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은영 글/창비/200쪽/7000원

어른들은 갈수록 세상살이가 힘들어 진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힘들어 하는 만큼, 그만의 무게만큼 힘들어 할 지도 모릅니다.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후문을 막 지날 때 입니다. 그곳에는 리어카 한 대에 많지않은 과일을, 그것도 한 종류만 파는 아저씨가 계십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봄기운을 느끼며 걷고 있는 나의 눈에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아파트 뒤쪽. 잔디가 드문드문 나있는 그곳, 바위 위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처량해 보이기도 했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햇살이 고마웠습니다. 만약에 춥기라도 했다면 , 바람이 많이 불었더라면 얼마나 을씨년스러웠겠는지요.
햇살이 힘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 아저씨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아이들도 작은 것에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안다면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겠지요. 더불어 잘 관찰하게끔 되겠지요. 풀, 바람, 햇살, 비 자연의 모든 것들…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의 소중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서로 살아가는지를 서서히 아주 서서히 깨닫게 되겠지요.
여기 지나쳐온 삶의 소중함을 알고 계시는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그 삶의 소중한 만큼, 꿋꿋하게 살아가는 ‘힘’을 담고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시인의 언어는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는 표현은 우리에게 지혜를 줍니다.
흙 냄새, 풀 냄새, 사람 냄새가 나는 시.
힘겨워 하는 아이들. 소중한 것, 귀중한 것 들을 놓쳐버린 아이들. 하지만 돌 틈에 핀 민들레를 보고 예뻐하며 귀히 여기는, 작은 것을 사랑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정겨운 냄새가 나는 시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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