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1호
역사 동화

날쌔고 기운 센 김덕령 김 장군 이야기


조산강


우리 조선서 오래되지 아니 한 가까운 역사에 가장 날쌔고 기운 세고 유명한 어른 김덕령 씨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금도 김 대장 덕령씨! 하면 조선 사람 치고 모르는 이가 없는 그 어른은 지금으로부터 한 삼백년 전에 경상도 땅에 나셔서 귀신보다 더한 날램과 무섭게 놀라운 기운과 용맹으로 이순신 씨와 한 때에 전쟁에 크게 이름을 떨치신 어른입니다.
그 어른의 어렸을 때 일입니다. 하루는 여러 동무들과 소꿉장난하느라 들에 나가서 나물도 캐고 한 패는 돌멩이로 가마도 걸고 또 한 패는 사금파리를 주어다가 그릇도 만들고 하면서 재미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별안간에 저 편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큰일 났습니다. 개 같은 커다란 짐승이 세 마리나 한꺼번에 뛰어 옵니다.
아이들은 그만 에그 머니 소리를 지르면서 풍지백산하야 도망하여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때 다만 혼자 남아서 딱 버티고서 있는 어린아이는 덕령 씨였습니다. 짐승은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늑대였습니다. 몹시도 주리었는지 한 입에 삼킬 듯이 입을 벌리고 그 날카로운 이빨로 덕령 씨를 물려고 달겨들었습니다. 그러나 덕령 씨는 휫딱 하더니 번개같이 뛰어나가며 늑대의 뒷다리를 잡아서 보기 좋게 땅에 둘러 메쳤습니다. 늑대는 "낭" 소리를 내고 그대로 죽었습니다. 그것을 본 두 마리의 늑대는 벌써 어디로 달아났는지 뒤도 안 보고 다 도망갔습니다. 이렇게 놀라운 짓을 한 것이 겨우 아홉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가 열네 살 때에는 진주 고을에 말치는 목장에 사납기로 이름 난 말 한 마리가 있어서 어느 날 그 말이 고삐를 끊고 목장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사나운 말이라.
"흥!"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달려 뛰면서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차고 짐승을 만나면 짐승을 무릅니다. 그래서 놀란 사람들은 집 문을 딱 걸어 매고 문 밖을 나서지 못하였습니다. 길에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이렇게 소동이 났을 때 김덕령 씨가 그 소리를 듣고 말 있는 곳으로 급히 쫓아갔습니다. 쫓아가니 말은 과연 "흥!" 소리를 지르면서 길길이 뛰는데 입을 벌리고 덕령 씨에게 달려듭니다. 덕령 씨는 몸을 주춤하더니 손을 번쩍 들고 불끈 솟더니 휫딱 뛰어 올라가 말 잔등에 올라앉았습니다. 그러니까 말은 그를 떨어트려 버릴 양으로 발을 구르며 부살 같이 이리로 달아나고 저리로 달아나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덕령 씨는 떨어지지 아니하고 되레 그것을 재미있게 생각하였습니다. 말은 한참이나 뛰어다니다가 그만 기운이 진하야 쓰러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덕령 씨는 미리 준비하였던 굴레를 씌워 가지고 목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목장 주인은 놀라서 두려워하는 말소리로
"참 용맹이 대단합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은 부릴 수가 없으니 당신이나 갖다 타시오"
라고 합니다. 덕령 씨는 아직 어린아이라도 목장 주인은 감히 '해라'를 못하였습니다.
덕령 씨는 그 말을 갖다 늘 타고 다녔습니다. 그 때부터 여러 사람은 덕령 씨를 가리켜 "김 장군! 김 장군!" 하고 불렀습니다.
어린 김 장군은 자라서 어느 홀어머니 집으로 장가를 들었습니다. 장가든 이튿날 장모를 들어가 뵈옵고 이 말씀 저 말씀 하다가 장인님의 돌아가신 이유를 물어본즉 장모께서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소리로
"장인은 집에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다른 데 가서 돌아가셨다네! 장인의 은혜를 입은 종놈의 손에 돌아가시었다네. 은혜를 입히고 은혜는 받지 못하고 도리어 해를 받으셨다네."
하고 눈물을 점점 더 흘리면서
"동리에 우리 집에 있던 종이 나가서 잘 사는 큰 부자가 있는데 장인께서 어찌 되어서 거기를 갔던지, 거기를 가셨다가 그놈들의 손에 변을 당하셨다네! 그러나 아들도 없고 형제도 없고 오직 이 딸 하나뿐이라 아직까지 그 원수를 갚지 못하고 어찌하면 그 원수를 갚을꼬 하고 생각하였으나 별 도리가 없어서 누구한테 자네가 장사라는 말을 듣고 자네의 손을 빌어 원수를 갚아 보리라고 생각하였네! 그래서 자네를 기어이 사위를 삼은 것일세!"
하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젊은 김 장군은 나쁜 것을 미워하는 의협의 마음이 불 같이 일어나서 그 놈들이 당장에 있으면 증치해 버릴 듯이 분해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안심하십시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김 장군은 몇 사람 하인을 데리고 그 종 있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종의 무리들은 새서방님이 온다는 말을 듣고 한편으로 놀래면서도 겉으로는 반갑게 나와 맞으면서
"상전댁 문안을 오래 들지 못하여 저희들은 궁금하기가 끝이 없삽더니 이제 무슨 좋은 바람이 이 같이 불어서 새 서방님께서 내려 오셨으니 이렇게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맞아 드립니다.
김 장군은 ‘이놈들이 또 무슨 흉계를 꾸미나 보다’ 하고 속마음으로 생각하였으나 그 놈들의 형편을 살펴보기 위하여 좋은 낯으로 그 놈들의 하자는 대로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종의 무리들이
"저희들은 먼 시골에 있으므로 자주 상전을 모시고 지낼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오셨으니 얼마나 황송하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마음에 너무 섭섭하여 하루 동안 모시고 놀자고 약간 준비를 하였사온데 어떠하실는지요."
하고 애원하는 듯이 말합니다. 김 장군은
"천만에."
하면서 그리 하자고 허락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무리들은 또 말하기를
"이곳에는 무슨 경치보다 바다의 경치가 제일 좋사오니 배를 타고 하루 동안 노는 것이 좋을 듯하야 뱃놀이를 꾸몄습니다."
김 장군은 그 놈들에 흉계가 있을 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그저 그 놈들 하는 대로 하였습니다.
"그것도 좋지!"
하고 김 장군은 종의 무리에 옹위 속에서 바닷가에 다다랐습니다.
일기는 아주 고요하고 이따금 이따금 조금 부는 맑은 바람이 바다 위에 잔잔한 물결을 일게 할뿐이었습니다.
김 장군은 그 종놈들의 인도하는 대로 배를 타고 한참동안이나 바다 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에 그 중 기운 골이나 있음직한 사납게 생긴 놈이 장군의 앞으로 썩 나서더니 눈을 부릅뜨고 성난 목소리로
"너보다 어른인 너의 장인이 내 손에 죽었거든 하물며 입에서 젖내 나는 것이 주제넘게 하인을 데리고 이곳에 찾아 왔으니 참 대담스럽기도 하다. 아무러나 스스로 죽으러 찾아 왔으니 우리의 한때 장난 거리는 된다. 그런데 네가 더럽게 죽겠느냐 깨끗하게 죽겠느냐."
하고 호령을 합니다. 장군은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리고 벌벌 떨면서 죽어 가는 목소리로
"더럽게 죽는 것은 어떻게 죽는 것이고 깨끗하게 죽는 것은 어떻게 죽는 것이요."
하고 물었습니다.
"이 칼에 죽는 것이 더럽게 죽는 것이요, 저 바다에 스스로 빠져죽는 것이 깨끗하게 죽는 것이지"
하면서 왼손으로 바른손에 든 칼을 가리키다가 다시 바다를 가리킵니다. 장군은 더욱이 얼굴이 파래지는 체 하면서 아주 겁나는 기색으로
“마찬가지 죽음이니 깨끗하게 죽겠소이다. 그러나 음식이 저 같이 낭자하였으니 좀 먹기나 하고 죽겠소이다.”
하고 애원하는 듯이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놈들은 ‘독 안에 든 쥐가 어디를 가겠느냐’ 하는 듯이
“그래 마음 있는 대로 먹고 죽어라.”
하고 허락하였습니다. 장군은 팔을 걷고 이것저것 죄다 먹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그 놈들은
“조그만 놈이 식량도 크다.”
하면서 어서 죽기를 재촉하였습니다.
이 때에 장군은 웃으면서
“너희를 용서하려야 할 수 없다.”
하고 일어서더니 한 발을 번쩍 들어 배 바닥을 크게 구르더니 몸은 날개가 돋친 것처럼 공중으로 불끈 솟았습니다.
그 통에 배는 그대로 폭 업어지더니 배 위에 있던 사람은 물 속에 쏟아 넣고 물결 솟는 통에 다시 휘딱 뒤집혀 바로 놓였습니다.
그러자 공중에 솟았던 장군이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그야말로 삽시간 안이었습니다. 참말 눈 깜작할 동안이었습니다.
이렇게 장인의 원수를 갚은 김 장군 김덕령 어른은 나중에 유명한 대장이 되어 나라의 전쟁이 있을 때 크게 공을 세웠으나 그 이야기는 이 다음 어느 기회 좋을 때 하기로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