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역사가 통하다

                《밥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김아리 글/정수영 그림/아이세움)

글 : 최정아


 우리 민족은  밥을 중시하며 살아왔다. 보릿고개나 6, 25를 거치면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세월을 보내서인가. 국수나  빵을 먹으면 뭔가 허전한 것 같고, 밥을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 갖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 이라는 제목은 친근하고 정감 있게 와닿는다.  
   현대인들도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텔레비젼을 켜면  맛있는 집을 소개하거나 요리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신문의 주말 면에서는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 주기도 한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와 만화, 특정 음식의 역사를  다룬 책들도 눈에 띈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먹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소통의 수단, 사회를 들여다보는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무엇과 소통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우리 나라 음식 문화의 기원
  2. 음식이 있는 옛이야기
  3. 밥과 장, 김치 이야기
  4. 가지가지 반찬 이야기
  5. 세시 풍속과 음식 이야기
  6. 맛과 멋이 어우러진 별식 이야기
  7. 현대 우리의 음식 문화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음식에 얽힌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를 친근하게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백성들과  밀접한 생활사를 통해 역사에 접근하는 것도 최근의 일이지만, 음식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로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도 처음이다. 그만큼 이 책의  발상은  신선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를 들어보자.
  숙주나물은 녹두에 물을 주어 키운 것이다. 이 나물은 조금만 더워도 쉽게 쉰다. 여기에는 원래 임금인 단종을  버리고  새로운 임금인 세조를  모신 신숙주를 욕하며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음식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변천사가 보인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성행하면서 차문화가 발달했지만, 조선시대에는 유학을 내세우면서 차문화가 없어졌다. 또, 같은 고려시대더라도  불교가 융성했을 때는 고기를 먹지 못했지만, 몽골이 우리나라의 정치에 100여 년 동안  간섭을 했을 때는 만두와 설렁탕을 먹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백성들의 모습도 보인다.  제철이 아니면  먹기 힘든 것을 오래 먹기 위해 각종 발효 음식을 만들었지만, 외래  문화의 영향으로 음식이 변했다. 지금의 모습과 같은 김치는 18세기 이후에  고춧가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나서 부터다.  외래 문화의 영향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음식을 외국에 전하기도 했다.  몽골에 상추를 전한 것이 그 예다.  
  우리 조상들은 절기에 따라 먹는 음식이 있었다. 절기에 그  음식을 먹은 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그 음식을 먹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풍류를 느끼기도 했다.  절기에 따라 먹는 음식을 보면 백성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며 조상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사진을 많이 실어  독자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고려시대에 중국 사람이 칭찬했다는 율고. 호박꽃탕, 아카시아꽃 튀김.  조선후기에 먹었다는 밤국수, 백화꽃 국수, 진달래 국수. 지금은 볼 수 없는 음식 이름이다.  힘이 들겠지만 고증을 거쳐 이 음식들을  사진으로  재현해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이 잘 모르는  ‘마’ 의 사진도 실었으면 더욱 좋았겠다.
  그림은 단순화 시켜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삼국시대의 밥상을 그린 것은 무엇을 그리고자 했나 알기 힘들다. ‘단오(음력 5월 5일)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고 하는 내용에 있는 그림을 보자. 신윤복의 ‘심계유목도’를 본뜬 듯한 그림에는 수박, 참외가 계곡물에 둥둥  떠있다. 수박이나 참외는  백성들이  단오에 구하기 힘든 과일이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  사이에는  떡볶이, 진달래 화전, 오징어 볶음 , 미숫가루 다식 따위의 요리 방법을 실어놓았다. 그림을 보며 순서대로 직접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또  빈 여백에는 보충자료를 넣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백성들이  먹었던 음식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예나 지금이나 계층에 따라 먹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백성들은 가까이에서 구하기 쉬운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양반들은 구하기 힘든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지금은 백성들이 먹던 음식이 건강식으로 환영 받는다. 양반이 먹던  쌀밥보다는 백성들이 먹던 꽁보리밥이나 잡곡밥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은  백성들의 음식에 후한 점수를 준  작가의 시각은 높이 살 만하다.   

   음식은 끊임없이 변한다. 옛날에도  많이 먹고  지금도 먹는 전통 음식, 사라진 음식, 새로 들어온 음식, 우리나라에 와서 새롭게 변화한 음식들을 보면서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색다른 소재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간 이 책의 뒤를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로 역사를 다룬 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같은 작가가 쓴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문화>를  읽으면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 책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정아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 있습니다.
과거와 너무 달라진 역사, 인물책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 좋은 책을 혼자 보기 아까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월곡 인표도서관'에서 어머니들과 함께 책이 주는 기쁨에 대해 나누고, 작은 서점에서 어머니들과 어린이들과도 나눕니다.
책이 주는 기쁨을 이웃과 나누며 곱게 늙어가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