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립과 처녀 원혼

1943년 9월 경성부 안국정 산내 선규


옛날에 申砬이라고 하는 장수가 있었다. 이 신립이가 젊었을 때 하루는 활을 들고 산중에 들어갔었는데 날이 저물어서 잘 곳을 찾고 있는데 한곳을 보니가 큰 기와집이 있어서 그리 찾아가서 주인을 찾았다. 그런데 그 집에는 사람이라고는 읎었는데 나중에는 한 처녀가 나왔다. 하로밤을 자고 가겠다고 하니까 재울 수 없다고 했다. 왜 재울 수 없느냐고 하니까 밤이면 무슨 괴물이 나타나서 우리집 식구를 잡어가서 그런다고 하면서 원래 우리집에는 많은 식구가 있었는데 괴물이 나타나서 우리 식구를 밤마다 잡어가고 하는데 오늘 밤에는 내가 잡혀갈 차례라고 말했다. 신립은 이 말을 듣고 내가 그 괴물을 잡아읎앨 터이니 재워 달라고 했다. 처녀는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한밤중쯤 되니까 金冠朝服을 한 놈이 지붕을 넘어서 이 집 대청에 올라와서 떠억 버티고 앉았다. 그러니까 어데에서 오는지 많은 부하들이 나타나서 그놈으 앞에 가서 굴복하고 있었다. 신립은 이것을 보고 금관조복한 놈을 향하야 활을 쏘았더니 이놈이 맞어 죽었는데 죽은 것을 보니까 그것은 큰 숫닭이었다.
이 집에서는 닭을 많이 키웠는데 그 중에 좋은 닭이 있어서 이 닭을 10년이나 키웠더니 이것이 하루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고 난 뒤에 금과조복을 한 괴물이 밤마다 나타나서 이 집 식구를 하나식 잡어가게 됐다고 한다. 아마도 닭을 너머 오래 키워서 이것이 괴물이 돼서 이 집 사람을 해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괴물이 처녀를 잡으러 왔다가 신립한테 죽게 된 것이다.
신립은 날이 새서 아침이 돼서 거기서 떠나려고 했다. 그랬더니 처녀는 자기를 아내로 삼아서 여기서 살자고 간청했다. 그런데 신립은 자기는 이미 처자가 있는 몸이라 그럴 수가 없다고 하며 처녀의 간청을 거절했다. 처녀는 정 그런다면 나는 이 집에다 불을 지르고 자결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같이 살자고 간절이 애원했다. 그런데도 신립은 처녀의 애절한 청도 뿌리치고 떠나버렸다.
이 처녀는 죽어서 원귀가 되여서 늘 신립이가 하는 일을 방해했는데 임진왜란 때 신립은 대장이 되여 왜군과 싸웠는데 이 처녀의 원귀가 신립 앞에 나타나서 너는 패해서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신립은 왜군과 싸웠는데 9전9패하여 죽고 말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