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4호
<역사>

황희 정승

신명균


황희 황정승이라 하면 우리 조선서는 어른이나 아이나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어른입니다.
이 어른은 우리 3천6백9십6년에 나신 어른이올시다. 본디 고려 때 어른으로 이조의 넷째 임금 세종대왕 때에 정승이 되셨습니다. 정승으로는 이조 5백년 동안에 다시는 없을 만큼 잘난 어른이었습니다.
본디 고려가 망했을 때에 고려 조정에서 벼슬하던 사람 중 유명한 이 일흔 두 사람은 이조를 반대하고 두문동이라는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숨어버렸습니다. 그때에 황희 어른도 같이 들어가서 숨으셨겠지만은 그 72인들이 황희 어른더러는
『우리들은 이렇게 들어가서 숨어도 당신만은 나가서 벼슬을 해야 새 조정의 모든 제도를 마련하라』하고 내보내서 벼슬을 살게 하였다 합니다. 세상에서 이 사람들은 『두문동 72현』이라고 합니다. 그 어른들의 내력은 이만큼만 하고 이 황희 어른께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것으로 몇 가지 해보겠습니다.
이것으 어른의 소년시대의 일입니다. 한 번은 길을 가시느라니까 어떤 늙은 농부 하나가 누른 소와 검은 소에다 쟁기를 메어 가지고 밭을 갈더니 쟁기를 벗겨놓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습니다. 어른도 그 곁에 가 앉아서 다리를 쉬시다가 말 말 끝에 늙은이 더러
『그 소들이 다 크고 살이 쪘구려. 두 마리 중에 어느 소가 밭을 잘가오?』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늙은이는 앞으로 바싹 다가오더니 귀에다 대고 가만 가만히
『××소가 밭을 잘 간다.』고 합니다. 어른은
『소가 그렇게도 무섭소 그까짓 말을 귀에다 대고 소근 소근 하니』한즉 늙은이는
『젊은 사람들이란 할 수가 없어! 짐승이 아무리 사람하고 말을 할 줄 몰라도 말귀는 멀쩡히 알아들으니까 만일 제가 남만 못하다는 말을 들을 것 같으면 얼마나 얹잖겠소.』하며 크게 책망을 합니다. 어른은 늙은이 말에 크게 감동되어서 그 다음부터는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른은 연세가 9십이 넘고 지위가 한 나라의 정승이 되셨건마는 도량이 넓으신 까닭으로 평생에 한 번도 성을 내보지 못하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평상시에 집에 계실 때에는 사소한 일 같은 것은 도무지 아는 체를 아니하십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옆에서 울거나 지껄이거나 나무라시는 법이 없고 혹 아이들이 무릎 위에 올라와서 수염을 잡아당기거나 빰을 친다해도 그저 잠자코 계실 뿐입니다.
하루는 계집종들이 서로 싸우고 어른께 와서 호소를 합니다.
『아무개가 저 한테 욕을 하고 자꾸 싸우려고 달려듭니다. 그런 고약한 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하시고 조금 있으려니까 또 한 종이 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욕설을 하고 싸우려 덤비고 그리합니다.』하고 제가 옳다는 것을 발명합니다. 어른께서는 또
『네 말이 옳다.』하십니다. 족하 한 분이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는 좀 마음이 불쾌한 생각이 나서 『아저씨께서는 너무도 분명치 못하십니다. 아무개는 이렇고 아무개는 저러니 하나는 잘하고 하나는 잘못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다 옳다고만 하십니까.』어른은
『네 말도 또 옳다』하시고 분별을 내지 않으시니까 집안이 늘 화락하게 지냈습니다.
어른은 연세가 9십이 넘었건만 근력이 정정하고 총명하시기는 젊은 사람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 계실 때면 방안에 가만히 들어앉아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늘 글만 읽으십니다. 하루도 또 글을 읽고 계시는데 여러 아이들이 모여와서 마당에 서 있는 복사나무에 잘 익은 복숭아를 다투어가며 따먹습니다. 어른께서는 목소리를 느릿느릿해서
『얘들아! 다 따먹지는 마라. 나도 맛 좀 보자꾸나.』하셨습니다. 한참 후에 나가 보시니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어른은 이렇게 모든 일이 다 무룡한 것 같지만은 나라 일이라든지 낭패될 일에 대해서는 참 놀랄 만믐 무서운 어른이십니다. 한 번은 어른이 정승이 되셔서 여러 대신들과 나라 일을 의논하시는데 공조판서 김종서 어른이 음식을 갖춰와 드렸습니다. 어른께서는 대단히 성을 내시며 점잖게 말씀하시기를 『대신이 음식을 먹으려면 다 많은 관원이 의례히 등대하는 법인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사사로이 음식을 차려오느냐.』하시고 크게 책망을 하셨습니다. 종서 어른은 황송해서 감히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종서 어른은 여러 번 책망을 당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 종서 어른이 나중에 큰 재목이 되실 줄 알고 종서 어른을 위해서 그리하신 것입니다. 어른이 정승을 그만 두실 때에는 임금께 종서 어른을 정승으로 천거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