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나온 옛이야기 책을 살펴보며

 


1.
나는 많은 부분 옛이야기에 빚지고 있다.
1994년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가 신입 과정을 마치고 분과별 모임을 시작하면서 나는 옛이야기모임에 ‘들어가게 됐다’. ‘들어갔다’가 ‘들어가게 됐다’는 수동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건 옛이야기모임에 들어가게 된 것이 나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입장 차이는 있었겠지만, 함께 신입 모임을 했던 우리들은 헤어지기가 싫었다. 또 어떤 분과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선택한 건 모두 함께 옛이야기모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옛이야기모임이 처음부터 재미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기껏해야 어릴 적 동화책으로 봤던 ‘콩쥐 팥쥐’나 ‘호랑이 형님’ 같은 몇몇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게 다였다. 그러니 신이 나서 옛이야기 공부를 하고 있는 선배들을 볼 때면 낯설기만 했다. ‘모임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나도 옛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옛이야기를 모르고 지내왔던 것이 억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창작이나 그림책 등 다른 모임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옛이야기 모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창작동화에서, 그림책에서 옛이야기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옛이야기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져갔다. 옛이야기야말로 창작동화나 그림책의 모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도록 나와 아무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던 옛이야기는 나의 일부분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옛이야기는 나와 아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어 주었다. 2006년 1월, 어린도서연구회를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옛이야기를 공부할 수 있는 주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옛이야기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해 옛이야기 모임 ‘팥죽 할머니’를 만들어 몇몇 분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옛이야기에 빚지고 있는 걸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이야기야말로 알게 모르게 나를 성장하게 해 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출판되고 있는 옛이야기 책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꾸준히 비평을 하는 것이 내가 옛이야기에 지고 있는 빚을 갚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비룡소

《반쪽이》(이현주 글/송희진 그림)
《팥죽 할멈과 호랑이》(소중애 글/김정한 그림)
《심청전》(유은실 글/홍선주 그림)
《토끼와 자라》(성석재 글/윤미숙 그림)
《단물고개》(소중애 글/오정택 그림)

웅진주니어

《자린고비》(정하섭 글/문종훈 그림)
《오늘이》(정하섭 글/윤정주 그림)
《콩쥐 팥쥐》(김중철 글/정현지 그림)
《이상한 나뭇잎》(김중철 글/김용철 그림)
《한락궁이》(정하섭 글/주미혜 그림)

아름다운사람들

《멸치대왕 꿈 해몽 사건》(박윤서 글/김유정 그림)
《탄금대 세금 소동》(최미순 글/옥소정 그림)
《걱정없는 할아버지》(장인호 글/낙송재 그림)
《먹보나라 소천국》(이서연 글/윤미숙 그림)
《요술 부리는 황금알》(글공작소 글/이희탁 그림)

애플트리태일즈

《게으름뱅이 음매 음매》(정해왕 글/윤정주 그림)
《내 복에 살지요》(엄혜숙 글/배현주 그림)
《연이와 반반 버들잎》(이성실 글/김은정 그림)

사파리

《개가 된 범》(원유순 글/김태현 그림)
《예쁜이와 버들이》(원유순 글/허구 그림)

보리

《신기한 독》(홍영우 글, 그림)
《불씨 지킨 새색시》(홍영우 글, 그림)

사계절

《좁쌀 반 뒷박》(김장성 글/이윤희 그림)

한림출판사

《은혜 갚은 꿩 이야기》(이상희 글/김세현 그림)

보림

《선녀와 나무꾼》(김순이 글/이종미 그림)

한솔수북

《꽹과리 꽹 호랑이》(김향수 글/하효정 그림)

책읽는곰

《창세가-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고승현 글/김병하 그림)

재미마주

 《이야기는 이야기》(임석재 글/배종근 그림)

봄봄

《오늘이》(서정오 글/조수진 그림)

이 가운데 새로운 시리즈로 나온 건 아름다운사람들에서 나온 ‘다시 쓰는 우리 명작’ 시리즈로 나온 5권 정도이다. 그리고 책읽는곰에서 나온 《창세가-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는 ‘문화 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라는 점, 재미마주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야기》가 ‘다시 읽는 5060명작’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라는 점 정도만 다를 뿐이다.
보리출판사는 재일교포 작가인 홍용우의 그림책을 내고 있고, 사파리에서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은 화계 박영만의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여기서는 나온 옛이야기 그림책들을 출판사별로 혹은 같은 이야기별로 차근차근 살펴볼 예정이다. 옛이야기 그림책 외에도 살펴보고 싶은 책들이 더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