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곳!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나라는 정말이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초등학교 땐가 중학교 땐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선생님이 늘 하셨던 말씀이 있다. '우리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계절이 뚜렷한 축복 받은 나라'라고. 그땐 정말 우리 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열대지방엔 여름만 계속되고 북극엔 겨울만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열대지방이든 북극이든 계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보기엔 늘 여름이고 겨울이지만, 그건 우리의 기준일 뿐이고 그곳엔 나름대로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우리가 일년을 헤아리는 기준이었던 것 같다. 나무도 사계절의 차이 덕분에 제 나이를 나이테로 알리듯이, 사람은 사계절이 지나면 한 해가 또 지났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가는 만큼 성장해나간다.

  사계절출판사.
 '사계절'이란 출판사 이름도 그런 의미를 담은 건 아닐까?
  아마 그럴 것 같다. 1982년 문을 열고 "민족과 함께 살아 숨쉬는" 사회과학출판사로서 뿌리를 내린 뒤 아동물, 청소년물, 그리고 유년팀으로 가지를 쳐 나가며 커나가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또 어린이 책의 모토가 "성장의 의미를 생각합니다"라고 하니, 다른 의미를 더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유아에서 성인에 이르는 출판물을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이 다양한 출판물들은 하나의 일관된 맥을 가지고 있다. 언뜻 떠오르는 사계절출판사의 책들을 생각해 보자.
 《역사 신문 1-6》, 《생활사박물관 1-4》, 《임꺽정 1-10》,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1-10》,《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창작동화 1-5》, 《석주명》, 《장준하》, 《김순남》 등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죽 살펴만 봐도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기획에서부터 완간까지 만 4년이 꼬박 걸린 《역사 신문》도 그렇지만, 요즘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생활사박물관》도 그렇다. 역사에서 지금까지 너무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생활사'에 초점을 맞춘 것도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2000년에 첫 번째 책이 나왔는데 15권이 모두 완간 되려면 빨라야 2003년은 되야 한단다. 책 한 권 한 권의 기획에서 출판까지, 깊이 고민하며 만드는 흔적이 엿보인다.
  1991년에 나온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도 출판의 맥은 같다. 사계절출판사는 민족과 사회에 대해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의 하나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나온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창작동화》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당시는 노태우 정권의 말기,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통일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던 때다. 그런 상황에서 제목에서부터 통일운동의 냄새를 풍기는 수상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 때문에 압력도 꽤나 받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사계절 인물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준하, 김순남, 조영래, 전태일……. 사계절이 지향하는 곳을 잘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출판사
'  사계절'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책들이 있다. 지난 해(2000년) 출판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서 그림책 장기 베스트셀러인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그리고 그 유명한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
  왠지 대박을 많이 터트리는 출판사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속모르는 소리다. 《마당을 나온 암탉》만이 시장 반응이 빨리 온 편이고, 대개는 출간된지 2-3년이 지난 뒤에야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은 '똥'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지만, 처음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1993년)가 나올 때만 해도 '똥'은 지금처럼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반갑다 논리야》(1992년)도 마찬가지다. 당시는 지금 같이 논술이란 게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논리'라는 말은 사람들이게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우리도 논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낯선 논리가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이 책을 내놨다.
  지난 해 나왔던 《아가야, 안녕?》이란 책을 아시는지? 여러 곳에서 좋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 반응은 잠잠한 책이다. 하지만 '사계절'에서는 이런 일로 조급해하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상 정말 좋은 책은 2-3년만 지나면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은 김장성 유아/유년 팀장이 가장 좋아하는, 가슴에 안고 싶어하는 책이 아닌가!
  그렇지만 이처럼 당장 팔리지 않을 수도 있는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사로서는 출판사의 생존이 걸린 모험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그런 책들을 계속 낸다는 것은?
그 대답은 아동/청소년팀의 팀장이자 사계절의 터주대감인 최옥미 씨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출판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심을 두는 건 시대정신을 올바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예요. 그러다 보니 때론 2-3년 쯤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잠잠하던 책들이 나중엔 꾸준히 나가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당장 반응이 없어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요."
 
  
아동물 출판사로서의 사계절
  내년(2002년)이면 사계절 출판사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동물이 나왔던 건 아니다. 본격적으로 아동물 출판을 시작한 건 1996년 중반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창작동화》, 《김순남》, 《장준하》 등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들 책은 본격적인 아동물 출판을 겨냥한 책들이 아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더불어 출판사로서 민족과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으면서 그 대상 연령이 어린이까지 확대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6년부터 본격적인 어린이 책으로 '사계절 아동문고'가 첫 선을 보인다. 첫 작품으로 나온 게 《날아라 된장잠자리야》. 이렇게 나온 책이 벌써 40권을 넘어섰다. 1997년에는  '저학년 문고' 로 《동화책을 먹은 바둑이》가 처음 나왔고 현재 《나답게와 나고은》까지 20권이 나왔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특히 '저학년 문고'는 독특한 판형과 천연색 그림이 들어간 편집으로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고, 이후 다른 출판사의 저학년 문고의 판형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 요즘엔 유아를 위한 그림책 작업도 열심이다. 사계절 저학년문고에서 옛날이야기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가슴 뭉클한 옛날 이야기》, 《어찌하여 그리된 이야기》를 냈던 김장성 씨가 99년 말 사계절출판사의 유아/유년 팀장으로 오면서부터다. 이미 《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 놀이》, 《아가야 안녕?》, 《똥벼락》같은 냈고 지금은 '우리 문화 그림책' 시리즈를 열심히 작업 중이라고 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를 찾아서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한단다. 5월엔 그 첫 작품인 《사물놀이》가 나올 예정이라 한다. 출판 일정상 조금 변경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김장성 팀장이 심혈을 기울인 그 책을 이제 곧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문화 그림책' 시리즈 말고 '보아요' 시리즈로 유아의 발달 단계별 행동 특성을 살린 그림책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사계절에서 새롭게 나온 책들이 언제나 신선함을 줬듯이 이 책들 역시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거라 믿는다.
  1318문고도 빼놓을 수 없다. 1318문고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렇다. 열심히 동화책에 파묻혀 살던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들어가자 추천도서로 주어진 건 이른바 우리 나라 근대소설전집이었다.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꼭 읽어야 된다니까 읽지만 가슴에 다가오는 건 없고, 그렇다고 중학생이 다시 동화책을 본다는 건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되곤 했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교육제도는 여전히 청소년기를 책과 멀어지게 하고 있다. 필요한 책이라면 논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고전 정도랄까?
  1318문고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접어드는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가 중심이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 작품이 적 점이 아쉽지만 그건 출판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우리 현실의 문제다. 오히려 이렇게 적극적으로 청소년 책 공간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우리의 청소년 책을 풍부하게 만들거라 여겨진다.
  또 하나, 사계절에서는 중학년 시리즈도 기획 중이라고 한다. 그렇담 이제 사계절은 유아, 저학년, 중학년(3-4학년), 고학년을 위한 책, 13-18문고, 그리고 인문책을 포함해서 정말이지 유아에서 성인을 두루 아우르는 종합출판사가 되는 셈이다.

  사계절출판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
  사계절이 특별한 점 가운데 하나는 출판사라고 해서 책을 내는데서 끝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별한 행사가 많다.
  '똥 그리기 대회'는 해마다 하는 행사를 자리를 잡았고,
  올 초에 처음 실시한 '제1회 전국 어린이·어른 독서감상문대회'는 1900여통의 어린이 글과  400여통의 어른 글이 답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이야기가 있는 그림 전시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해 최고의 화제를 보았던 《마당을 나온 암탉》에 실렸던 삽화를 전국 어린이전문서점과 중·대형 서점, 그리고 아동관련 단체 행사와 연계해 릴레이 방식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올 2월 광명에 있는 어린이전문서점인 '동원'에서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일산 '동화나라', 김해 '동화나라', '파랑새어린이도서관', 부산의 '책과아이들', 그리고 '삼척도서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올 해 내내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얼마 전에는 김향이 선생님의 작품 《내 이름은 나답게》의 후속작품으로 나온 《나답게와 나고은》을 읽고 '답게와 고은이에게 편지 보내기' 행사도 가졌다.
행사는 또 있다.
  '사계절 인문강좌', 1996년부터 해마다 해오고 있는 '홍명희 문학제' 같이 다른 출판사에서는 하지 않는 일들(!)도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사계절은 출판사 일과 함께 기획사 일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할만 하다.
  이처럼 많은 행사를 치뤄낸다는 건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행사의 종류에 따라서 단순히 책을 알리는 정도의 수준도 있지만 대부분의 행사는 그 수준이 책을 알리는 차원이 아니다. 이에 대해 최옥미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벤트를 통해 책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우리 문화를 알려 나가는 게 먼저라고.
  사계절의 기본 이념 - 민족과 함께 살아 숨쉬는 사계절 - 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가 되는 말이다.

  후기
  첫 직장이 사계절이었고, 다른 곳은 가보지 못했다는 최옥미 아동/청소년팀장. 그만큼 어린이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사계절에 관련된 모든 날짜를 완전히 꿰고 있는(사원들의 입사 날짜까지도 - 정작 본인들은 모르고 있는데!) 놀라운 숫자 감각도 아마 그 애정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또 앞으로 좋은 그림책을 만들어 주실 김장성 유아/유년 팀장, 아동/청소년팀의 이주현 씨, 또 굴렁쇠신문 신문에서 사계절로 자리를 옮긴 최일주 씨까지 모두 어린이 책에 대한 애정과 사계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보인다.
  이쯤 되면 사계절에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까?.
  그러니 앞으로는.
  사계절에선 아마도 더 좋은 책들이 나오겠죠?!
(글·오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