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9호
역사 동화

고주몽 이야기


손진태(孫晉泰)


고주몽을 곧 외양간으로 갔습니다. 외양간에서는 벌써 여윈 말이 꼬리를 치며 코를 풀면서 어서 어디 가자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주몽은 천리마에 올라타고 활을 어깨에 메고 어머니에게 하직을 고하였습니다.
“어머니. 나 혼자서라도 저 놈들을 다 죽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이 있으니 지금으로 떠나겠습니다. 다음에 기회만 있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갈 터이니 걱정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자- 그럼 떠나겠습니다.”
이 말을 하는 고주몽의 눈에는 불꽃이 풀풀 일어나서 어두운 밤이 더욱 번쩍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뺨에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주몽아. 너희 재주와 용맹으로 어디를 가면 무엇을 못하겠니. 너는 반드시 다음에 임금이 될 것 같다. 내 생각은 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하면서도 주몽의 소맷자락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고주몽이는 겨우 어머니를 위로하여 두고 말을 달려서 날마다 정답게 놀던 말이라는 동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밤중에 이렇게 찾아 왔으므로 말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주몽은 오던 이야기를 다 하고 곧 함께 도망하기를 원하였습니다. 말이도 매우 찬성을 하고 또 다른 두 사람의 동무도 함께 가겠다고 하므로 네 동무는 부랴부랴 행장을 차려 남쪽으로 남쪽으로 말을 달렸습니다. 며칠 만에 압록강 상류에 이르렀습니다. 고주몽의 도망함을 알고 왕자들은 아침에 급히 군사를 몰아 고주몽의 뒤를 쫓았습니다. 지금 왕자들의 군사들은 얼마 남지 않고 주몽의 뒤를 쫓아옵니다. 그런데 이 강에는 다리가 없음으로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이 물을 건너지 못하면 고주몽의 목숨은 어찌 될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고주몽은 여기서 소리를 처 물귀신을 호령하였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또 너희 임금 되는 용왕의 외손자이다. 지금 뒤를 쫓아오는 도적이 급하니 속히 이 물에 다리를 놓아라. 만일 다리를 놓지 아니 하면 이 화살로 너희를 죽일 터이다. 믿지 아니 하거든 나의 활 쏘는 재주를 보아라. 자 이번 화살은 너의 귀밑을 지나갈 터이니 꼼짝하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하면서 화살을 쏘니 살은 휫 바람을 치며 물귀신의 바로 귀밑을 지나갔습니다. 압록강의 물귀신은 그만 혼이 나서 전신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아-이 사람의 말을 듣지 아니하다가는 큰일 나겠다.”
하고 강물 속에 사는 고기란 고기를 모두 불렀습니다. 자라, 거북이, 남생이, 게, 잉어, 숭어. 무엇 무엇 할 것 없이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 같이 물려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보니 강물이 빡빡하여지고 난대 없는 고기로 만든 다리가 한 개 놓였습니다. 고주몽은 좋아하며 말에 채를 쳐서 한숨에 강을 건너왔습니다. 다른 세 사람도 따라 건넜습니다. 이 동무가 이편 언덕에 왔을 때에는 벌써 고기들은 물귀신의 말을 따라 모두 저희들 집으로 도망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리가 없어졌으므로 왕자의 군사들은 건너지 못하고 도로 저희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네 동무가 함께 말을 달려 '모둔골'이라는 산골에를 갔습니다. 거기는 세 사람의 어진 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베옷을 입고, 한 사람은 중의 옷을 입고, 또 한 사람은 풀 옷을 입었습니다. 고주몽은 이 사람들이 매우 재주 있고 어진 이임을 알고 함께 일을 하자고 서로 약조하였습니다. 고주몽은 세 사람의 어진 이들에게 어디로 가서 나라를 세울꼬 하고 물었습니다. 어진 이들은 '졸본'이란 땅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일곱 사람은 곧 '모둔골'을 떠나 '졸본'으로 향하였습니다. '졸본'에를 가서 보니 거기는 과연 땅이 좋아 곡식이 잘 되고 앞으로는 맑은 강물이 흘러가며 뒤로는 높다란 나무들이 틈 없이 가득히 들어섰음으로 도적이 들어올 염려도 없었습니다. 고주몽은 곧 여기다 서울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하였습니다. 고주몽은 이 '고구려' 나라의 첫 임금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1960년이나 전이올시다. 그리고 이때에 고주몽의 나이 겨우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하루는 고주몽이 '불류강'가에 나아갔다가 물위에서 나무 잎사귀가 몇 장 물결을 따라 둥둥 떠내려 옴을 보았습니다.
“하하 이 나무 잎사귀는 아마 사람들이 먹고 버린 것이로구나. 그러면 이 강 위에는 사람 사는 곳이 있나 보다.”
이렇게 고주몽은 생각하고 곧 집으로 돌아가서 일곱 사람과 의논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산골에만 있어서는 우리나라 땅을 넓힐 수도 없고 백성들을 얻을 수가 없으니 어디로든지 가서 우리의 재주를 내여 그 나라를 빼앗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불류강'가에를 갔더니 나물 잎사귀가 떠내려 왔다. 아마 이 물 위에 나라가 있는 모양이니 그 나라를 가서 차지함이 어떠한가. 여러분 생각에는?”
일곱 사람들은 모두 좋다 하였습니다. 일곱 신하와 고주몽은 말을 달려 강물을 따라서 며칠 동안을 가매 과연 거기 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고주몽은 그 나라 임금에게 보기를 청하였습니다. 그 나라 이름은 '불류국'이라는데 '불류'나라의 임금은 이상한 사람이 왔다 하고 한번 보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불류 임금은 고주몽을 자기 집으로 맞아들였습니다.
“당신들은 어떠한 사람들이며 무슨 일로 우리나라에 왔습니까?”
물었습니다. 고주몽은 조금 심술 사나운 모양으로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용왕의 외손자이요. 고구려의 임금인데 오늘 사냥을 왔던 길에 우연히 여기에 들게 되었다. 너희 나라를 보니 매우 사람 살기에 좋으니 나의 신하가 됨이 어떠하뇨?”
불류왕은 골이 났으나 한편으로 무서운 생각이 나서 고주몽의 나라를 알고자 하여
“그러면 당신의 나라는 어디 있으며 백성들은 얼마나 되며 군사들도 많이 있는가? 활 잘 쏘는 사람은?”
“활 잘 쏘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이다. 다른 신하들도 모두 잘 쏜다. 백성들은 지금 일곱 사람에 지나지 못하나 얼마 안 되어서 온 천하가 모두 나의 땅이 될 것이니 너도 속히 나의 신하가 됨이 좋으리라.”
“하하 미친놈이로구나. 그까짓 일곱 사람의 신하로 어떻게 한단 말이냐. 너도 임금 된지 며칠 되지 아니하는 모양이로구나. 나는 이 나라에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임금 노릇을 하고 군사도 많으며 백성들이 수만 명이다. 네가 활을 잘 쏜다하니 나의 신하가 되면 좋겠구나!”
고주몽은 이 말에 골이 났습니다.
“만일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면 이 화살로 너를 죽이리라. 네가 이 나라의 임금이라 하니 아마 활 잘 쏘겠구나. 지금 그러면 활쏘기를 하여 지는 사람이 신하가 되기로 하자.”
“그것이 좋은 말이다. 나는 활쏘기로서 아직 남에게 진 일이 없다.”
이렇게 두 사람은 약속을 하고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많은 구경꾼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멀리 멀리서 있는 소나무 끝가지를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에 고주몽이 맞췄습니다. 불류왕도 맞췄습니다. 이번에는 날아가는 제비가 한 마리 있음으로 그것을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은 불류왕이 처음 쏘게 되었습니다. 불류왕은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구경꾼들의 눈이 일제히 고주몽에게로 향할 때 고주몽은 급히 활을 잡아 다려 방금 놀라서 도망하는 제비를 향하여 쏘았습니다. 제비는 공중에서 거꾸로 떨어졌습니다. 구경꾼들은 모두 ‘와-’ 소리를 치며 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불류왕은 할 수 없이 고주몽의 신하가 되고 땅도 고주몽에게 바치었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사방의 나라들은 모두 고주몽에게 겁을 내어 하루라도 속히 항복하겠다고 날마다 오는 조그만 나라 임금들이 수십 명씩이나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우리 고주몽은 나라도 커지고 백성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북쪽에서 고기나 잡아먹고 배만 타고 돌아다니며 짐승들의 가죽을 몸에 걸치고 겨울에는 땅굴에 들어가 사는 '북옥저' 사람들이 항복하지 아니함으로 고주몽은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모두 항복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우리 고주몽도 큰 나라를 세우게 되었으나 그 뒤에도 영웅들이 고구려 나라에 많이 있어 여기 보이는 지도와 같이 큰 땅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중국과 싸웠으나 진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고구려 사람이라면 온 세상이 모두 다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1923.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