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11호
<사담><역사>

임경업 장군(1)

이상대


임진왜란에 이순신 장군과 병자호란에 임경업 장군 두 어른은 다 뛰어나게 거룩한 어른이올시다. 임경업 장군은 어지러운 세상에 샛별 같이 돋아나시사 한 나라의 빛이 되셨지마는 워낙 때가 이롭지 못하고 사람을 못 만나신 탓으로 평생에 나라를 위하여 심혈을 다하셨으나 간사한 신하와 작은 무리들의 시기와 저희를 입어서 뜻을 못 이루실 뿐더러 아무 죄 없이 벼슬도 여러 번 빼앗기시고 귀양살이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분하고 원통한 품으로는 능히 그런 무리들을 한번에 징계도 하셨으련마는 이것은 다 사사요 또 일 많은 때에 그러다가 도리어 큰일이나 그릇될까 염려하여 한갓 부드러운 야처럼 자기의 할 일만 힘써 하셨습니다. 때의 처지도 같았지마는 그 공번되고 거룩한 인격이 어쩌면 그렇게도 이순신 장군과 틀림이 없으십니까.
장군은 그 아버지께서 임진왜란에 평안남도 개천으로 피난을 가셨다가 그곳에서 낳으셨습니다. 그 후 난리가 평정된 뒤에는 충청북도 충주 달천이라는 곳에 오셔서 사셨다 합니다. 장군이 어려서 67세 때부터 여러 아이들과 놀 적이면 반드시 진치는 형상을 하고 놀았습니다. 한번은 여러 아이들과 전과 같이 길거리에서 진을 치고 노는데 마침 관가 행차가 지나갑니다. 그 행차가 장군 진 터 앞으로 오더니 진을 헤치라고 합니다. 장군은 엄연히
『진은 파할 수 없다.』
하고 진을 거두지 않으니 그 행차는 할 일 없이 옆으로 진을 비켜 갔습니다. 장군은 어려서부터 이처럼 기상이 씩씩할 뿐 아니라 항상 『대장부』라는 세 글자를 써서 차고 다녔다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차차 많아감을 따라서 자기는 장래에 꼭 대장이 되겠다는 말을 입에서 그쳐본 적이 없었습니다. 장군의 아버지는 항상 염려가 되셔서 이런 말씀으로 아드님을 늘 경계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좀 대장 재목이 됨직하면 반드시 화를 당하는 것이니 깊이 삼가거라.』
장군은 17세 때부터 활쏘기와 말달리기를 배우셨습니다. 재주도 남보다 투철하셨지마는 그 기풍이 참으로 남자다웠습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장군이 20세쯤 되었을 때에도 집안에 썩 간구하여서 아침 저녁이 어려울 때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때에도 혹 활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입은 옷을 낼름 벗어주고 그 활하고 바꾸었다 합니다.』
장군이 함경남도 삼수 소농보 권관 벼슬로 계실 때의 일이올시다. 하루는 큰못에 나가서 거니니까 큰 뱀 한 마리가 입에다 무슨 커다란 물건 하나를 물고 있습니다. 장군은 자기의 입었던 옷을 벗어서 뱀 앞으로 던지시니 며칠 후에 일기가 썩 청명한데 그 못가에 서기가 띄어 있습니다. 또 나가 보시니 이번에는 그 뱀이 무슨 짤막한 물건 하나를 물고 나와 있습니다. 장군은 또 옷을 벗어서 뱀 앞으로 던지시니 뱀은 입에 물었던 물건을 그 옷 위에 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가보시니 그것이 곧 보검이올시다. 장군은 이 칼을 얻으신 후에 칼에다가 이런 글을 새기셨습니다.
『三尺龍泉萬卷書』
『皇天生我意何如』
『山東宰相山西將』
『彼丈夫分我丈夫』

『용천금 드는 칼에 만권 책을 풀었으니. 하늘이 나를 내심은 무슨 뜻일러냐. 산동의 재상과 산서의 대장이여. 너도 장부요 나도 장부다.』
는 뜻이올시다.
장군은 이괄의 난리가 있으매 그 형님 승업 어른과 그 아우 준업 어른과 한 가지로 전장에 참여하여 적군을 크게 파하시니 다른 사람들은 상을 타기에만 눈들을 밝혀서 다른 것을 돌아볼 여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군은 홀로 용산으로 나가서 창고에 남아있는 재물을 거두어서 간수케 하시고 또 한쪽으로는 군사를 재촉하여 나머지 도적을 강화에서 크게 파하셨습니다.
장군이 검산산성에 방어사로 계실 때에 나라에서 장군으로 하여금 모든 산성을 쌓게 하였습니다. 장군은 여러 군사 가운데에 섞여서 친히 흙을 진다, 돌을 나른다 해서 군사들과 한가지로 수고를 아끼시지 않으실 뿐더러 조금도 거짓이 없고 자기의 공을 자랑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군사들 중에 조그만 일이라도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또 죄가 있으면 벌을 주시되 추호라도 시시가 없을 뿐더러 벌을 주신 뒤에는 그 군사를 부르셔서 술을 주시며 효유하야 이르시니 군사들 가운데에 조금도 원망이 없었습니다.
그때에 명나라의 반적과 오랑캐들이 서로 꾀를 하여 가지고 우리나라로 쳐들어올 흉계를 내었습니다. 장군은 이것을 미리 아시고 여러 번 병사에게 말씀하고 방비할 계책을 말씀하나 병사는 듣지 않습니다. 하루는 장군이 산성에서 적군의 행동을 살피시더니 갑자기 백성을 모으시사 크게 감옥을 짓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사흘이 못 가서 오랑캐들이 제 풀로 와서 이 옥에 갇히리라.』
하십니다. 듣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 이상하게만 여길 뿐이었습니다. 과연 적군 가운데에는 자중지난이 일어나서 오랑캐의 괴수 형제를 죽이고 부하를 거느리고 우리나라로 달려오는 놈이 있었습니다. 장군은 그놈들은 다 그 옥에다 가두시니 보는 사람들은 모두 장군의 총명함과 재주의 신기함을 탄복할 뿐이었습니다. 장군이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일을 처리하심이 다 이러하셨습니다.
그때에 도원수 김자점이가 평안북도는 땅이 넓을 뿐 아니라 사람도 적고 오랑캐가 자주 침노하여 지키기도 성가시니 그 땅은 우리나라에서 떼어버리자는 의논을 내었습니다. 장군은 선조의 땅을 작은 도적의 침노로 내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옳지 않은 것이라고 크게 거절하셨습니다. 김자점은 제 의논이 서지 못한 것을 크게 분해 여겼던지 장군을 모함하여 벼슬을 떼고 잡아 가두었습니다. 그러니 오랑캐들은 장군의 없는 틈을 타서 날로 침노가 심하니 이것을 막을 사람이 없습니다. 나라에서는 할 수 없이 다시 장군으로 청북 방어사의 주부윤을 시키셨습니다. [또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