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6호
<전기><역사>

을지문덕 장군

신명균


고구려라 하면 만주벌판에서 무서운 범 노릇을 하던 나라인줄은 여러분도 다 아실 줄 생각합니다. 근처에 조그만 나라들은 의례 조공을 드리고 고구려를 임금나라로 섬겼습니다. 그 때에 큰 나라라고 뽐내던 중국도 항상 고구려에게는 성가심을 당했습니다.
그때 중국에는 마침 수나라라는 새나라가 생겨 가지고 어깨바람을 내던 때였습니다. 수나라 둘째 임금 양광은 항상 고구려가 저희 나라를 성가시게 구니까 고구려를 아주 쳐서 없애버리려고 전고에 없는 큰 전쟁을 일으켜 가지고 고구려를 치게 되었습니다.
때는 즐거운 설을 지내고 얼마 아니 된 정월달이었습니다. 수나라는 가장 날카로운 군사 1백13만3천8백 명과 군량 군기 나르는 군사 수백만 명을 뽑아서 고구려를 치려고 동으로 동으로 머나먼 만주 땅에를 들어오니 깃발은 들에 덮여서 9백6십리를 뻗치고 징소리 북소리는 서로 연해서 들리더랍니다.
고구려에서도 이 도적을 어떻게 물리쳐 내겠습니까. 여러분은 매우 궁금해 하실 줄 압니다. 그때는 바로 고구려 영양왕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1천315년 전 일이올시다. 그때 대신에 을지문덕이란 어른이 있었습니다.
을지문덕 어른은 평양 석다산에서 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침착한데다가 지혜와 용맹을 겸하셨을 뿐 아니라 또 글은 잘하시더랍니다. 2백만 명이라고 허풍을 치던 수나라 군사들을 을지문덕이라는 고구려 대신 한 사람 앞에 꼬리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을지문덕 어른은 임금님과 의논을 하시고 적군의 형세를 살피기 위하여 그 영문에 가서 화친을 청하셨습니다. 그때 우문술과 우중문은 고구려 땅에를 오기는 왔으나 장군을 늘 무서워하다가 장군이 먼저 화친을 청하시니까 두 사람은 어찌나 다행이던지 썩 기뻐하였습니다.
본디 우문술은 군사들 한 사람 앞에 군량과 군기 3백 근씩 지워 가지고 왔습니다. 군사들은 머나먼 길에 짐이 무거워서 꼭 죽을 지경이올시다. 군사들은 하는 수 없이 나중에는 굶어 죽는 판이 있더라도 우선에 견딜 수가 없으니까 남이 알까 모를까 하며 지고 오던 군량을 얼마씩 덜어내서 땅을 파고 묻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얼마 안 있어서 군량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장군은 이런 형편을 모두 살피신 뒤에 도로 압록강을 건너서 돌아오셨습니다. 우문술과 우중문은 장군을 돌려 보낸 뒤에
『공연히 을지문덕을 돌려보냈구나』하고 다시 장군을 잡으려고 장군의 뒤를 쫓아왔습니다. 장군은 벌써 적군이 배가 고프고 머나먼 길을 고단한 줄을 아시는 터이라 일부러 더 지치게 하시느라고 싸우시다가는 달아나서 하루 일곱 번 싸움에 일곱 번을 달아나시니까 수나라 군사는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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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건너 갔을때에 우리 군사들은 힘을 다하여 적군을 치니 화살이 배 위로 비 오는 듯 쏟아집니다. 그러는 바람에 적군의 장수 하나가 화살에 맞아 죽으니까 적군은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달아나서 하루 낮 하루 밤만에 압록강 450리를 달아났습니다.
수나라 군사는 고구려 땅에 발을 들여놓은 지 불과 일곱 달만에 그 많던 군기를 죄다 빼앗기고 1백만5천명이라는 엄청난 군사도 겨우 2천7백명이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수나라도 이번 싸움에 여지없이 패했습니다. 우문술과 우중문은 싸움에 패하고 저희 나라로 돌아가니까 양광은 두 사람을 잡아가두었습니다.
수나라는 저희 나라의 힘이란 힘을 다 내가지고 이번 싸움을 일으켰다가 여지없이 패한 뒤에는 수나라가 당나라에게 망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