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사

  
   
어린이 책 출판 시장에서 대표주자를 꼽으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여러 출판사들이 거론되겠지만, 그 가운데 창작과비평사를 빼놓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출판사로서의 명성도 명성이거니와 전집류 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어린이책 시장에서 1977년 단행본 출판을, 그것도 우리 나라 창작동화의 단행본 출판을 선도한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997년부터는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를 실시, 우리 나라 창작동화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별 무리가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책들(!)이 때론 창비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어린이 책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속상한 일이기도 하지만, 반면 그만큼 사람들이 창비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이기에 뿌듯함과 부담스러움이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창작을 먼저!
  창작과비평사(아래 '창비')에서 지금까지(1999년 10월 현재) 나온 창비아동문고는 모두 177권이다. 1977년 2월 20일 《사슴과 사냥개》(마해송), 《꼬마 옥이》(이원수), 《못나도 울엄마》(이주홍) 3권을 출판한 걸 시작으로, 5월 5일 《그림 없는 그림책》(안델센), 《바보 이반의 이야기》(똘스또이), 12월 10일 《똘배가 보고온 달나라》(권정생 외) 등 어린이 책 단행본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창비의 어린이 책 출판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다이제스트판으로 된 세계 명작류나 명랑소설 정도말고는 단행본이 없던 어린이 책 시장에  창작동화의 단행본 출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으며, 당시 어린이 책의 삽화와는 달리 이철수 씨 등 유명한 화가들에 의한 제대로 된 삽화를 시도했다는 점 등은 당시로선 새로운 충격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나라 창작동화를 우선으로 출판하고 있는 창비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청소년 책이나 그림책은 출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나라는 작가의 폭이 넓지 않아 그림책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을 믿고 맡길 있는 작가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렇다고 외국 작품들만을 들여와서 번역해서 첫 권을 내고 싶지는 안고요. 아마 적당한
  우리 나라 작품이 나오면 그 땐 출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학년문고도 외국 책을
  번역해서 낼 거면 더 일찍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라고 답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결정된 건 아니지만 현재 177권까지 나온 창비아동문고가 200권을 채우게 되면 이를 재정리하여, 편집도 새롭게 하고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책들은 가려뽑아서 청소년용으로, 저학년들이 볼 수 있는 건 저학년용으로 다시 출판할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
  이를 듣고 보니 정말 반가웠다. 창비 책들을 보며 때로는 '이 책의 내용은 저학년한테 딱 맞는 것 같은데, 편집이 이렇게 답답해서 아이들이 읽을까? 안 그래도 저학년을 위한 창작동화가 많지 않은데……'하는 우려가 이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나 하나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창비에서도 1,2,3학년을 위한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로 창비 책이라 생각할 수 없는 편집(!)으로 《학교에 간 개돌이》를 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반응도 아주 좋아 벌써 재판을 찍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세상 첫 이야기' 시리즈로 우리 나라와 세계의 신화를 다룬 책도 나오고 있다. 물론 편집도 내용도 저학년 어린이에게 꼭 맞게 말이다. 이제 창비 책도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로, '이 세상 첫 이야기' 시리즈 처럼 기획물로, 그리고 앞으로는 기존의 창비아동문고의 내용으로 저학년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게 될 것 같다.
  
  
과학책도 우리 걸로!
  얼마전 창비에서 《야! 가자, 남극으로》으로 라는 책이 나왔다. 그런데 창비 출판사를 이야기하며 이 책을 따로 이렇게 떼어내 이야기하는 건 우리에게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창비에서 처음 우리 창작 동화를 단행본으로 내기 시작한 것만큼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얼뜻 보았을 때 정말이지 창비에서 나온 책이라 생각을 못했다. 편집도 편집이거니와 창비에서 이런 식의 과학책 출판은 없었던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서 출판되는 과학책 가운데 환경 관련 책들을 빼고 나면 대부분이 외국 번역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남극 전문가가, 우리 나라와 관련된 이야기까지도, 남극에 관련된 많은 지식 정보를 글과 사진으로 전해주고 있다. 그래, 흥미가 나서 이 책 이야기를 꺼내 보니

  "앞으로는 책의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고 과학책도 낼 예정이예요. 그것도 우리 나라
   작가가 쓴 걸로 말이예요."
라고 답한다.

  그동안 과학책들을 보며, '이런 건 우리한테 잘 맞질 않는데……"하며 아쉬워하던 점들이 이젠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과학책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창비의 모습이 정말 반가웠다.

  19세기 동화 출판에 대한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
  최근 창비에서는《사랑의 학교 1, 2, 3》, 《삐노끼오의 모험 1, 2》, 《80일간의 세계일주 1, 2》, 《톰 소여의 모험 1, 2》 등 이른바 세계명작을 새롭게 완역 출판하는 작업을 했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 19세기 명작 동화를 창비에서 완역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책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출판이 된 탓인지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창비에서는

  "이 책들은 완역 출판으로 예전의 다이제스트판과는 달리 새로운 맛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문체나 다이제스트판으로는 알 수 없던 의미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삐노끼와의 모험》을 보세요. 삐노끼오의 모습이 바로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   잖아요.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경우가 인종차별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책은 5-6학년 정도 되야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아이들도 이 정도면 그 배경을 충분히 이해 하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비판적 자세는 필요하겠지만, 고전은 고전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다고 봐요."
라고 답한다.

  오른발왼발에서도 '어린이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세계명작'에 대해 다룬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창비에서 나온 완역판을 읽고 나서 각자 판단해야 할 몫이 큰 것 같다. 창비의 답변도, 또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다 어느 정도의 타당성은 갖고 있기에 말이다.

  앞으로
  창비에서는 올해 안에, 적어도 이번 겨울 안에 창비아동문고 3권, 저학년용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 1권, 그리고 과학 도서 1권을 더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쁜 일정이다. 그만큼 편집진들의 정열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보여진다. 어린이 책 출판팀(신수진 팀장, 김미정, 김태희)은 이번 겨울 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뛰어다니게 될 것 같다. 좋은 우리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오른발왼발에서는 지난 11월 3일 어린이책 출판사 가운데 첫 번째로 창작과비평사 어린이 책 출판팀을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신 창작과비평사 어린이 책 출판팀께 감사드린다. (글·오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