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5호
<역사>

조선은 이렇다

푸른소


◇ 지금의 조선

【1】조선은 어디 있나 …… 우리 조선의 있는 자리는 어느 모로 뜯어보던지 더 고를 곳 없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조선이 1년 두고 찬바람만 불고 얼음만 굳게 잠겨 있다는 저-북쪽의 추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더웁고 뜨겁기만 하다는 저-남쪽의 열대지방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1년을 두고 골고르게 따뜻한 철에서 더운 철로 그리고 서늘한 철을 지나서 추운 철로, 추운 철은 도로 따뜻한 철로 이렇게 묘하게 움직이는 아름답고 사람살기 좋은 온대지방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온대지방에 있는 우리 조선은 지구 위에 있는 여섯 개의 대륙 가운데서 제일 크다고 하는 아시아주 동편에 맵시 있게 발끝으로 바닷물을 퉁기고 드러누워 있습니다. 머리를 북편의 아시아주 큰 땅에다 베개하고 남으로 길길이 바닷물을 뚫고서 삼천리 뻗어 있는 반도가 우리 조선입니다.
생긴 모양을 보고 보-든 사람이 말하기를 조선은 호랑이가 드러누웠다가 넓은 벌판으로 뛰어갈려는 모양이라고 하고 혹은 신선이 손을 들고 춤을 추는 모양 같다고도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 조선은 생긴 모양도 어여쁜 만큼 속속까지도 빠질 데 없이 귀한 나라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하겠습니다.
어여쁜 조선은 세계의 어여쁜 다리가 되어 있습니다. 동양에 있어서도 이쪽저쪽의 좋은 다리가 되고 세계를 놓고 보아도 훌륭한 다리가 되어 있습니다. 지나온 날에 동양에 또 없는 다리 노릇을 한 만큼 앞날에는 세계의 다리가 되어서 큰목을 지킬 것입니다.

◇ 얼마나 큰가

【2】조선을 지구 위에다 올려놓고 본다면 겨우 2천300분의 하나밖에 안 되는 넓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위에는 조선보다도 작은 나라가 서른 나라나 됩니다. 이리고 보면 조선이 작은 나라는 아니올시다.
우리 조선 반도는 세계에서 열째 손가락을 꼽는 큰 반도이라고 하는데 넓이는 사방 10리씩 1만4천312개나 되게 넓습니다. 가령 이 넓이 땅을 모두 논을 풀은 다면 조선 사람 한 사람 앞에 한 섬 댓마지기씩 차지하고도 남고 거기다가 벼를 심는다면 매년에 150여억 원어치를 거둬드릴 수가 있는 넓이올시다. 이것을 똑 한 숫자로 말한다면 일본 리수로는 1만4천312방리-미터로는 22만741평방킬로미터이랍니다.
22만평방킬로 되는 우리 조선 땅에는 1천18개의 큰 섬 작은 섬들이 둘러 있습니다. 이 섬을 빼어놓고 조선의 몸뚱이만을 한바퀴 휘도는 기럭지를 이야기하든 끝이니 마저 하겠습니다. 바다 가장자리로 해서 저-북쪽 조선의 국경까지 한 바퀴를 돌자면 매일 쉬지 않고 50리씩 걸어가기를 열다섯 달 동안이나 걸려야 돌 수가 있다는 길이랍니다. 그러면 조선의 둘레가 몇 리나 되는지 짐작을 하실 것입니다.

◇ 조선의 기후

【3】조선은 먼저 이야기한 것처럼 온대에 자리를 펴고 있고 더욱이 아시아주의 큰 땅에 맞붙어 있기 때문에 일년 동안 기후는 몹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즉 추웠다 더웠다 합니다. 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북쪽과 남쪽의 날씨가 몹시 다릅니다.
온도를 본다면 1년을 두고 평균 섭씨 10도 가량이 된다고 하나 북쪽 지방은 평균 3.4도 가량이고 남쪽은 13-4도 가량이라고 합니다. 여름 한창 더울 때의 경상도 지방은 39도(화씨로 102도)나 되게 더웁고 겨울 한창 추울 때에 함경도 지방은 영하 37도나 되게 춥답니다. 영하 37도라면 입에서 뱉는 침이 땅에 떨어질 때는 얼음이 될 만한 추위올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아둘 만한 것은 조선의 동쪽 해안 지방은 서쪽 해안 지방보다 늘 따뜻하여서 여름철 말고는 보통 2도 가량 온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쪽 바닷가는 겨울이 되면 서북풍이 몹시 불지만 동쪽 바닷가는 큰 산을 등지고 있는 까닭에 바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조선은 대체로 비가 적게 옵니다. 1년을 두고 비 오는 날은 110여일 밖에 안 되고 많이 오는 원산 지방이나 부산 지방 같은 해안 지방이라도 130-40일밖에 안 온다고 합니다. 날짜뿐 아니라 비가 내리는 푼 수도 그렇게 많지 못하답니다. 비는 여름에 제일 많이 오는 까닭에 6월부터 8월까지를 우기, 비 오는 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10월부터 3월까지는 건조기라고 해서 비가 적게 옵니다. 조선에서 제일 비가 적게 오는 곳은 함경도의 고원(높은 곳) 지방이올시다. 아까 남북이 길어서 기후의 차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함경북도는 매년 9월 보름께가 되면 벌써 서리가 내리고 10월 그믐께에는 첫눈이 펄펄 나릅니다. 그러나 저-남쪽 목포 같은 곳은 11월이나 되어야 첫서리가 나리고 12월이 넘어서야 첫눈이 나린 답니다.
이외에도 이야기할 것은 많습니다마는 지리하야 이만큼 하여 놓고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하늘 곱기로 유명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곳에서인들 하늘이 달라질 리야 있겠습니까마는 유달리 우리 조선 하늘은 맑아서 세계에서 좋은 달구경을 하려거든 조선 나라에 가서 보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 조선 하늘은 맑답니다. 우리들은 무심하게 예사로 쳐다보는 하늘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조선 하늘은 참 고웁다고 입에 침이 없이 부러워합니다.

◇ 조선의 살림(가)

【4】조선은 13도로 나누고 다시 12부 218군 2천503면(?) 2만8천260동리로 쪼개 놓은 것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길게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만은 13도 가운데서 제일 큰 도는 함경남도, 제일 작은 도는 충청북도, 사람 많이 사는 도는 경상북도, 사람 적은 도는 함경북도입니다.
조선 안에 사는 사람은 그렇게 12월에 조사한 수효가 1천913만7698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의 1천863만1천494명은 우리 조선 사람이고 그 외에 일본 사람이 약 45만명, 나머지는 외국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 헤어져 있는 우리 조선 사람까지 합치면 적어도 2천300만명이 된다고 합니다. 2천300만명, 이 사람을 한 사람씩 줄대어 세워 놓으면 조선을 한바퀴 꼭 싸고도 나머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사람 총 수효를 약 18억2천300만명이라고 하니까 조선 사람은 그 80분의 하나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조선 안의 집안 수효는 360만호인데 조선 사람의 집안 만은 350만호, 즉 한 집에 평균 다섯 식구가 넘게 살고 있습니다.
일년 동안에 조선 안의 조선 사람만 죽는 이가 38만명이고 새로 생기는 애기가 66만6천명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하루에 새로 생기는 애기 조선 사람이 1천800명, 세상을 떠나가는 이가 1천명이 넘지 않습니까? 그리고 해마다 해마다 조선 동무는 28만명씩이나 늘어 삽니다. 끝으로 우순 이야기 삼아 조선 안에서 날마다 장가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이야기 하겠습니다. 일년 동안에 시집가는 색시가 17만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것을 하루에 쪼개 본다면 날마다 500명이 장가가고 500명이 시집가는 셈입니다. 이런 것을 미루어 보면 조선의 살림도 무던히 크지 않습니까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