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아저씨

레이몬드 브릭스 그림/마루벌/50쪽/8500원

내가 <눈사람 아저씨>를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깊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비디오에서 깊은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항상 책보다 비디오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왔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데 조카가 생기고, 어느 날 조카(4세)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얘가 읽어달라고 하였다.

<눈사람 아저씨>는 글자없는 그림책이다. 나름대로 해석한 내용을 조카에게 들려주었다.
"형아가 잠을 자고 있는데 밖에는 눈이 와. 형이 잠에서 깨서 창 밖을 봤어. "와! 눈이다!" 형은 너무 좋아서 ……"

이렇게 몇 번을 계속 읽어주다보니 이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갔다.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구성도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만든 눈사람이 살아나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에다 <눈사람 아저씨>의 '눈사람'은 우리 아이들과 닮았다는 데 아이들은 깊은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 눈사람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으며, 그것을 직접 체험하려 한다.
눈사람은 전기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장난도 해보고, 수돗물 트는 흉내를 낸다고 더운물을 틀어버린다. 아이들과 똑같이 휴지를 잡아당겨 풀어내고, 아빠의 옷을 입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를 닮은 눈사람에게 아이들이 어떻게 흥미를 안느끼겠는가!
이때 남자아이는 이 집 주인으로서, 눈사람에게 이것저것을 소개시켜주고, 눈사람을 이끌어준다. 한때는 소년도 눈사람처럼 행동했을 텐데….
그 두 사람은 때늦은 만찬을 즐기기도 한다. 만찬까지 대접받은 눈사람은 이제 소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더니 한발, 두발 …… 하늘을 나는 것이다. 그들이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알 순 없지만 멀리서 오로라의 불빛으로 보이는 것을 눈사람이 일러주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눈사람은 말한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표정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표정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 이것 또한 이 그림책의 놀라운 점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인데도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은 바로 이 표정 때문이다.
소년은 다시 잠이 들고, 아침이 되어 소년은 잠옷 차림으로 쿵쾅쿵쾅 뛰어내려 가더니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러나 눈사람은 이미 녹아버렸다.
이 소년의 체험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진짜였을까?
그것은 단정하게 만들 수 없는 것, 그것 또한 이 그림책의 깊은 매력인 것이다.
(글 : 김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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