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2호
진시황을 때린 창해역사(滄海力士)

검도령 이야기




그때 임금의 대궐 앞에는 무게가 한 삼십만 근이나 되는 굉장하게 큰 인경(종)을 달아놓고 때를 맞추어 치는 터이었는데 그 인경이 어찌나 몹시 큰지 소리도 굉장하게 커서 칠 때마다 우레 같은 소리가 천지를 흔드는 것처럼 그 큰 대궐을 들었다 놓는 고로 임금은 귀가 콱콱 막혔습니다. 그래 견디다 못하여 그 인경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로 하고 대궐에서 한 5리 되는 곳 높은 터에 종각을 굉장하게 지어 놓았는데 인경을 옮기려니 옮길 수가 있어야지요. 기운 세다는 장사만 한 이 백 명 추려서 끌어가게 하였으나 웬걸, 까닥도 아니합니다.
그 기운찬 장-사들이 아무리 소리를 합하여
“어기여차.”
“어기여차.”
소리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기를 쓰면서 끌어도 그 얽어 맨 동아줄이 툭 툭 끊어질 뿐이요 인경은 도무지 까닥도 안 합니다. 그래 하다-하다-못하여 필경에는 검도령을 모시여 왔습니다.
검도령은 그 인경을 보고 히죽하고 한번 웃더니 과히 힘도 들이지 않고 번쩍 들어 옮겨다 달았습니다. 그것을 보는 여러 사람들은 더욱이 놀랐습니다. 임금은 검도령을 장하게도 알고 기특하게도 여겨서 임금 있는 대궐같이 큰집을 짓고 데려다놓고 그 나라에 제일 큰손님으로 늘 대접했습니다. 그럼으로 검도령의 날 때도 힘 센 소문은 어느덧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였습니다.
이때에 중국에는 진나라라는 나라가 있어서 그 나라 임금은 힘세기로 유명하고 성질이 사납기로도 유명한 천하의 호걸이었습니다. 그 임금이 곧 세계에 유명한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였습니다.
그런데 진시황제는 그와 같이 천하에 영웅인 것만큼 욕심이 또한 천하에 유명하여서 다른 사람이야 죽든지 살든지 자기 혼자 잘 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 만리나 되는 성을 쌓은 것도 역시 자기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으로 백성들을 시켜서 쌓은 것입니다. 그리고 또 백성을 괴롭게 시켜서 아방궁이란 대궐을 또 세계에 제일가게 훌륭하게 짓고 세상에 없는 호강을 하였습니다. 또 장차 죽을 것이 원통하여서 장생불사하는 약을 구하려고 동남(童男)동녀(童女) 500을 영주 삼신산이란 곳으로 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그 나라 백성들은 먹을 것을 못 먹고 입을 것을 못 입고 아주 불쌍한 지경에 들었습니다. 그 임금의 일을 하노라고 자기들의 일은 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그 나라 백성뿐 아니라, 진시황제에게 멸망된 모든 나라 백성들도 역시 참혹한 지경에 들어갔습니다. 더욱이 공부 잘 한 사람들은 한사람 살아남지 못하였습니다. 진시황제의 그 짐승 같은 생각에는 공부 잘 한 사람이 있으면 자기를 해롭게 할까 해서 모두 다 죽였습니다. 선비란 선비는 모두 다 잡아다 땅을 파고 파묻어 죽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책이란 책들은 죄- 뺏어다가 불을 질렀습니다. 만일에 누구 집에든지 책 한 권만 두었다하면 죽이고 말았습니다. 언제든지 의서와 점(역서)치는 책 외에는 글이라고는 전부 없어졌습니다. 그럼으로 모든 백성들은 말은 비록 아니하나 마음으로는 진시황제를 심히 미워해서 될 수만 있으면 죽여 버리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진시황제에게 멸망을 당한 다른 나라 백성들은 어찌하면 진시황제를 잡아 죽일까---여러 가지로 좋은 꾀를 생각했습니다. 그러하다가 도리어 진시황제의 손에 죽은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멸망된 나라 가운데 한(漢)나라라 하는 나라가 있으니 그 나라 백성들은 더욱 진시황제를 미워했습니다. 진시황제가 있고는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시황제가 죽든지 우리들이 죽든지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하겠다.”
고 말하였습니다. 또 그들은 말하기를
“도적을 죽이려다가 내가 죽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진시황제를 죽이려다가 우리가 죽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죽을지언정 진시황제를 죽이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모든 백성들이 이를 갈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럼으로 그 백성들은 어찌하든지 진시황제를 죽이려고 꾀를 생각했습니다. 그때에 그 나라 백성들은 그 나라 재상이던 장량(張良)이라 하는 어른으로 대장을 삼고 진시황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쟝량이는 시시때때로 진시황제를 죽일 꾀만 생각했습니다. 각처로 돌아다니며 역사(力士)라는 역사는 죄다 모아 왔습니다. 진시황제가 알까봐서 비밀리 불러온 역사가 몇 백 명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시황제의 힘을 당할 만큼은 못 되였습니다. 그래서 장량이는 ‘할 수 없다’ 하고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습니다. 모든 백성들은 통곡했습니다. 그들은 진시황제를 죽이지 못할진대 차라리 죽는 것이 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가운데 혹은 죽을진대 진시황제와 싸우다가 죽는 것이 가하다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 혹은 죽을진대 더럽게 그놈의 손에 죽지 말고 스스로 죽는 것이 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와 같이 죽기를 내기하는 판 이였습니다.
이때에 멀리 멀리-조선 나라에 검도령의 힘 세인 소문이 장량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장량이는 기쁘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이야 살이야 하고서 검도령을 데려 갔습니다.
그때에 마침 진시황제가 유람 차로 돌아다닐 때입니다. 장량이는 그 기회를 타서 진시황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진시황제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박랑사(博浪沙)라는 땅을 지나가게 되였습니다. 장량이는 진시황제가 박랑사를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진시황제보다 먼저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장량이는 검도령을 시켜서 박랑사 모새 가운데 숨겨두었습니다. 검도령은 마치 문문이 같이 모새를 파고 그 속 안에 들어가서 파묻혀 있으면서 진시황제가 지나가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튿날 오정 때가 좀 못 되어서입니다. 북이 울려오더니 요란한 소리는 점점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고로 검도령은 그 북소리와 나팔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보니 참 굉장한 거동 이였습니다. 쇠로 만든 갑옷을 입고 검을 찬 수백 명의 장수들과 활과 창을 든 수만 명의 군사들 속에 십여 개의 연(輦)이 둥그렇게 떠들어오는데 그것이 곧 진시황제의 행차 이였습니다. 검도령은 그 행차가 앞에 바로 왔을 때에는 가슴이 조금 두근두근 하였습니다. 그러나 날램과 힘이 있는 검도령은 ‘옳다 되었구나 - 이놈 죽어보아라’ 하고 기운이 일층 더 났습니다. 그러나 연이 십여 개나 되므로 어느 연 속에 진시황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여러 연 가운데 둘째로 가는 연이 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연을 메이고 가는 사람들이 발에 탈이 나서 그랬는지 여러 날 길에 기운이 자진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 연을 메고 가는 사람들은 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검도령은 ‘옳다 저것이로구나! 하고 모새 가운데서 번개같이 뛰어 나오면서 미리 준비하여 두었던 큰 철퇴를 들고 달려 들어가서 그 연을 쳤습니다. 그 연은 죄다 부서져서 콩가루같이 되였습니다. 그러나 진시황제는 공교롭게도 다른 연에 탔음으로 죽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일 그 연에 탔으면 어찌 되였을까’ 하고 생각할 때에 진시황제는 온몸에 소름이 쭉 끼쳤습니다. 그렇게 사나운 황제도 일생에 제일 큰 혼이 나서 자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습니다. 진시황제는 언뜻 그 연을 친 검도령의 심리를 헤아려보았습니다. 검도령의 마음속에는 ‘진시황제는 오늘날 내 손에 죽었다’ 하고 생각할 것을 헤아려 알았습니다. ‘그런즉 이 자리에 있는 진시황제는 비록 죽지 아니하였다만은 검도령의 마음속에 있는 진시황제는 벌써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때에 진시황제는 무한히 분이 났습니다.
“그놈 잡아라.”
하고 호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검도령은 어느덧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며칠을 두고 각처로 찾았으나 마침내 종적을 몰랐습니다.

여러분 서울동물원(창경궁)안 박물관에 있는 큰 철퇴를 보신 일이 있지요. 그 무섭게 큰 철퇴가 그때 검도령이 진시황제를 치든 것이라고 전해오는 말이 있습니다. 못 본 이는 다시 한번 가서 주의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