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한 권 골라  읽는 재미

책은 아무래도 보고 싶은 책을 한 권 한 권 골라서 읽을 때 읽을 맛이 납니다.
한꺼번에 많은 책들이 있으면 물론 기분이 좋습니다. 한 가지 종류의 책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책에 자 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차 있으면 더욱 좋죠.

그런데 만일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사려면 필요치도 않은 책까지 포함해서 전집으로 사야한다면 어떨까 요? 필요없는 돈이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출판 시장이 전집류보다는 단행본 출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전집류 출판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친숙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기본적으로(?) 전집류 한 질을 들여놓는 건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어느 어느 집 아이 네도 들여났는데 이 집만 안 들여놓면 이 집 아이만 뒤떨어지게 된다는 영업사원을 말을 듣고 보면 안 들여놓는 게 영 불안해집니다.

그러나……그러나……
전집류 출판과 판매가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물론 전집류도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전집'이라는 명목으로 출판은 되지만 실제로는 낱권 판매를 하는 경우(이는 단행본과 마찬가지라 봅 니다)도 있고,
'∼전집'이라는 명목에 맞게 철저히 영업사원에 의한 전집류 판매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특이하게도
처음 출발은 단행본이었지만, 이 단행본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를 묶어 전집으로 판매하는 경우 입니다.

시공사 네버랜드 시리즈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시공사 네버랜드 시리즈는 그동안 우리 어린이 책 출판시장에서 큰 몫을 해냈습니다. 줄거리 위주의 출 판이 판을 치고 있던 어린이 책 시장에서 성실한 완역출판으로 외국동화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제공했 기 때문입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를 비롯한 많은 어린이 책 관련 단체.서점들은 시공사 책들에 신뢰 를 했고, 추천도서로 오른 책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공사는 대형서점을 제외한 일반 서점에서 시공사 책을 회수하고 전집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의 전집 판매는 아닙니다. 모든 책을 한꺼번에 사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운데서 선택 적으로 골라서 구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권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 니다. 시공사 책을 아끼며 한 권 한 권 골라서 읽어나가는 재미는 이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서울 시내에서는 대형 서점에 나가서 구입할 수 있지만 특히 지방의 독자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합 니다. 권장도서목록 때문에 갖고 있던 시공사에 대한 신뢰는 어느덧 일종의 배신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는 분도 계십니다.

특히 시공사 책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할 하던 사람들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좋은 책을 읽자며 여기 저기 실컷 알려놓고 보니 구입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요즘은 시공사 대신 '시공 주니어'라는 상표로 단행본 판매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공 주니어' 도 추천하기가 조금은 겁이 납니다. 또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고 나면 전집(묶음 판매)로 전환하지 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공사의 책들을 참 좋아합니다. 비록 우리 동화는 아니지만 외국 동화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읽고 싶은 시공사 책들이 너무나 많습니 다. 그러나 지금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가 없습니다. 낱권 판매가 아니라 묶음 판매만을 강요하는 전집류 판매는 사라져야 한다는 제 믿음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너무 극단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우리 출판 시장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글·오진원)

 

다른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