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2호
조선위인

거북 배를 만드신 이충무공 이야기

신영철


요전 신년호에는 기차를 발명한 영국 사람 스티븐슨 어른의 이야기를 좀 하였는데 그 이야기가 문제와 같이 그 어른의 보드라운 애정을 말한 것이 되여 여러분의 마음에 스티븐슨 어른도 그와 같이 부지런하고 물건을 사랑하고 재주 있고 오누이 사이에 애정이 지극하였고나하고 매우 감동은 하였겠지만 기운이 팔팔 뛰는 여러분으로서는 또 다시 좀 활기 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으시겠지요.
자-,그러면 이번은 세계에서도 제일 먼저 거북배(龜船)를 발명하고 전쟁 잘하고 글 잘하고 활 잘 쏘고 그러고도 마음은 다시없이 착하신 그런 어른의 고집 센 어렸을 때 일을 좀 이야기하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 어른은 누구이실까요? 자! 여러분 중에 그 어른을 아시는 이가 누구누구이십니까?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어른이 조선 어른 이충무공(李忠武公) 이신데 우리 조선 사람으로 그런 어른을 모른대서야 말이 됩니까? 그러면 이번은 이 이야기를 듣고 꼭 머리 속에 담아두기로 약속합시다. 그러면 인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 들어주십시오.

이충무공의 원이름은 순신(舜臣)씨이고 지금으로부터 한 300여 년 전에 우리 조선에 계시던 어른인데 임진왜란 난리 때에 바다싸움 잘하기로 세계에 이름이 높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어른이 어렸을 때부터 이웃집 아이들과 뛰놀고 장난만 하는데도 으레 진을 치고 싸움 싸우는 흉내를 내되 반드시 규칙을 지키어 조금이라도 틀리면 용서 없이 벌을 주고 잘하는 이는 칭찬을 하여주어 누구나 그 엄연하고 공평한데는 탄복치 아니할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원래 그 어른의 자격이 나중에 이름날 장수가 될 재목이라 어려서부터 그와 같이 싸움 싸우는 법을 연습하고 또는 활쏘기 말달리기에 밥 먹기를 모를 만치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면 그 어른은 아주 그런데만 정신 빠져서 글도 모르고 지식도 없는 무식쟁인가 보다고 의심하실 이도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웬걸요 게다가 글까지도 잘하여서 그 어른의 지으신 글이 지금도 몇 권 책으로 전하야 내려오고 무슨 연구성도 매우 많아서 남모르게 물 속으로 살살 돌아다니어 저쪽 적군의 군함을 달칵달칵 엎어놓고 때려 부수는 거북배-지금 말로 하면 물 속으로 다니는 잠수정을 세계 어느 나라 누구보다도 맨 먼저 발명하여 가지고 바다 싸움에 잘 썼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 어른이 글 읽던 시절 아주 나이 적었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원래 그 집이 그렇게 넉넉지도 못하고 또는 그 집 부형들이 그때 높은 벼슬도 한 이가 없음으로 세상에서 별로 아는 이도 없고 더구나 그때 이름난 사람이 찾아오는 이는 볼래야 볼 수가 없어서 충무공 댁에는 아무 일 없이 한가하였답니다. 그래 충무공은 이따금 집 뒷산 벌판에 가서 활도 쏘아보고 말도 달려보고 하시다가는 내려와서 글 읽는 것이 날마다 그의 공부이었습니다. 널따란 벌판에 마음대로 활발하게 말 타는 공부 활 쏘는 공부를 하고 맑은 바람에 땀을 씻어가며 집으로 내려오면 뜰 앞에 꽃도 피고 나뭇잎도 떨어지는 봄날 가을날에 삽살개가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며 덤빌 제 충무공의 마음과 기운은 얼마나 기쁘고 유쾌하고 활발하였겠습니까?
그렇게 하루는 충무공이 집에서 높은 목소리로 글을 읽고 있었더랍니다. 그랬더니 마침 그때 병조판서 - 지금으로 하면 한 육군대신이나 되는 이율곡이라는 어른이 지나다가 그 글 읽는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이 이율곡이라는 어른 역시 범상찮은 어른이라. 사람 잘 알아보기에는 아주 조화가 붙었다고도 할만했습니다. 충무공의 글소리가 그 귀에 들리자 아마 이상했던 모양 이여요 보지도 않고는 이 아이가 필연코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이라 한번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던 행차를 머무르고 하인을 시켜서 충무공을 한번 불러 오랬습니다. 하인은 멋도 모르고 충무공 댁으로 들어가서
“이 대감께옵서 잠깐 나와 주십시사고 여쭤 오랬습니다.”
하고 말을 건넸습니다.
보통 아이 같으면 대감소리에 그만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지금 사람 같으면 군수 면장 하나가 어째어쨌다며 머리를 굽실대고 야단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담배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셈으로 훌륭한 인물 될 이충무공이라 웬걸요 대감의 명령이라는 전갈 앞에도 눈 하나 깜짝 아니하고 글만 읽다가 다 끝난 뒤에야 책을 딱 덮어놓고는 엄연한 얼굴을 가지고
“무엇이 어째서?”
하고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하인은 기가 죽어서 공손한 목소리로
“네 이 대감께옵서 잠깐만 오셔주십시사…….”
고 하며 대답했더니 충무공은 장히 뻣뻣한 고집으로
“대감이 보실 터이면 와 보시든지 말든지 하실 일이지…… 나는 대감을 가 뵈올 까닭이 없다고 여쭈어라.”
하고는 딱 거절을 해 버렸습니다. 하인은 하도 어이가 없으나 두말을 못 하고 율곡 대감께 돌아가서 그 말씀을 여쭈었습니다.
율곡 선생님은 조금도 노여워 아니 하시고 일부러 찾아 들어가 충무공을 보셨다합니다. 알고 보니 성 같고 본 같은 일가 간이더랍니다.

충무공은 어려서부터 그와 같이 엄하고도 고집이 굉장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지극히 얌전하고도 착하시어 군사를 데리고 싸움을 나갈 때라도 반드시 어려운 일은 몸소 하시고 쓴 일 단 일 할 것 없이 같이 하셨습니다. 그럼으로 전쟁을 할 때에도 장수와 군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하여 싸우기 때문에 몇 십번이나 위태로운 싸움에도 한번 져 본 일이 없이 이기고 이기고 하였습니다.
그뿐입니까 그 어른은 그렇게 바쁘고 괴롭게 전쟁에 돌아다닐 때라도 집안사람이나 일가친지 가운데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눈물을 줄줄 흘려가며 서러워하셨답니다.
더구나 온 나라 사람을 생각하시기를 자기 몸같이 아시어 바람만 세게 불거나 비만 오래 아니 와도 ‘아- 흉년이 들면 우리 조선 사람이 어떻게 사나!’하시고 매우 걱정하시더니 그 어른은 필경 전장에서 싸우다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 어른은 얼마나 마음이 고운 중에도 고집이 그와 같이 굉장하셨습니까?
그러면 처음 약속대로 잃지 말고 모두 기억해두기로 합시다.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 오성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