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눈

론 버니 지음/지혜연 옮김/심우진 그림/우리교육/220쪽/7000원

70년대는 서부영화가 전성을 누리던 때였다. 주말마다 텔레비전에서는 서부극이 펼쳐지고, 우리는 인디언을 쫓는 백인들의 멋진(?) 위용을 보며 감탄을 해대곤 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랬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서부극에 빠져 저마다 자기가 서부의 보안관이 되어 인디언을 뒤쫓는, 그런 기분을 흉내내곤 했다. 그때 인디언들은 모두 폭악무도한 사람들이라서 죽어 마땅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언제였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 서부극의 내용이 완전히 사기라는 걸 알게 된 게. 미국은 원래 인디언의 땅이었고, 백인들은 인디언 땅에 들어오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백인들이 땅 주인인 인디언을 강제로 내쫓고 자기들이 모든 걸 다 차지하기 위해서 무자비한 살육을 했었던 것이었다. 결과, 백인들은 승리했고 승리자들은 진실을 왜곡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부정이 감춰지기라도 할 듯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백인들의 거짓에 우롱당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아마도 어른이 되고 나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잊고 있엇던 게 있었다. 미국에서,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이런 살상이 이루어지고 있던 게 아니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낙원'처럼 여겨지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마찬가지의 살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살육하면서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어 나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백인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100만명이나 됐던 원주민들이 지금은 29만명만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잔인한 역사 기록물만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들이 백인들에게 죽임을 당한 뒤 남겨진 두 아이 구답과 유당의 모험이 주된 이야기다. 사촌인 구답과 유당은 잔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뒤 살기 위해서, 필사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같은 부족들을 만나서 한동안 안정된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백인들의 잔인함에 대해서 잘 모르던 이들은 백인들이 준 비소 섞은 밀가루를 먹고 모두 몰살 당하고 또다시 둘만 남는다. 그러다 그들이 무서워 하던 다푸리족을 만나지만 처음엔 용감하게 백인들과 맞서 싸우던 이들 역시 무자비하게 몰살 당하고 만다. 그리고 둘은 죽을 고비를 넘나들며 백인들로부터 멀리 도망을 간다. 결국 마지막에 같은 피나무리족 한 가족을 만나는 걸로 끝이 나지만, 끝도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곁에 가족이 없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옛날과 다름 없었다. 가족을 잃은 아픈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져 갔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았다. 사라질 줄 모르고 이따금씩 불쑥 찾아드는 불안함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라는 마지막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둘은 마지막까지 불안함을 안고 살고, 그건 바로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아이의 목숨을 건 모험은 조금의 긴장도 늦추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계속된다. 마지막의 불안스러운 두 아이의 심리는 책을 다 읽은 뒤까지 계속 잔잔한 떨림을 준다. 두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래서 조금은 딱딱해 보이는 책이지만 아이들은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낸다. 어느 새 아이들은 구답과 유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 풍경이나 원주민들의 풍속과 생활을 알 수 있는 풍부한 배경은 마치 우리를 당시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는 듯 현실감이 있다.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의 철학과 비슷한 아니, 거의 같은 원주민들의 생각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글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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