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4호
<인물><역사>

서경덕 선생

이상대


서경덕 어른은 3822년에 개성에서 나셨습니다. 이 어른은 집안이 썩 구차하여 그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어 가지고 간신히 살아가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총기가 있고 마음씨가 곧을 뿐 아니라 어른의 말씀을 잘 듣는 까닭에 칭찬을 받으셨습니다.
이 어른은 원래에 성질이 찬찬하야 한 가지라도 범연히 지나가는 일이 없는 데다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또 성질이 끈끈해서 혹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궁리를 하여 기어코 알고 맙니다. 그러니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하나나 깔 축이 있었겠습니까.
경덕 어른이 어렸을 때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살림이 워낙 구차하시니까 아버지가 농사 지시는 것만 가지고는 지날 수가 없으니까 어린 경덕 어른이 봄새와 여름이면 들에 나가서 풋나물을 캐다가 양식을 보내갑니다. 어느 해 봄이었습니다. 날마다 나물을 캐러 가서 늦게야 돌아오건마는 나물을 한번도 바구니에 차본 적이 없습니다. 그 아버지께서 하도 이상해서 한번 물어 보셨습니다. 경덕 어른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들에 나가서 나물을 캐려면 무슨 새인지 밭에서 후르르 날아오르는데 첫 날은 땅에서 한치쯤 떠오르더니 또 그 다음날은 세치 네치 나날이 차차 높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저 새가 어째서 저렇게 날마다 조금씩 높이 떠오르나 하고 궁금한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치를 알려고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이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나물을 못 캐고 늦게 돌아옵니다.』
여러분! 이 새가 무슨 새겠습니까.
여러분도 아시겠지요 만은 이 새는 종달새올시다. 이 종달새는 봄새 날이 따뜻하여지면 차차 날기를 익혀서 비비배배하고 공중으로 새카맣게 떠오릅니다. 이것이야 봄새만 되면 누구든지 다 보는 일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다들 심상하게 알지요. 장래에 유명한 학자가 되실 어른이라 이것을 심상히 넘기지 않으시고 기어코 그 이치를 알려고 하셨습니다. 지금 문명의 자랑거리라는 저 기차도 주전자에 끓는 물이 뚜껑 여는 것을 보고 연구하여 낸 것이라고 합니다. 또 영국의 유명한 학자 뉴턴도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이라는 유명한 학리를 깨쳤다고 합니다.
여러분. 학자나 발견가가 별 사람이 아니올시다. 무엇이든지 범연한 것이 없나 궁금한 것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 찬찬한 사람 알고 마는 끈끈한 사람이올시다.
열네살 되시던 때의 일이올시다. 글방에서 선생님께 서전(書傳)이라는 책을 배우시다가 책력 만드는 이치가 나오니까 선생님은 가르쳐 주지 않으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나도 모르는 것이다. 네가 한번 들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경덕 어른 생각에는 만든 사람도 잇는데 남이 적어 놓은 글을 보고 알기야 못하겠니 하고 집에 돌아와서 열심으로 연구하셨습니다. 그런지 보름만에 그 뜻을 환하게 깨치셨습니다. 글이란 읽으면 아는 것이요 이치란 궁리하면 깨치는 것이올시다. 읽고 궁리해서 모르는 것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니 - 그것은 나는 모르겠다.』
하는 것은 다 게으르고 용렬한 사람의 핑계올시다. 보십시오! 남이 못한다는 것을 경덕 어른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또 남이 모른다는 것을 경덕 어른은 깨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기에 저 유명한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못한다. 안 된다. 하는 말은 못생긴 놈 사전에만 있는 말이다.』
하였습니다.
그 어른의 공부하시는 법은 남의 말을 그대로 입내 내시거나 그대로 집어삼키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의 만드신 책이거나 또는 옛 어른의 말씀이라고 덮어놓고 얼른 믿는 일이 없습니다. 또 옛 어른의 책을 보시고 말씀을 알았다고 그만 만족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자기가 실물을 보거나 그 실지를 겪어 보고 이리 궁리 저리 궁리해서 의심이 조금도 없고 욕심에 부족한 것이 없어야 그만 두셨습니다.
그러니 공부가 얼마나 옹글게 되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실지를 모르고 책만 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또 이 어른 공부하는 법은 힘이야 얼마가 들고 애야 얼마나 쓰이든지 자기 혼자 궁리하여 뚫어내는 것이올시다. 그럼으로 이 어른 공부에는 선생님 안 계신 것과 책 없는 것이 그렇게 큰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매양 모르는 일이나 물건이 있으면 벽에다가 그 이름을 써 붙이고 밤이나 낮이나 앉으나 서나 골똘하게 생각하여 기어코 시원하게 아셔야만 또다른 공부를 하셨습니다.
경덕 어른의 공부가 이렇게 착실하고 연구가 이렇게 끈진 까닭에 열여덟 되시던 해에는 그 어수선은 세상 이치를 다 아시고 스물네 살 되시던 해에는 오묘한 하늘 이치까지 깨달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들도 배우십시다. 연구하십시다. 남에게도 배우려니와 더욱이 나를 내가 가르쳐 보십시다. 또 남의 말도 들으려니와 내 혼자 연구하여 깨쳐 보십시다. 동양이나 서양에 유명한 학자가 별 사람이겠습까. 쉬지 않고 끈지게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들이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