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현 진


1.

  동요 '고향의 봄'으로 친근한 작가 이원수는 어린이들에게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향의 봄'이 15세에 《어린이》지에 투고하여 당선된 작품이니 이때부터 1981년 돌아가실 때까지 약 55년동안 수많은 작품을 쓴 것이다.
  1983년에서 1984년에 걸쳐 웅진출판사에서 출판한 《이원수 아동문학전집》(이하 '전집'으로 표기)을 보면 그의 작품은 동시, 동화, 소년소설, 전래동화, 위인전, 아동극, 수필수상, 아동문학론에 이르기까지 아동문학 전반에 대한 장르를 다 아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이 전집에 실려있는 작품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동화는 모두 161편이다. 이 동화들은 도시와 농촌을 배경으로 하면서 소재도 참 다양하다. 그 가운데 사람들과 늘 같이 사는 바둑이, 고양이, 새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그리고 개구리, 장미, 민들레, 라일락, 찔레꽃, 쑥, 송아지, 수탉, 참새, 해바라기 따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꽃과 나무와 짐승들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 속에는 작가 이원수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 생각과 태도가 스며들어 있다. 작가 이원수 동화를 읽으며 그 속에 나타난 작가의 자연관에 주목하며 들여다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는 면에서 의미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작가를 보다 다양하고 세밀하게 탐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2.

  삶과 죽음은 하나로 이어져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원수 작품에는 여러 가지 자연물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별과 달과 해는 작품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자연물이다. 힘겨운 세상살이 속에서 달을 보며 위로 받고, 별을 보며 희망을 안고, 해를 보며 기운을 얻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작가 이원수도 그랬다. 아니, 작가 이원수에게는 더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6.25 전쟁통에 잃어버린 막내아들 용화를 밤하늘의 별이 되게 하고 달나라에서 토끼들과 어울려 놀게 한다. 그리고 달나라를 죽은 이들이 마음 모아 사는 고향으로 그린다. (전집 3권 중 <달나라의 어머니>)  <장미아가씨와 나비아기>, <꽃아기> (전집 3권)에서처럼 봄, 여름에 예쁘게 핀 꽃이 바람과 나비에 의해 씨를 퍼뜨리고, 가을 겨울엔 져버리지만 그 속엔 다음 생명이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가는 사계절 속에서 생명이 어떻게 순환하고 있는지, 그리고 생명은 어떻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생명체를 보는 작가의 시선은 <해바라기>(전집 3권) 에서 잘 나타난다. 가난한 살림살이를 하는 정이네 집 마당에 핀 해바라기는 아무도 와서 반겨주지 않아 늘 외롭게 지낸다. 정이도, 정이 동생도 해바라기는 키만 크고 꽃도 볼품 없다며 키 작은 채송화 꽃만 이뻐한다. 기가 죽어지내는 해바라기는 어느 날 높은 하늘에 떠 있는 해님을 간절히 부른다. "해바라기야 난 너를 사랑해"라는 해님의 말을 들은 해바라기는 너무나도 기뻐서 한여름 내내 씩씩하게 살아간다. 일년동안의 생활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자 꽃들은 이제 그 아름다움을 한 개 한 개 꽃씨 속에 간직해 놓고 죽어갔다. 해바라기도 가슴에 많은 씨를 맺어 어느 바람 찬 날 마지막 목숨을 거두면서 해님의 사랑 속에 자라고 지낸 잘 여문 씨 몇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추운 겨울이 온 어느 날 아버지도 안 계시고 어머니도 앓아 누워 계신 정이는  해바라기대를 보자 그것으로라도 군불을 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집 소녀들의 귀염은 못 받았지만 이제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서 기쁘게 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해바라기는 너무 기뻤다. 해바라기와 해를 의인화하면서 자연이 사람살이와 어떻게 깊은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태양 빛과 열 속에 자라나는 해바라기가 겨울을 맞아 꽃은 지지만 다음 생명을 위해 씨앗을 떨어뜨리고, 땅은 그 생명의 씨앗을 겨우내 품어준다. 그리고 그 해바라기대는 사람의 겨우살이에 유용한 땔감이 되어준다. 이렇게 사람과 식물이 서로 돕는 가운데 생명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귀뚜라미와 코스모스>(전집 5권)에서도  귀뚜라미와 코스모스와 소녀는 살아가는 것이 슬프고 이 가을이 지나면 죽는다는 것이 슬펐다. 그러나 서로의 울음과 모습을 보고 들으며 위로 받는다. 그리고 나아가 깨닫는다. 슬픔은 기쁨을 낳아주기 위한 것이고 이 계절이 지나면 자신은 죽지만 그 죽음은 허무한 것이 아니고 더 많은 다음 생명들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생명을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

  작가 이원수는 생명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한다. <산새>(전집 4권)는 그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는 윤이라는 농촌 아이가 나온다. 윤이는 두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를 곱게 손질하여 잘 만든 새총을 뿌듯해 하고 있다. 이제 멋지게 새를 잡아 솜씨를 뽐낼 일만 남았다. 대추나무 위에 가득히 앉은 참새를 놓친 윤이는 곧 파랑새 두 마리를 발견한다. 결국 한 마리는 윤이의 새총에 맞아 어딘가에 떨어지고, 한 마리만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 파랑새는 파랑 옷을 입은 아이로 변해 윤이 앞에 나타나 잃어버린 친구를 애타게 찾는다. 윤이와 파랑새가 나누는 얘기 속에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너 그렇게 찾아다니지 말고 우리 집에서 나와 같이 살자. 네가 있을 방이랑 모두 만들어줄게" ………
"예쁜 것을 좋아하시면 왜 우리를 잡아서 못 살게 하세요? 아름다운 것은 제대로 두고 보아 주셔야죠. 아! 난 내 동무가 그리워서 못 살겠어요." (전집 4권 <산새>중 25쪽)

  작가는 생존을 위한 필요를 넘어 재미와 장난으로 생명을 해치고, 가두어 즐기는 행동을 꼬집어내고 있다.
  <루루의 봄>(전집 8권)에도 지나친 살생을 염려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겨우내 잠을 자던 개구리 루루는 먹지도 못하고 어둠 속에서 여섯 달을 보내던 어느 날 얼어붙은 땅에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온 몸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며 땅 위로 올라 가려하자 봄이 되었다고 채전밭을 갈던 형제 아이들에게 죽을 뻔 한다. 밭을 갈던 아이들은 자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별 생각 없이 괭이로 쳐 내리려고 한 것이다. 이 다음에 우리 배추벌레를 잡아줄 개구리를 왜 죽이냐는 엄마의 말이 없었다면 괭이 날은 그대로 루루에게 향했을 것이다.

  생명을 가두고 함부로 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다.

  이원수 작품 속에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바둑이, 고양이가 가장 많고, 새 이야기도 참 많다. <앵문조>(전집 5권)에서처럼 새장 안에 놓고 키우는 새 이야기도 있다. 영혜네 집에서 2년 동안 모이도 주고 물도 주고 재미있게 키우던 앵문조 두 마리가 새장을 열어놓은 사이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아침마다 듣던 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서운함이 막 밀려올 때 엄마는 새장 속에서 길들여진 새는 밖에 나가면 살아갈 힘이 없어 죽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영혜는 일제에게 나라의 자유를 빼앗긴 시절을 떠올리며 앵문조 생각을 한다. 자유를 찾아 떠난 앵문조가 추위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기며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작품<앵문조>가 새장에서 날아간 앵문조에 우리 나라 현실을 비유적으로 얘기하고자 한 작품이라면 <동생과 참새>(전집 5권)에서는 잡아다 기르려했던 참새를 놓아주는 이야기다. 참새 어미나 제 형이 찾아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인간은 그저 예뻐서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동물을 가두는 것 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잡아 가두고 학대하기도 한다. <미미와 희수의 사랑>(전집 6권)에서는 늑막염에 걸린 큰오빠 치료를 위해 키우던 정든 개를 잔인하게 잡아먹는다. 그래도 거기에는 피치 못할 이유라도 있었지만 <사냥개와 굴뚝새>(전집 6권)에서 사냥은 단지 인간의 취미일 뿐이다. 이 작품에서 굴뚝새는 자기 알을 함부로 먹이감으로 하는 인간들을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덤벼들어 새끼들을 지켜낸다.
  <불새의 춤>(전집 6권)에서 인간의 잔인함은 극에 달한다.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춤을 추어야하는 두루미와 두루미 무용원 원장이 나온다. 두루미들은 원장의 돈벌이를 위해 춤을 추어야하고, 배가 너무 커서 몸을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는다. 불새는 결국 큰 결심을 하고 만다. 두둥둥둥 북소리가 높아지자 성냥개비에 붙은 불에 제 몸을 불살라 버리고 만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불새의 몸을 불살라버린 것이다.   <유리성 안에서>(전집 6권)는 유리병에 갇힌 꽃씨 이야기를 통해 있어야 할 곳에 있게 그대로 두지 않는 인간의 욕심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씨앗은 땅에 뿌리를 내려야 생명을 키워 가는 것인데, 인간은 세상만물을 자연의 이치대로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기계와 기술로 만들어낸 가짜자연은 결국 인간을 해친다.

 플라스틱 공장에서 만들어낸 장미의 이름은 '제 101호'였다. 빛깔도 손으로 만지는 느낌도 진짜 장미같은 고급 꽃이다. 사람들은 시들지 않아 영원한 이 고급 꽃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공장은 쉴새없이 바빴다. 그 착각을 깨뜨려준 것은 노랑나비였다. 생명이 없는 꽃, 나비와 벌이 찾아주지 않는 꽃은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는 영원한 것을 이렇게 말한다.

"……씨를 맺어야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다고 하던데요  ……" (전집 8권 <장미> 중  61쪽)

  시들지 않아 영원한 것과 씨를 맺어 끊임없는 생명으로 이어져 영원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영원한 것인지 되묻고 있다.  <아이와 별> (전집 8권)의 주인공은 검은 연기도, 더러운 가스도 없는 곳을 그리워하고 <바람과 소년>(전집 8권)에서 바람은 속을 메스껍게 하고 몸을 나른하게 한다. 이렇게 1970년대 작품들 속에는 사람을 병들게 하는 자연이 많이 묘사되고 있다. 1960년대, 1970년대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인간 중심의 개발이 인간을 다시 해치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살이 속에서 인간사회를 꿰뚫어본다.

  1971년에서 1973년에 쓴 <잔디숲 속의 이쁜이>는 개미의 생태를 이야기하면서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분업과 협업을 하면서 사회성을 가진 개미의 생태는 사람살이와 많이 닮았다. 불합리한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길을 떠난 이쁜이는 자기만 빠져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과 나라가 침략 당한 현실에 괴로워한다. 함께 길을 떠났다가 규칙을 위반하고 집단에서 이탈한 것이 두려워 다시 돌아간 똘똘이는 체제에 순응하며 보육개미로 지낸다. 똑같이 현실에 문제를 느끼지만 삶을 풀어나가는 자세와 방법은 역시 다르다. 한편 권위적이고 남 위에 군림하고자하는 미니같은 인물, 마약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양귀비집 할머니도 있다. 또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혼자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쁜이를 질타하고 옳은 마음씨를 지니라고 지혜의 눈을 길러주는 학자할아버지도 나온다. 작가 이원수는 이 작품을 통해 세상살이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나라, 자기가 속한 집단의 현실을 등지고 자신의 자유를 찾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있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일, 그 속에서 구속당하고 있는 동료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옳은 일을 하는 자는 결코 외롭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작품에는 여왕개미와 수개미, 일개미의 생활, 혼인비행따위 생태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그려 있다. 생명체와 생명체간의 관계를 생태적으로 보여주면서 사람살이에서도 고난도 함께, 희망도 함께 할 때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3.

  작가 이원수가 쓴 수많은 작품 속에는 작가가 소망하는 세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그가 꿈꾸는 세상이 가장 잘  그려있는 작품은 1948년에서 1949년에 쓴 <숲 속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으러 산고개를 넘어가는 노마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 노마는 산길을 걸으며 새와 다람쥐와 꽃들과 시냇물과 이야기를 나눈다.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 함부로 죽이지도 않는다.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며 욕심 없이 어울려 살아간다. 그리고 동무들과 사이좋게 함께 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 이원수가 그리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자연 속에서 그 한 부분인 인간이 자연과 함께 돕고 의지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이상 사회라고 말한다.
  작가 이원수는  동화 속에서  살아있는 것을 가두고, 함부로 하는 인간의 욕심을 드러내서 되묻는다. 그 인간의 욕심은 결국 환경을 해치고 그 해는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있어야 할 곳에 그대로 있게 하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말아야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동물과 식물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도우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절실하게 소망하고 있다. 생명의 근본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구 현 진
어린이도서연구회 출판문화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