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9호
<사담><역사>

힘과 옳음의 덩어리 김덕령 장군

이상대


◇범도 벌벌 떨었다

세상에 힘센 사람도 많이 있지마는 김덕령 어른처럼 뛰어난 이는 참 드물 것이외다. 힘이 어떻게 세고 몸이 어떻게 날래었던지 혹 달아나는 개를 따라가 붙잡아서 그 고기를 발겨 모조리 먹기도 하고 혹 말을 타고 달려 조그만 창으로 말미암아 한간 방에를 들어갔다가 곧 말을 돌이켜 뛰어나오기도 하였삽네다. 이런 것은 『허풍선이 모험기담』에 나오는 이 얘기와 똑같은 거짓말 같은 정말이외다. 혹 다락 지붕에를 올라가서 모로 누워 데굴데굴 굴러 처마를 말미암아 다락 속으로 떨어져 들어간 일도 있었습니다.
또 한번은 대숲 속에 사나운 범이 있단 말을 듣고 활을 메고 창을 들고 가서 먼저 작대기로 살을 하나 쏘니 범이 성을 내어 아가리를 벌리고 살같이 달려드는지라 덕령 어른이 창을 쳐들어 지르매 창 끝이 턱을 꿰고 땅에가 들어박혀 범이 꼬리만 흔들고 감히 움직이지 못하거늘 드디어 죽여 가져온 일도 있었습네다.
진주 말 치는데 못된 말 한 마리가 있어 채밭으로 벗어져 나가 논밭을 휩쓸고 곡식을 모두 결단내고 높고 험한 데 뛰어넘기를 나는 듯이 하여 능히 잡는 이가 없더니 덕령 어른이 들으시고 곧 가서 우습게 굴레 씌어 타시고 개 새끼 몰 듯 하여 데려다가 늘 타는 것을 만드셨습네다.
덕령 어른이 이렇게 무서운 힘과 날램이 있었으나 그저 때에는 별로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공연히 기운 자랑한 일도 없고 구태 힘센 체 하지 아니함으로 남들이 다만 꿋꿋한 선비로만 알았더니 뒤에 이 날램과 굳셈 드러낼 때를 얻어 비로소 크게 남에게 알리게 되었습네다.

◇옳은 이름 앞에 날램을 버림

덕령 어른은 그 두 겨드랑이에 고기 날개가 있었단 말이 있습네다. 일찍 난리가 났을 때에 싸움마다 이기매 저편 군사가 다 그 날카로운 칼날 끝을 피하였습니다. 광해 임금께서 익호장이란 특별한 벼슬을 시켜 그에 범을 수놓아 앞에 세우게 하시고 큰공을 이루게 하셨더니 미처 아무 일도 하기 전에 꺼리는 이의 모함을 입어 금부도사를 보내어 함거에 가두어 잡아 올리게 하였습네다.
하루는 한 곳에 이르러 잠깐 쉬는데 곁에 매우 높은 산이 있고 그 꼭대기에 사람이 있어 덕령 어른을 불러 가로되 내가 여기서 너 오기를 기다린 지가 오래니 바삐 올라와 술이나 먹고 작별이나 하자 하거늘 덕령 어른이 함거 안에서 청하여 가로되 저이는 내 절친한 친구니 잠깐 수레문을 열고 만나 보게 하여 달라하니 도사- 허락하지 않는지라 덕령 어른이 가로되
『내가 도망할까 걱정하여 그리하느냐. 내 사나이 되어 순하게 나라 법률을 받으려 하기에 잡힌 것이니 그렇지 아니하고 피하려 할진데 이 세상에 나 잡을 이가 누 있으리오. 그대들이 보라.』
하더니 인하여 한번 몸은 움직하매 쇠사슬이 저절로 끊어지고 또 손으로 한번 치매 함거가 부서지는지라 곧 나와서 몸을 솟구쳐 한번 뛰므로 바로 그 산꼭대기에 올라가 그이로 더불어 손을 붙들고 크게 울다가 그이가 덕령 어른을 나무래 가로되
『내가 늘 너를 경계하되 때가 이롭지 못하고 바닥이 적어 몸을 부릴 수 없으니 삼가 세상에 나오지 말고 나와 같이 숨자 하여도 네가 듣지 아니하더니 필경 저꼴이로다.』
하매 덕령 어른이 눈물을 뿌리며 가로되
『이도 또한 하늘이오 명이라 어찌 하리까.』
그이가 술을 따라 권하여 가로되
『오늘 너하고 영영 작별하게 되매 섭섭한 마음은 끝이 없거니와 이미 저리 되었으니 천명을 순하게 받음이 옳을까 하노라.』
하며 인하여 여러 잔을 기울이고 눈물을 뿌리고 작별 하더니 그이는 문득 보이지 아니 하고 덕령 어른은 다시 몸을 내려 도로 수레 안으로 들어가는지라 곁에 보던 이들이 다 벌벌 떨기를 마지 못하였습니다.
서울에 이르러 위에서 친히 물으시되 네가 어찌하여 나라를 배반하려 하느냐. 공하되
『당초에 그런 일이 없사오며 간악한 신하의 모함을 입음이외다.』
결안을 시키려 하니 마침내 굴복하지 아니 하여 가로되
『만일 충과 효 두 자로 결안하시면 가하거니와 그렇지 아니 하오면 결코 이름을 적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도 어찌 하지 못하여
『난리를 평정하지 못하였으니 신하되어 충되지 못함이요, 이름을 이뤄 어버이를 드러내지 못하였으니 자식되어 효 되지 못함.』
으로 결안하매 비로소 법을 당하였습네다.
형벌로 죽이는 마당에 칼날이 들어가지 아니하니 덕령 어른이 가로되
『너희들이 만번 칼질을 하려 하여도 결코 나를 해하지 못할 것이요, 내 스스로 칼을 받들어 하여야 되리라.』
하고 인하여 목을 늘여 먼저 비늘 쪽을 떼고 하라는 대로 칼질을 하매 머리가 비로소 떨어졌습니다.
그 충성과 그 날램으로 남의 모험에 죽으니 애닯은 일이 이에서 더할 것이 있사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