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은 여우

이사미 이쿠요 글, 그림/한림출판사/7000원

아이들에게 '알을 품은 여우'를 읽어줍니다.
첫 장을 넘기자 마자 커다란 여우가 맛있게 보이는 알을 보며 입맛을 다십니다.
아이들은 읽어 주기도 전에 " 어떻게 되요. 빨리 읽어 주세요." 라고 재촉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볼 때 글보다는 그림을 먼저 보나 봅니다.
아니, 그림책의 그림을 뛰어넘어 어른들이  갈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벌써 가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조그마한 알이 엄마 새도 없이 홀로  되어 여우의 눈에 뛴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라고 얘기하는 다람쥐의 심정이 되어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여우가 당장 잡아 먹지 않고 아기 새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지요.
멋모르고 세상에 나왔는데 왜 이렇게 위험한 일들이 많은지요.
엄마나 어른들은 하라고 하는 것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자전거도 맘 놓고 타지 못하고요. 나무 위에 올라가도 안 됩니다. 엄마  없이 멀리 갈 수도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하고 놀아서는 절대 안됩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착한 사람 같은데 엄마는 낯선 사람과는  얘기하지도 못하게 합니다. 아마도 이 세상은 위험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나 보다고 아이들은 생각합니다.
족제비와 오소리가 조그마한 알을 보고 욕심을 냅니다.
아이들은 조그만 알이 세상에 태어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생각합니다. 정말로 위험한 세상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여우가 이들을 물리쳐 주지요.
이쯤 되면 여우에 대한 경계심이 슬며시 사라집니다. 족제비와  오소리가 당하는 게 고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하기는 이르겠지요.
여우가 매일 매일 소중히 알을 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삐이익 삐이익, 엄마!" 하고 아기새가 태어납니다. 여우에게 "엄마" 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입니다.
"너무 귀엽다." "잡아먹진 않겠지." "여우가 어떻게 새를 키우지."
마지막을 보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이 상상한대로 결말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바람대로 여우는 아기새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아기새를 잡아먹지 않아 다람쥐도 기쁘고  무엇보다도 여우가 기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쁘고 가장 즐거운 것은 아이들입니다.
사랑이니 우애니 거창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이 책을 선택해준 엄마도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은 무슨 일이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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