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 1호
<위인의 어릴 때 >

만고 충신 임경업장군의 어릴 때
- 만고정충(萬古精忠).병자명장(丙子名將) 임경업(林慶業)의 어릴 때 이야기


차상찬


병자호란 때에 임경업 장군이라면 여러분도 그 이름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336년 전 이조 선조 대왕 27년 11월 2일 병자일 자시 - 오후 11시 오전 1시 사이 - 에 강원도 원주군 부론면 손곡리에서 태어나셨습니다.(충주 달래에서 나셨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원주가 옳습니다) 그는 키가 비록 작으나 어려서부터 큰 뜻이 있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나며 말이 또한 천하제일이었습니다. 여러 동무들과 놀 때에도 다른 장난은 하지 않고 항상 병정놀이를 하여 자기는 대장이 되고 여러 아이를 호령, 지휘하였습니다. 그가 겨우 여섯 살 때입니다. 하루는 평소와 같이 여러 아이들을 모아 가지고 충주 큰 거리에서 또 병정놀이를 하는데 돌로 성을 쌓고 풀과 나무를 꺾어서 기를 만들어 가지고 노상에다 진을 치고 장난을 하는 중이였습니다. 그때에 마침 경상도로 가는 관리의 일행이 거기를 통과하게 되는데 그 진 친 것을 밟고 가니 장군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가로되 남의 진을 그렇게 함부로 통과하지 못한다 하고 두 팔을 딱 벌리어 길을 막으니 그 관리가 놀라서 감히 그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피하여 갔습니다. 또 아홉 살 때에는 사기(史記)에 항우전(項羽傳)을 읽다가 “글은 성만 기록하면 그만이니 능히 만 사람이라도 대적하는 법을 배우겠다.”고 하는 구절에 이르러서 크게 탄식하야 가로되 이것은 참으로 대장부의 말이라 하고 그 뒤부터는 특이 대장부(大丈夫)란 석자를 써서 몸에 차고 다니었습니다. 장군은 원래에 집이 가난한 까닭에 항상 옷을 헐벗고 밥을 굶었으나 그것은 조금도 상관치 않고 다만 병서만 읽더니 열일곱 살 때부터는 다시 말 타고 활쏘기를 시작하여 비록 바람이 사납게 불거나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활을 쏘니 불과 1년 이내에 활이 천하의 명수가 되어 누구나 감히 장군을 대적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화살을 살 돈이 없어서 부모가 새 옷을 해주시면 그것을 팔아서 화살을 사고 노닥노닥 기운 옷을 입고 다니며 활을 쏘니 세상 사람들이 장군의 큰 뜻을 알지 못하고 그저 미친 사람이라고 비웃었습니다. 한번은 윗사람이 장군의 가난한 것을 불쌍히 여겨 밭을 한자리 주고 장군더러 갈아먹으라 하니 장군은 밭을 갈다가 병이 낫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땅을 주인에게 다시 주니 이웃 사람이 더욱 불쌍히 여겨 자기가 대신으로 밭을 갈아주매 장군은 눈을 감고 밭고랑에 누워서 병서만 외이고 있다가 해가 질 때에야 집으로 돌아오니 이웃사람이 참으로 병이 든 줄 알고 밥도 갖다 주며 또 농사도 지어주었습니다. 그것은 물론 장군이 공부를 하기 위하여 일시 임시방편으로 그리한 것입니다. 그 뒤에 장군은 혼자 활을 쏘다가 우연히 탄식하여 가로되 내가 천지간에 태어날 때에 금수가 되지 않고 사람이 되고 사람 중에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났으니 어찌 구구하게 시골구석에 박혀있어서 헛되이 죽으리오 하고 그 아우 사업(嗣業)과 같이 서울에 올라와서 무과시험을 보니 형제가 다 일시에 급제를 하여 즉시 갑산(甲山)의 수비군관이 되니 그때에 장군의 나이는 25세였습니다. 장군의 평생 이야기는 퍽도 많지만은 자세한 것은 후일에 또 하기로 하고 여기에는 다만 그의 어렸을 때의 말만하고 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