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터 홈츠바르트 글/울프 에를브르흐 그림/사계절/ 7000원

작은 두더지가 해가 떴나 안 떴나 보려고 땅위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때 두더지 머리 위로 똥이 떨어집니다. 분노한 작은 두더지가 이 똥 주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유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두더지는,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며 만나는 동물마다 물어봅니다.
그러면 동물들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하면서 억울하다는 듯 자기 똥을 보여주며 자기가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지요.
이러한 구조는 두더지가 만나는 비둘기, 말, 토끼, 염소, 소에게 반복하면서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아 , 다음에도 이렇겠구나' 하는 것을 예상하지요. 그런데 그 예상 이 맞아 떨어지니 아이들은 즐거움과 안정감을 느껴 반복구조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하는 말은 아주 리드미컬하게 읽히지요.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문장에서 아이들은 언어의 즐거움까지 얻는 것입니다. 또한 즐거워하는 동안 아이들은 각 동물마다 똥을 다르게 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각 동물이 누는 똥의 특성까지 알게 되지요.
두더지는 자기 머리에 있는 똥 주인을 못 찾다가 냄새의 명수, 파리에게서 똥 주인이 누군지 듣습니다. 그 똥 주인은 바로 정육점 개, 한스였습니다. 이제 두더지는 이 똥 주인을 찾아갑니다.
이 때 그림을 자세히 보면, 두더지 머리 위에 계속 얹혀져 있던 똥이 없어진 것이 보입니다. 똥 주인을 알아냈으니 굳이 머리에 똥을 이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겠지요. 작은 부분 같지만 작품을 더 승화(?)시키 고 있지요.
똥 주인을 찾아간 두더지는 어떻게 했을까요? 개의 사과를 받아내고 화해하였을까요?
보통 어린이 책은 교훈적이어야 하니까 화해하면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두더지는 뚱뚱이 한스(똥 주인) 집 위로 기어올라갔어요.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까만 곶감씨가 뚱뚱이 한스의 이마 위로 슝하고 떨어졌답니다. 이 까만 곶감씨는 무엇일까요?
후후훗, 바로 두더지의 똥임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입니다.
화해를 해야 교훈적인데 그 생각을 뒤집고 두더지는 화해는커녕 통쾌한 복수를 합니다. 두더지는 복수 를 하면서 카다르시스를 느꼈겠지요. 이 장면에 이르면 아이들도 하하하 통쾌해집니다(어른들도 모두 하 하하 통쾌해집니다). 그런데 이 복수가 잘못됐다거나 지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어른들도 '이렇게 비교훈적일수가' 하고 느끼지 않고, 하하하 웃는 것일 겝니다. 그림 을 보면 아주 잘 표현이 되었는데요, 작은 두더지 머리 위에 있던 소시지 같은 그 한스의 똥을 보면 '으― 윽'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한스의 머리 위에 있는 작은 곶감 씨 같은 두더지의 똥은 너무 나 애교스러워, " 한스, 너 머리 위에 똥 있는 것 모르지롱. 샘통이다"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이렇게 치밀하게 만든 이 책은 영원히 아이들의 고전이 될 것입니다. (글 : 김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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