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12호
<사담><역사>

소년 용사 관창

신명균


신라 때에 화랑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라 안의 십여 세씩 된 꽃다운 소년을 모아다가 지금으로 말하면 소년군이나 소년회를 꾸미듯이 회를 만들어 가지고 글도 가르치고 음악도 가르치며 혹은 산과 바다 같은 데로 돌아다니며 모험도 시켜서 용기도 기르게 하고 더욱이 신의를 존중히 여겨서 장래에 훌륭한 인물이 되도록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크게 힘을 썼습니다. 그때 이렇게 하는 소년을 화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이 화랑을 매우 높이고 대접할 뿐 아니라 이 화랑들로 해서 신라에는 그 아름답고 찬란한 문명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 그때에 유명한 학자이거나 용맹한 장수이나 날랜 군사들은 모두 이 화랑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러니 이 화랑은 신라-아니 우리 조선에 대해서 얼마나 공이 많았습니까.
그것이 신라 태종왕 때였습니다. 그때는 바로 우리 조선이 신라, 고구려, 백제의 세 나라로 갈려 가지고 한민족, 같은 동포끼리 서로 눈을 흘기며 주먹질을 하고 물어뜯고 으르렁대던 삼국시대였습니다. 그때 역시 화랑 중에 관창이라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그때에 장군 품일이라는 어른의 아들이올시다. 나이는 16세밖에 안 되었지마는 사람이 씩씩하고 용기가 있을 뿐 아니라 동무 사귀기를 썩 즐겨하며 또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아서 여러 화랑들 중에서도 이름이 뛰어났었습니다.
그때도 신라가 백제하고 싸움을 하느라고 양편이 다 수십 만명씩 군사를 내어 아름다운 강산에다 피비린내를 피우던 때였습니다. 소년 관창은 아버지를 따라서 백제를 치러 갔습니다. 신라에서는 당시에 유명한 김유신 장군까지 이번 싸움에 참여해 가지고 사력을 다해서 싸웠으나 아무 효력이 없이 애매한 군사만 죽이게 되었습니다. 그때에 품일 장군은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 소년 관창을 불러서 말머리 앞에 세우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비록 나이가 어리지마는 지기와 용맹이 있는 줄을 내가 안다. 너는 오늘 싸움에 한번 나가서 모든 군사들의 모범이 될 수 있겠느냐.』
한즉 관창은 선뜻 대답한 뒤에 즉시 갑옷을 갖추어 입고 말께 올라서 장창을 두르며 단신으로 적군을 향해서 살같이 달려들었습니다. 관창의 창 끝이 빛나는 곳마다 적군의 머리는 원통한 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원체 적군은 수효가 많고 자기는 혼자인 까닭에 하는 수 없이 사로잡히었습니다. 적군은 관창을 잡아다가 백제 대장 계백 어른께로 데려갔습니다. 계백 어른은 관창의 투구를 벗기게 한 뒤에 그 나이가 어리고 또 용기가 있는 것을 사랑해서 차마 죽이지를 못하고 이런 탄식을 하였습니다.
『신라는 참으로 대적할 수 없구나! 소년들까지도 이렇게 용맹스러우니 장년들이야 더 말할 것 있겠느냐.』
하고 관창을 살려서 돌려보냈습니다. 관창은 돌아와서 저의 아버지를 뵈옵고
『제가 적군에 들어가서 적장의 머리를 베이지 못하고 기대를 뽑아오지 못한 것은 죽기를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올시다.』
하고 말을 그친 뒤에 우물에 가서 손으로 물을 떠먹고는 다시 말께 올라서 나는 듯이 적군을 향하여 들어 덤비었습니다. 그러나 약한 소년이 어찌하겠습니까. 다시 적군에게 사로잡히었습니다. 계백 장군은 관창의 머리를 베어 말안장에 붙들어 매어 돌려보냈습니다. 그 아버지 품일 어른은 사랑하는 아들의 머리를 잡고 자기의 소매로 흘러내리는 연지 같은 빨간 핏방울을 닦으면서
『내 아들의 얼굴이 그래도 산뜻하구나! 제가 나라를 위해서 죽었으니 죽었어도 그 죽음이 영광이다.』
하였습니다. 일반 군중은 소년 관창의 의기와 용맹에 감격이 되어서 가슴에 피가 뛰고 칼집에 칼이 울었습니다. 전군이 일시에 고함을 치며 들이닥치니 백제가 크게 패하고 계백 장군까지 전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년 용사 관창이여! 하고 부르짖는 소리는 전군 중에 떨치었습니다. 관창의 귀여운 희생은 신라군 중의 꽃이 되고 또 승리가 되었습니다.
그때 신라 사람들은 소년 용사 관창의 죽음을 매우 아까워하고 서러워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관창에게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어 가지고 관창의 의기와 용맹을 칭찬하였습니다. 그 중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관창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뒤에 너무도 서러워하다가 이내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관창은 어려서부터 칼춤을 잘 추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임금님 앞에 가서
『제가 칼춤을 잘 출 줄 아니 춤을 추어 가지고 백제의 임금님을 죽이고 임금님의 원수를 갚아드리겠습니다.』
합니다. 임금님은 곧 허락하셨습니다. 관창은 그 길로 백제에 가서 큰길거리에서 춤을 추니까 구경하는 사람들이 바로 장군 모이듯 합니다. 백제의 임금님은 이 말을 들으시고 관창을 대궐 안으로 불러들여서 춤 구경을 하였습니다. 관창을 춤을 추다가 미리부터 준비해 가지고 간 보검으로 백제 임금님을 앉은자리에서 쳐죽이었습니다. 그래서 관창도 백제 신하들에게 죽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관창의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눈까지 어두운 것을 매우 가엾이 생각해서 한 가지 꾀를 내가지고 관창의 어머니 앞에서 한 소년을 시켜서 칼춤을 추게 하고 그 어머니에게
『시방 관창이가 와서 칼춤을 추니 나와 보십시오.』
하니 그 어머니는 너무도 반갑고 기뻐서
『어디 우리 아들이 왔어!』
하며 눈을 번쩍 떴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 관창의 죽음을 아까워하고 불쌍히 여겨서 만들어낸 이야기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