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가자

윤구병 글/이태수 그림/보리/97.3.15.초판/7500원

"우리, 산양할아버지한테 옛날 이야기 들으러 갈래?"
  "그래, 그래."
  아기 토끼의 의견에 곰이랑 다람쥐랑 멧돼지랑 너구리랑 족제비랑 노루랑 모두 모두 좋아하며 함께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가는 길목에서 동무들은 하나씩 빠져나갑니다.
  곰은 겨울잠을 자러,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러, 아기 멧돼지는 칡뿌리를 파먹느라,  아기너구리는 물고기를 잡느라,  아기 족제비는 들쥐를 잡으러,  그리고 아기 노루는 늑대에게 쫒겨서...
 
 아기 토끼는 노루가 따라오는 줄만 알고 있다가 자신을 따라오는 게 여우라는 걸 알고 정신없이 달아납니다.
  이때 아기 토끼의 소리를 들은 산양 할아버지가 나타나 여우를 쫓아버립니다.
이제 모든 게 평화롭습니다. 아기 토끼는 산양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틈에 잠이 들고, 산 속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여기 등장하는 아기 토끼, 곰, 다람쥐,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노루 모두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산양 할아버지한테 가는 도중 갑지기 딴일을 하는 것들이 모두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산양 할아버지한테 가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깡충깡충,
  쿵쾅쿵쾅,
  쪼르르르,
  씰룩씰룩,
  뒤뚱뒤뚱,
  사뿐사뿐,
  겅중겅중.
  퍼즐을 맞추듯 누구의 모습인지 알아맞추는 재미도 있습니다.
  처음엔 신나게 출발했다가 하나 둘 빠지고 노루도 늑대에게 쫓기고, 아기 토끼도 여우한테 잡아먹힐 뻔한 바로 그 순간 나타난 산양 할아버지의 모습도 늠름합니다. 여기까지 끌고 왔던 긴장감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 겨울 분위기를 한껏 내줍니다. 동물들의 표정도 잘 살아 있습니다. 좀 거리를 두고 그린 풍경만 봐도 이야기를 충분히 짐작케 하지만, 각 장마다 글 밑에 그려진 그 장에 중심이 되는 동물들의 표정은 너무나 맑고 깨끗해 보입니다. 늑대나 여우까지도 말입니다.
  동물 주인공,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길목, 동물들의 걷는 모습, 반복 구조 등 모든 게 아이들의 마음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얼핏보면 좀 잔잔한 듯 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담긴 건 활달함입니다.
(글 :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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