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에우게니 M. 라초프ㆍ그림/김중철 옮김/다산기획/1994. 4.1. 초판/6000원

겨울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가 사주신 예쁜 장갑을 가지게 된다. 빨갛고 노란 장갑이며 벙어리 장갑 혹은 손가락 장갑 그리고 요술 장갑까지 장갑의 모양은 여러 가지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장갑을 잘도 잃어버린다. 그것도 꼭 한 짝만 잃어버린다. 옛날에 엄마가 장갑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끈으로 이어주시던 기억이 난다. 끈이 짧아 불편했던 기억도 함께. 

  눈 내리는 숲속에 할아버지가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리고 가신다
. 장갑은 퍽이나 따뜻해 보인다.

생쥐가 달려와 장갑 속으로 들어간다.뒤이어 개구리가 뛰어와 생쥐에게 같이 살자고 말한다. 장갑 속의 식구는 둘이 된다. 그리고 토끼와 여우와 늑대도 장갑 속의 식구가 된다. 장갑 속의 식구는 이제 다섯이 되어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런데 멧돼지가 찾아와 들어가길 원한다. 멧돼지도 식구가 된다. 이제 장갑은 터질 것만 같다. 그 때 느림보 곰이 나타나 들어가길 원한다. 이제 식구는 일곱이 되었다. 그런데, 숲 속을 걷던 할아버지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장갑에 동물들이 하나 둘 들어갈 때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변한다. 엄마가 , 이제 둘이 되었어요"라고 읽어줄 때 아이는 소리친다. 엄마, 사다리가 생겼어요 아이는 생각한다. 동물들이 어떻게 집을 만들어 나갈까? 라고. 마루가 생기고 창문이 생기고 굴뚝이 생겨남을 읽어주는 어른보다도 더 빨리 알아내며 기뻐한다. 이쯤 되면 끝도 없이 동물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장갑을 읽으며 아이들은 건설의 기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함을 맛볼 것이다. 자신이 한번쯤 잃어버린 장갑 속에 누군가 들어가서 보금자리를 꾸밀까 생각하며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다.   

장갑은 우크라이나 민화이다. 장갑을 그린 이는 러시아 그림책 작가의 제1인자로 손꼽히는 화가로 민화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감 있는 그림과 정성어린 그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이 뛰어난 이 작품은 그림책 역사 중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원작을 읽을 때와 번역된 그림책을 읽을 때 우리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만큼 번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나라의 문화는 물론이요,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되어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번역자의 몫이라 할 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 된 장갑은 특유의 리듬감과 언어를 잘 살린 그림책의 하나로 평가 되어진다.

아이들은 꿈 속에서 장갑 위에 이층 집을 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구리도 들어와 살게 하고 다람쥐도 사슴도, 아니 사슴의 뿔은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며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번역자를 달리해서 한림출판사에서도 나왔다.(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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