 문화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겐 그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을 권하는 방법도 좋다. 스타들의 화려함 뒤에 감추어져 있는 이면을 볼 수 있게 하거나, 대중 문화를 좀 더 깊게, 폭 넓게 볼 수 있고 비평의 안목을 높여주는 책들을 권하여 보면 어떨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 하는 아이들에게 환타지 소설이나 질 좋은 추리 소설을 읽게 하여 보자. 또 그들의 고민이나 생활이 담겨져 있는, 자기 혼자만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해왔고 다른 아이들도 그러하며 또 거기서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혹은 헤쳐 나갔는지의 지혜가 펼쳐져 있는 책을 권하여 보자.
이런저런 다각도의 방법들을 동원(?)하여 아이에게 책 읽기가 고욕이 아닌 즐거움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이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근대 소설은 너무 어려워서,
이건 너무 야해서,
이건 교육적 가치가 없어서,
이 만화는 너무 폭력적이라서,
고전은 딱딱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또 주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로 실천하는 태도(어른으로서의 잣대가 아닌, 초등학교 때의 잣대가 아닌, 그들의 마음에 맞춘)가 중요한 시점이다.
함께하는 모습, 관심이 청소년 독서지도의 출발이다.
(글·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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