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와 화담과 老虎

1974년 10월 14일 충북 영동면 영동읍 오세욱(68세, 남)



개성에는 3명물이 있어요. 박연폭포 ㆍ황진이 ㆍ서화담 이렇게 3명물이 있어요. 황진이는 황진사 딸인디 이 여자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왔이면 제멋대로 먹고 입고 쓰고 맘대로 살다가 죽어야지 그리지 못하면 어디 살맛이 있겠냐고 하고 그러자면 기생 노릇 하는 수밖에 없다 하고 자청해서 기생이 됐어요. 황진이가 기생이 되기는 했지마는 아무 남자들을 상대하지 안해요. 돈이 많고 베실이 높다 해도 아무리 영웅호걸이라도 멋도 없고 멋을 모르고 또 지조가 없으면 상대를 하지 안해요. 돈도 없이 얻어먹는 사람이라도 멋이 있고 멋을 알고 지조가 있이면 이른 남자는 상대하고 따랐어요.
게 인자 서화담 선생이라는 분이 절개가 있다고 이런 말을 듣고 게 하루는 화담 선생을 찾어갔어요. 고개를 넘어서 산골짝으로 가는디 개울이 주욱 흘르는데 농부 하나가 있어서 “화담 선생이 여기 어디 기신다는디 어디쯤 기시요?” 항께 “내가 방금 봤는디 낚싯대를 들고 이 개울로 따라 내레갑디다. 한참 내레가면 정자가 있는디 아마 그 정자에 가 있일 겁니다.” 그래 농부 말을 듣고 개울 밑을 따라서 내레가니께 정자가 있는디 그 정자에 화담 선생이 젊은 제자 멫을 데리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게 그 앞에 가서 인사를 하니게 누군가 하거든요. “개성 사는 황명월올십니다” 항께, “아 자네가 황진사 딸인가?” “예에, 그렇십니다.” “그래 여그 왜 왔넝고?” “고명하시다고 선생님 말씀 많이 들어서 한번 뵈오로 왔십니다.” “그리여.” 이러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옆에 있든 제자 하나가 선생으 귀에다 대고 “저 여자가 사람입니까?” 하니께 선생은 “응 사람이다.” “여수가 둔갑해 옹 게 아닙니까?” “아 그렇지 않다. 황자사으 딸이다.”
황명월이가 하도 이뿌니게 사람으로 안 보고 여수가 둔갑한 것같이 보인단 말이죠. 그래 인제 이얘기를 하고 있는디 도중에 창호지다가 물 水자를 큼직하게 써놓고 있는디 그 종우를 쪽쪽 짖어각고 한오큼 가주고 나가서 개울물이다 홱 떤지니게 그 종우가 말끔 잉어가 돼서 너울너울 놀고 있어요. 종우가 벤해서 잉어가 돼서 논단 말이죠. 선생이 황명월이를 돌아다보고 “이런 걸 배우로 왔냐?”고 항께 “아이고 지가 그런 걸 배울 수가 있십니까?”
그래 인제 그 잉어를 낚으니께 주렁주렁 낚어나온단 말이요. 그러고 있는데 험살궃은 중놈 하나가 와요. 아조 늙은 노승인디 입이 짝 째지고 머 참 눈섭이 시커머니 나고 괴상스러 험상한 중이란 말이요. 오더니 나무애미나불 관세음보살 하고 화담 선생한테 인사를 하더니 거그 차악 꿇어앉는단 말이요. 게 화담 선생 말씸이 “아즉 나이 어리니 않느냐?” 이랑께. “예에 멩이(수며이) 그까쟁이올시다.” 이란단 말이요. 화담 선생이 “그 청춘이 아깝구나” 이러니까, 중은 “그는 하는 도리가 없십니다” 그러더니 가 뻐린단 말이요.
중이 가니께, 화담 선생은 제자보고 “자네들 그 중을 멀로 보는가” 하고 물으니게 제자들은 “아 그 중 아닙니까?” 하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선생은 “아 그 뒤으 꼬리를 보지” 이란단 말이요. 그러면서 “뒷산에 천 년 묵은 범이 있는디 이 범이 둔갑해가주고 저어기 고개 넘어 가면 한 30여 가구가 사는 동네가 있는디 그 동네에 니얄(내일) 시집갈 처녀가 있어. 그래서 천 년 묵은 호랭이가 그 처녀를 오늘밤 열두 시에 잡어먹으러 가는거다. 그래서 내가 나이 어리지 않느냐, 청춘이 아깝구나 한 말이 그 소리다” 이런단 말이여. 그러니까 황명월이가, “아이고 선생님, 니얄 시집갈 처녀가 호랭이한테 물려가면 그거 어틱하겠습니까?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선생님이 모르시다면 몰라도 선생님이 아시는 이상 그 처녀를 어텋게 해서든지 虎食 못 하게 하겠십니다.” 이러니게 화담 선생은 “황명월이가 가면 호식 못 하게 할 수는 있겠지마는 시간이 없는데”이라더니 무신 축문책을 내주면서 “그 집이 가서 그 집 대청에 단정히 앉어서 정신을 차려서 읽어야 하는디 쉬지 않고 읽어야 하고 한 자도 한 줄도 빼서 읽어서는 안 된다. 만일에 쉬든가 빼놓고 읽든가 하면 처녀 대신 호식하게 된다” 이랬단 말이요.
황명월이는 “예예, 잘 알았습니다. 선생님 말씸대로 쥐의해서 잘 하겠십니다” 이렇게 말하고 중이 간 데로 뒤따라갔어요. 가니게 고개 하나를 넘이니게 한 30여 가구 사는 동네가 있어서 그 동네에 들어갔더니 불을 환히 키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분주히 구는 집이 있어서 그 집이로 찾어가서 이 집이 내일 혼인잔치하는 집이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하니까 주인 좀 만나 보자고 하니게 그 집 사람들은 으심하면서 말을 잘 듣지 않고 워째서 주인을 만나자고 하느냐 했어요. 이 집 내일 시집갈 처녀가 오늘밤 열두 시에 호식하게 돼서 그것을 막어 줄려고 와서 그런다고 했다. 그러니게 이 집 사람들이랑 주인은 “이거 어디서 이런 것이 다 와서 남으 경사스런 데 와서 이 무슨 해괴망칙한 소리럴 하느냐” 하면서 화를 내고, “저것이 저렇게 이뿌게 생긴 걸 보니 아매도 여수가 둔갑해가지고 와서 우리집에 괴벤을 일으키게 하는가 보다” 하고 사람을 시켜서 몽둥이로 때려 패서 죽일라고 한단 말이죠.
그래서 황명월이는 “그러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서 우선 딸으 호식을 면해야 하지 않겠소. 나를 때려 죽이드래도 오늘밤만 넘기고 때려 죽이시요” 하면서 열심히 말하니까 주인은 “대관절 당신은 어떤 사람이요?” 하고 물었어요. “나는 개성 사는 황명월이요, 화담 선생이 보내서 왔십니다” 하고 말을 하니까, 황명월이도 화담 선생도 다 유명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주인도 그제서야 그러느냐 하고 미안하다고 빌었는데 한시가 급하니 나 하라는 대로만 해 달라고 하고 처녀를 큰 방 안에 가두어놓고 힘이 센 장정들을 같이 두어 처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지 못하게 꽉 붙들고 있이라고 하고 황명월이는 대청에다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단정히 앉어서 주문책을 들입다 읽고 있었어요.
밤 열두 시가 되니게 지아장이 떨걱떨걱 하더니 천금대호가 지붕을 뛰어넘어 마당으로 푹 내려와서 대청마루에다 두 발을 얹어놓고 큰 소리로 앙앙 소리를 지르면서 축문을 읽는 황명월이를 쏘아봤어요. 그때 처녀는 밖으로 나갈라고 하는 것을 장정들이 꽉 붙들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처녀는 자꾸 나갈라고 몸부림쳐요. 그러는 걸 나가지 못하게 붙들어 앉히고 했어요.
황명월이는 주문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읽고 있는데 大虎으 눈에서 불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 같은 눈으로 쏘아보고 있어서 황명월이는 등골에서는 땀이 막 줄줄 흘르고 머리끝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고 겁이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데도 화담 선생이 날 죽을 데가가 보내지 안 하셨겠지, 잘만 하면 무사하겠다 하고 맘을 단단히 먹고 그냥 주문을 읽었어요. 그런데 호랭이는 별안간 앙 소리를 지르고 네 굽을 놓더니 그 집 상지둥을 무너뜨리고 달라들려고 했어요. 명월이는 그래도 계속해서 주문을 읽었어요. 주문을 쉬지 않고 읽으니까, 호랭이는 그냥 주저앉었는데 또 한참 있다가 앙 소리 하면서 니 굽을 높고 그 집 상지둥을 무너뜨렸으요. 황명월은 호랭이가 그러던 말던 꼼작 않고 주문을 계속해서 읽으니까 호랭이는 가만히 있었는디 얼마찜 있다가 호랭이는 다시 큰소리 치며 네 굽을 놓고 상지둥을 또 무너뜨리고 달라들어요. 주문을 계속해서 읽으니까 호랭이는 더 달라들지 못했는데 닥이 꼬끼요 하고 우니게 날이 새고 하니께 호랭이는 그만 간데 온데 없이 어데론가 가 뻐리고 말었어요.
날이 새고 날이 밝으니까 그 집 사람들은 모다 황명월이한테 모여와서 참 고맙소, 이 은혜를 어텋게 갚아야 하느냐고 인사를 해요. 황명월이는 이런 인사는 나한테 할 것이 아니라 화담 선생한테 해야 한다고 하고 그 집에서 떠날라고 하니까, 그 집 사람들은 아이고 워째 벌서 가야 메칠 푹 쉬고 가라고 한사코 말리는 것을 갈 일이 바뿌다 하고,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화담 선생한테로 곧바로 달리갔어요.
달려가니까 화담 선생은 방긋이 웃이며 “수고 많이 했네. 그러네마는 주문을 세 군데 잘못 읽었네. 한 군데 잘못 읽을 때마다 호랭이는 앙 소리 하고 지둥을 허물고 달라들었지. 세 번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럴 때마다 만약에 정신을 잃고 잘못 읽거나 중단했더라면 큰일났어” 하면서 그 중은 인자 막 나한테 당겨갔네 하고 말하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