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 3호
<조선 제일 통쾌 실화 조선 제일 장쾌 인물>

임경업의 호용

김옥빈



이것은 임경업 장군의 어렸을 때 이야기인데 여러분도 이미 다 아시다시피 이분은 충청북도 충주라는 한 조그만 촌락에서 나신 어른으로 어렸을 때부터 힘이 장사요 또한 활발하고 용맹스러워서 누구에게든지 한번도 굽혀본 적이 없고 또 무슨 불평스러운 일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단 18살 때 시골서 처음으로 서울을 향하여 오느라고 한강 노들 나루터에서 배를 탔습니다. 그런데 그 배에는 아무도 없고 오직 부인네 세분과 어여쁜 처녀 하나와 임 장군 - 도합 다섯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배는 차츰차츰 흘러서 어느덧 저쪽 강변까지 거의 가 닿게 되었을 때인데 갑자기 지금 건너오던 맞은편 언덕에서
“이놈! 배 돌려 대어라.”
하고 호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공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흘낏 돌아다보더니
“에이!” “에이!”
소리를 연방 지르며 다 건너온 배를 도로 돌려 대었습니다. 그래서 임 장군은 즉시 사공에게
“여보소! 같이 선가 내고 타는 바에야 먼저 탄 사람을 마저 건네주고 배를 돌려대는 것이 옳지 않소.”
하고 말한즉 사공은 한숨을 휘 내어 쉬며 빈정대는 웃음을 웃으면서
“여보 당신 정신이 있소? 없소? 저 양반이 사람 잡아먹고 된똥 싸는 세도 댁 양반이라오. 만일 조금만 틀리면 당신네나 나 같은 목숨은 파리 목숨이 됩니다.”
하고 임장군의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뱃머리를 돌린 채 땀을 흘려가며 자꾸 노를 젓습니다.
그래서 임장군도 속으로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어디 구경이나 좀 하자.”
하고 생각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럭저럭 배가 다시 돌아서 건너오던 언덕에 가 닿을 때에
“이놈 죽일 놈! 빨리 배를 대라니까 겨우 인제야 와…….”
하며 다짜고짜로 사공 놈의 뺨을 치고 발길로 차고 한 후에야 개 몇 마리와 매 한 마리를 가진 그들 패 4,5인의 장정이 올라탔습니다.
배는 다시 오던 길을 향하여 미끄러져 갔습니다.
그때 마침 매란 놈이 푸드덕 날더니 그 옆에 앉아 있는 처녀의 머리위에다 똥을 쌌습니다.
처녀는 무심중에 매 똥을 머리에 받게 되니까 깜짝 놀라 얼른 손으로 머리를 만지다가 매란 놈을 건드려서 매의 털이 한 개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년! 괘씸한 년! 이 매가 누구의 매 인줄 알고 털을 뽑아.”
하고 한 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당장 그 처녀의 뺨을 올려붙입니다. 그러나 처녀는 얼굴만 빨개져서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합니다. 다른 부인들은 일시에 일어나서 그들에게 백배사죄하며
“제발 용서해 달라.”
고 애걸복걸을 합니다. 그러나 그놈들은 여전히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아까부터 이것을 한 쪽에서 바라보고 있던 임 장군도 이제는 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서는 그는 당장에 뱃전을 힘 있게 차며
“이 죽일 놈들!! 이 개 같은 놈들!! 조그만 새 짐승의 털 하나 때문에 사람을 때려!”
하고 당장에 그 한 놈이 들고 있는 매를 빼앗아 모가지를 뽑아 물 속에 텀벙 던져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그놈은 하도 어이가 없던지 멍하니 섰다가
“잘 한다 잘 뽑는다. 너! 이 녀석 내 모가지도 그렇게 뽑겠니?”
하고 빈정대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벌써 그놈의 모가지도 매 모가지와 같이 임장군의 손에 뽑혀 떨어졌습니다. 다른 놈들은 그제야 혼비백산하여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을 합니다.
임장군은 그 무서운 눈을 더 부릅뜨고 호령을 내렸습니다.
“너희들이 내 말만 들으면 살려두려니와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모가지를 뽑을 터이니 꼼짝 말라.”
하고 호령을 하였습니다. 그때에 어느 놈이던지 감히 눈이나 뜰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배를 등짝이 모래 턱에 대이니 날은 벌써 어두웠는데 장군은 제각기 그놈들을 꼼짝 못하게 모조리 결박을 하여 모래톱에 꿇려 놓고 그 뽑은 모가지는 보자기에 여러 겹 단단히 싸서 짊어지고 그 매 임자 집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매 임자는 당시에 정승으로 있고 또한 벼슬을 팔고 세도를 부려 돈을 모으는 못된 놈이고 그 모가지 뽑힌 놈은 그 정승의 처남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놈이 청지기들을 데리고 꿩 사냥을 갔다가 오던 길에 임 장군에게 그러한 봉변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임 장군은 그 정승의 집을 찾아가서
“나는 충주 목사의 하인인데 봉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대감께 여쭈어 달라.”
고 청지기한테 말하였습니다. 대감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봉물 가져왔다는 바람에 좋아라고 덮어놓고 사랑에다 장군을 들여앉히고 저녁밥을 잘 차려 주었습니다. 임 장군은 시장한 김에 간장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휩쓸어 먹고 안사랑으로 들어가니 정승은 바로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자
“대감 봉물 받으시오.”
하면서 그 처남의 대가리를 대감 면상에 뒤집어 씌웠습니다.
“여보 대감, 이 대가리 알겠소! 네 이 대가리 알겠느냐 말이요?”
하고 을러대었습니다. 그 정승은 별안간 청천벽력을 맞은 것 같이 앞이 캄캄해지며 간이 콩만 해져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네 알겠습니다. 아아 알고 말고…… 알! 알지요.”
할뿐이었습니다.
“대감 집 청지기 놈과 매 새끼가 사람을 무시하고 능욕을 할 적에야 대감 죄는 내가 미리 다 알겠소. 대감 모가지도 이리 내놓으시오.”
하고 호령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정승은
“제발 잘못하였으니 살려 달라.”
고 빌었습니다. 그래서 임장군은 노기를 풀고 천천히 오늘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나는 사람을 죽인 사람이니 나를 살릴 터이요? 죽일 터이요?”
하고 다그쳐 물었습니다. 그리고
“대감이 만일 나를 죽이려면 나는 대감의 대가리를 먼저 뽑고야 죽겠소.”
하고 을러대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승은 그제야 겨우 숨을 돌려 가지고
“당신 같은 호한을 어찌 죽일 리가 있겠습니까.”
하고 도리어 사죄하였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는 악수를 할 때 임 장군의 무쇠 같은 굳센 힘이 대감의 손을 어찌나 힘 있게 쥐었던지 손가락 사이에 피가 흘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