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지 않아도 되는 역사,
                역사란 무엇일까?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2》(전국역사교사모임/휴머니스트)

글 : 김선희

  
1.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 정, 순, 헌, 철, 고, 순”
하고 달달달 외우기만 했던 우리나라 역사 시간! 누가 외우라고 시키지 않아도 늘 외워야 했다. 외우지 않으면 잊어버린다고 외우고, 외우지 않으면 시험 망친다고 외우고. 그러다보니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는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시험에 나올만한 것을 학생들에게 밑줄 치라고 하는 자리로 물러나야했다. 왜 이런 수업이 되었어야 할까?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는데 왜 재미없고 따분한 수업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교사들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세상으로 도전장으로 던진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1,2》(이하 《살아있는》)다.

《살아있는》은 머리말에 있듯이 역사 시간을 따분하게 만드는 이유가 교과서라고 느낀 교사들이 역사가 재미있고, 살아있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만든 책이다.  이름을 ‘교과서’라고 한 것은 창의적이고 내일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교과서가 하나뿐이라는 게 어울리지 않고, 좀 더 알찬 교과서가 다양하게 선보여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직 교사 2천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인 ‘전국 역사교사 모임’과 출판사가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개념의 한국사 교과서’라고 만든 책이다. 국정교과서만 있는 역사 교과서를 현직 교사들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다.
여기에 역사교육연구회와 한국연사연구회와의 공동행사 등을 통해 90년대 역사학계의 성과를 반영 했고, 여성사에 많은 면을 할애하여 다양한 시각(사관)으로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왕조사별 시기구분이 아닌 민족의 형성 ․ 발전을 중심으로 역사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주제 중심의 서술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럼 외우지 않아도 되는 역사, 살아있는 역사란 어떤 것인지 이 책을 살펴보자.

2.

  《살아있는》은 어린이를 벗어나 청소년으로의 역할을 하게 되는 중학생에게 ‘역사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이렇게 찾아간다.

 “오늘은 슬픈 하루였다. 늦잠 자서 헐레벌떡 학교에 뛰어갔는데 허걱, 교문에는 학생부 선생님들이 줄지어 서있는 게 아닌가……”(1권14쪽)

라는 학생의 일기를 통해서 책을 읽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도 함께 역사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간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더니 무슨 현재를 사는 학생의 일기냐고? 그렇다 역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의미 있는 사건들만 기록하는 일기처럼 역사공부도 학생의 창의적 시각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 되길 바라는 교사의 바람으로 학생들을 이끈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까? 《살아있는》을 쓴 교사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의 글을 통해서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당일 낮 12시, 우리는 일본 대사관 정문 앞에 서서 준비를 하였다. …… 말씀은 이내 절규로 변하여 내 마음에 뼈아프게 파고 들었다.”(1권18쪽)

  학생들에게 과거의 사실들을 끄집어내서 시시콜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현재도 역사의 한 부분임을,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을 통해 역사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까지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나도 역사가’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꼭지에서는 이 책을 읽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가가 되어 역사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도 알려주고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의병 활동에 참여하였던 유인석이 남긴 시 가운데 일부를 옮긴 것이다. 의병 활동에 참여하였던 분들의 어록을 만들어 보자.

   우리는 오직 마음과 힘을 다할 뿐
   무기가 좋고 나쁨은 다음의 일이다.
   다만 정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근심하고
   적이 강하다고 물러나지 않는다.  
                             국가보훈처(이달의 독립 운동가)
                             http://www.bohun.go.kr/monghhero/lest.asp (2권 73쪽)

   이것은 기존 교과서의 묻고 답하는 식의 물음이 아니라 열려 있는 물음을 통해서 학생들은 다른 해석을 찾아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 볼 수 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역사는 언제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고,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청소년의 삶과 꿈’ ‘역사의 현장’ ‘여성과 역사’ 같은 꼭지들은 과거 뿐 아니라 미래의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알고자 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점을 찾고 보안하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보편적인 역사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한 것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모습을 끌어내어 남성을 위한 역사가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해 준다.
  ‘저요저요’라는 꼭지는 요즘 방송되고 있는 골든벨을 연상케 한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꼭 알고 넘어가면 좋을 질문을 해 놓았다.
  각 꼭지들을 통해서 역사의 주체는 역사 속에 사는 학생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치고자 했다.
  《살아있는》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학생들의 눈높이 에 맞춘 읽기 쉬운 글쓰기에다 그래픽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지도, 도표 등을 시각화 기법을 통해 우리 조상과 이웃들이 꾸려온 삶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죽은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를 재현했다. ‘해솔이 캐릭터’는 각종 흑백사진 속에 구한말 의병으로, 평양거리의 북한 어린이 복장으로 끼어드는 등 역사가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을 한층 더 체험할 수 있다.   

3.

 《살아있는》을 가지고 수업했던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재미있는 역사 수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존의 교과서와 함께 수업을 해도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기존 교과서의 진도에 맞춰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내용면에서 기존 교과서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살아있는》이 아이들에게 따분하기만한 역사 시간을 좀 더 재미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교과서라는 틀에 맞추다보니 역사의 새로운 해석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정교과서만을 접했던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새로운 역사 수업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을 시작으로 좀 더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위한 발걸음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   
  


김선희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어주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자꾸자꾸 읽다가 어린이 책에 대해서 고민하는 ‘어린이도서 연구회’를 알게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읽을 좋은 ‘역사 ․ 인물’ 책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고, 신나는 역사 속으로 여행하면! 서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