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3호

조선은 이렇다

푸른소


◇ 처음에 이르는 말

조선 사람이 조선을 모른다면 망발이지요. 부끄럽다 부끄럽다 하여도 이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또 없겠지요. 그런데 여기 조선 사람으로 조선을 모르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쫓아 내이나요? 때려주나요? 아니지요. 가르쳐 주고 일러 주어야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일러 주어야 합니다. 조선은 이렇다! 넌지시 보여 주어야 하겠습니다. 집안에서도 학교에서도 동무에게서도 듣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동무가 있다면 우리는 힘자라는 데까지 일깨워주고 아는 데까지 가르쳐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숨어있는 속속 이야기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거죽으로 훑는 것만 적어 놓는 필자의 마음은 미안스럽기 짝이 없으나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이 뜻만을 미리 발빼임 삼았습니다.

◇ 조선은 이렇다

새삼스럽게 조선을 안다면 어떻게 알아야 하는 것이냐? 고 의심이 나게 되겠습니다. 그것은 조선의 이야기 조선의 사정을 하나도 빼지 말고 모두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엄격하게 말하면 조선을 모두 아는 조선 사람은 어른 중에도 별로 없으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선을 알려면 먼저 조선은 이렇게 시작되고 이렇게 지내왔고 지금 와서는 이렇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되겠다. 이것이 알아두어야 할 큰 줄거리입니다. 즉, 지나간 조선 ? 지금의 조선 ? 오는 조선을 알아두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 처음의 조선

이야기는 지금부터 4천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도 백두산 꼭대기의 흰눈은 그대로 말없이 녹고 대동강 푸른 물은 그때도 지금 같이 소리 없이 흘렀습니다. 임자 없는 벌판에 풋과일이 가득하고 아름답고 향내 나는 어여쁜 꽃들이 제 맘대로 피었습니다. 도끼와 낫을 모르고 자랄 때로 자라나는 수풀 속은 어여쁜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고웁기가 새악시의 눈썹같이 고운 산속은 거치는 것 없이 자라는 짐승들의 잔치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 조선 땅에는 임자가 안 계셨습니다. 사람들은 열씩, 스물씩 여기저기 헤어져서 집도 없이 여름에는 나무 밑으로, 겨울에는 바위틈 굴속으로 몰키여 다니었다고 합니다. 옷이라니 풀을 엮어서 몸에 두르고 먹는 음식이래야 나무 열매 짐승들의 고기 혹은 물고기들이었습니다. 글로 써놓으니까 그렇지 그때 지내든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퍽 기막히게 생각될 것입니다. 더부룩한 머리를 귀 너머로 넘기고 빨가벗은 몸뚱이에 풀잎 엮은 것을 친친 감고 지내었겠다는 것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옛날이야기 중에도 더 옛날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낼 시절에 우리 조선에 큰일이 났습니다. 그것은 별안간 하늘이 찢겨지며 흰옷을 입으신 하늘 어른께서 3천명 무리들을 이끌고 그때의 태백산(지금 묘향산이라구 합니다) 꼭대기에 내려오신 것입니다. 그 어른은 한웅천왕이신데 그곳에다 신시라는 저자를 세우셨다고 합니다. 환웅천왕님께서 아드님 왕검을 나셨는데 이 분이 단군님이십니다. 단군님은 덕이 높으시고 마음이 거룩하신 데다가 모든 것을 모르시는 것이 없으셨습니다. 그때 사람들에게 옷감을 짜서 옷 지어 입는 법을 가르치시며 음식 만들어 먹는 솜씨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뿐인가요. 집을 짓고 사는 법을 가르치시고 머리를 틀어 올리고 갓을 쓰게 하시며 사람의 하여야 하고 지켜야 할 일을 말씀하셔서 조선 땅 안은 별안간 딴 세상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단군님의 말씀이라면 모조리 쫓게 되고 무슨 일이던지 모르는 것은 단군님께 여쭈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자 누가 말을 내인 줄도 모르게 단군님을 우리 땅의 임금님으로 뫼시자! 단군님은 우리들의 임자이시다! 이런 소리가 퍼지자 조선 땅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일제히 단군님을 임금님으로 우러러 뫼시었습니다. 이때가 지금으로부터 4,262년 전(서력기원전 2333년)입니다. 이 해에 조선이라는 이름도 처음으로 생기고 조선 나라도 비로소 생긴 것입니다.

◇ 지나온 조선(고조선과 삼한)

단군님께서 조선 나라를 세우신 뒤 1,200여 년 동안 걱정 근심 없이 단군님의 후손이 나라를 이어 오셨습니다.
그때에 우리 조선에 기자라는 분이 오셨습니다. 이분은 본시 중국 은나라 임금 ‘주(紂’)‘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주 임금이 마음이 방탕하여 고약한 일을 함으로 그것을 말리다가 그분은 옥에 갇혔습니다. 그리자 은나라는 주나라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주 임금은 무참한 죽음을 하야 나라가 없어지자 옥에 갇혔던 기자 어른은 놓여나와서 그는 멀리 동방에 있는 조선이 정답게 지낸다는 말을 듣고서 그를 따르는 5천명 무리와 같이 그립든 조선을 향하야 찾아오신 것입니다. 기자는 그때에 있어서 학식이 높고 마음이 어진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오시는 길로 밭을 만들어 곡식을 심고 거두는 법과 누에를 쳐서 실을 뽑아 옷감 짜는 법을 가르치시고 또 노래와 글을 퍼치시는 한편으로 그릇 만드는 것과 또 연장 만드는 것들을 보여 주시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착하사 모든 것에 본을 보이셨습니다. 단군님의 후손은 조선을 맡아 다스리는 것을 기자 어른에게 내어 주시면서 여러 가지 부탁을 남기시고 멀리 북쪽 흑룡강이 흐르는 언덕 북부여라는 곳으로 떠나가셨습니다.
기자님은 임금님이 되시자 여덟 조목의 법을 작정하셨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의 마음을 잘 인도하여서 나라 안에는 도적이 없고 음란한 일과 망칙한 일이 그림자도 없었다고 합니다. 기자님이 임금 되시든 때가 지금으로부터 3천51년 전(서력기원전 1122년 전)이올시다.
그 뒤 929년 동안에 우리 조선은 앞으로 앞으로 깨워가는 길로 나아왔습니다. 나라 벼슬하는 차례가 생기고 저울과 되를 만들어 내고 돈(자모전)을 처음으로 만들어 쓰고 학교(양현원)가 생기어서 공부를 하게 되고 즉언경이라는 종을 만들어서 백성의 억울한 일을 임금님이 바로 재판을 하여주고 어려운 백성을 구제하는 기관을 만들어 놓는 등 여러 가지 갈래로 새 일이 생기었습니다.
이 시절에는 싸움을 싸우거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마음은 도무지 없이 다만 우리나라를 잘 지키고 우리나라 사람이 한결같이 편안히 지내야 하겠다는 것 외에는 딴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때뿐만이 아니겠습니다. 조선 사람의 근본 성질이 그러하였든 만치 지내온 조선 이야기의 어느 모에든지 이 마음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때에 벌써 우리 조선 사람의 재주가 힘껏 나타났습니다. 500장 높이 구선대라는 높은 집을 짓고 청류각이라는 300간 큰집을 세웠다는 말이 남아있습니다. 나라에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우리 땅에 나는 구리, 쇠와 물고기, 소금 등을 가지고 배를 타고 넓으나 넓은 황해바다를 건너가서 저편 나라의 곡식과 서로 바꾸어다가 주리우는 것을 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것도 한 사람 두 사람이 간 것이 아니고 나라에서 뱃사공 천여 명을 뽑아 보내어 곡식 수만 섬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노래와 춤이 성하였고 농사, 장사, 공업 등이 모조리 발달되었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조선은 신선의 나라(신선국)라고 이름 널리 알리어져서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약(불로불사약)이 조선에 있다 하야 그것을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도 퍽 많았다고 합니다. 이만큼 나라가 깨웠을 때에 우리 조선은 임금님의 자리가 위만이라는 이의 손으로 바뀌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중국 한(漢)나라의 속지가 되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조선은 북으로 지금의 요동반도와 흑룡강이 흐르는 곳까지고 남으로는 한강 건너 경상도 채 못미처 조령이라는 데까지 지금 조선의 여러 곱절 큰 판장이었고 지금의 만주와 대동강 언저리는 조선의 한복판이었던 것입니다.
이때에 조선의 남쪽 즉 지금의 충청, 전라, 경상도 언저리를 판 잡고 삼한이 있었습니다. 삼한은 마한, 진한, 변한의 세 나라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 나라는 언제부터 있었는지를 모르지만 서로 나라를 세워 가지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나라 안에 나라가 있어서 마한 나라는 54국으로 되고 진한과 변한은 12국으로 되었는데 큰 나라는 만여 집이고 작은 나라는 천여 집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갓(절풍건)을 쓰고 저고리(수삼)와 바지(대구고)를 지어 입고 검은 신(오혁리)을 만들어 신고 지냈다고 합니다. 조선서 처음으로 동전을 만들고 금은주옥으로 몸을 치장하고 거울과 칼창들을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이 뒤에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조선은 삼국시대가 되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을 고대조선이라고도 하고 조선의 상고사라고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