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9호
<동화>

이번은 혼나던 김삿갓 이야기(2)

박달성


김삿갓 이야기를 한번 더하라고요? 그럼 그럽시다. 본전은 좀 비싸지만서도……아마 여러분도 장난은 퍽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아니, 글을 좋아하는 셈이지요. 김삿갓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그런데 이것은 김삿갓이가 혼나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글 잘하고 장난 잘 하고 호활한 즉 자기밖에는 세상에 글쟁이도 없고 장난꾼도 없다는 듯이 간 곳마다 팔을 뽐내며 붓대 춤만 추던 이 난봉시인도 그만 한번은 욕을 당하고 혀를 내두르며 달아난 적이 있습니다. 산골 총각 훈장 놈에게 "선생님!" 하고 항복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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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크다란 삿갓을 썻것다요. 막대기를 휘휘 내두르며 정처 없이 길을 떠났겠다요. 밥 얻어먹는 데는 산골이 제일이라고 산골로 들어섰것다요.
"어떤 놈의 곳에 가서 어떤 놈보고 수작을 걸어보노-."
하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면서 한 곳을 다다르니까 산 밑 솔밭 속으로서 글 외는 소리가 들리었습니다.
"옳다. 이놈의 곳에도 글방이 있구나. 들어가 한번 떠보고 가리라. 이까짓 산골 훈장 놈이 야 더군다나 똥을 열네 말 쌔울라!"
하고 빙글빙글 웃으면서 글방을 찾아들어 갔습니다.
삿갓을 쓴 채 글방 토방에 걸어앉으며
"에헴!"
하고 글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더벅머리 아이들이 주먹으로 코를 씻으면서 흥얼흥얼 하며 글을 짓고 있던 모양입니다. 어떤 놈이 훈장인고 하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훈장 비슷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애들아. 너희 선생은 안 계시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애가 코를 훌쩍하고 들이마시더니 먹과 땀 묻은 손으로 이마를 타 쓸며
"에! 선생님이요? 계셔요. 이 어른이에요!"
하고 아랫목에 앉은 25,6세쯤 된 총각을 가리켰습니다.
'옳다! 총각 훈장이로구나! 요놈 똥 좀 싸볼래!' 하고 삿갓을 벗으면서
"선생님! 안녕하시오"
하고 인사를 청했습니다. 총각 훈장은 그 딴에 그래도 선생이라고 좀- 건방을 피우면서
"에, 누구시우."
하면서 애들만 쳐다보며
"어서들 짓고 글들 읽어-."
하고 찔법 선생인체 하더랍니다.
‘야! 요놈 보아라. 두메 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고 요놈 참 맹랑하구나!’
하고 방 곁으로 바삭 다가앉으며
"글을 짓습니까. 문제는 무언가요? 저도 한 귀 지을까요?"
하고 수작을 붙였습니다.
총각 훈장은 같이 글 짓자는 바람에 다시 한번 거들떠보더니만
"네. 글 짓습니다. 문제는 '화삼월불멸(火三月不滅)' 입니다."
'火三月不滅'이라는 것은 불이 석 달 동안 그치지 않았다는 말인데 이 말은 옛적 동양에 유명하였던 진시황의 아방궁을 역발산기개세(力發山氣盖世)하든 항우가 불을 질러 태워 버리는데 어떻게 굉장히 큰집이었던지 불길이 석 달을 가도 그치지 않았다는 유명한 역사적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 다음 기회 있는 대로 다시 하겠습니다.
"야! 이것 봐라. 글제는 제법 큼직하게 내었는걸!"
하고
"그럼 나도 한 수 지어볼까."
하고 비비고 들어앉았습니다. 그리자 어떤 노랑대가리 물렛줄 상투 새 서방쟁이가 코를 골작골작하며 눈이 말똥말똥하여 글을 생각하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안 나오니까.
"여보시오. 손님. 글 잘 지으실 줄 아시면 나 첫 귀 하나만 불러 주세요."
하고 간청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삿갓은
"아- 그러시오. 자- 받아쓰시오."
하고 '위수탕탕동류거하니 강동어부습증어(渭水湯湯東流去 江東漁父拾蒸魚)'라고 단바람 한귀 불러 버렸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위수 물이 꿇고 끓어 동편으로 흘러가니 강동 땅에 고기 잡는 지아비가 찐 고기(삶은 고기)를 줍더라."
는 말입니다. 즉 아방궁 붓는 불이 석 달이나 계속하니까 위수라는 강물이 끓고 끓어 자꾸 동으로 흘러가니까 강동 땅 고기잡이꾼들은 찐 고기를 주울 밖에 있습니까. 이 글을 부르자마자 모든 학동들은 눈이 둥글해지며
"얘 그 손님 보기와는 다르다. 삿갓은 쓰고 다닐망정 제법 하는 솜씨다!"
하고 혀를 홰홰 내둘렀습니다.
이것을 보던 총각 훈장은 가장 건방을 피며 픽 웃더니만
"글이 그렇게 약해서 무엇에 쓴단 말이냐. 내 한 귀 부를게 받아써라."
하고 한 귀 부르는데 이야말로 김삿갓도 똥을 스물네 말이나 싸리 만치 엄청나게 뛰어난 글입니다. 무어라고 불렀는고 하니 '화염이직상구만리하니 상제무문왈열열(火 直上九萬里, 上帝撫@曰熱熱)'이라고 불렀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불길이 곧추 구만리나 올려 찌르니 상제가 볼기짝을 어루만지며 에 뜨겁다! 에 뜨겁다 하더라."
라는 말입니다. 즉 아방궁 불길이 어찌 맹렬한지 구만리나 올라 찌르니까 옥황상제가 ‘에 뜨거워! 에 뜨거워!’ 하면서 볼기짝을 만지며, 일어섰다 앉았다 하드라고 했으니 얼마나 씩씩하고 기운 뻗친 글입니까.
이것을 본 김삿갓은
‘야! 이것 봐라. 이놈 참! 어른 잡아먹고 똥 쌀 놈이로구나!’
하고 인사도 못하고 삿갓을 집어 들고 그만 달아나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