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글/김환영 그림/사계절/199쪽/8500원

암탉 잎싹에게.

우리 집 베란다 앞에서 밖을 보면 고등학교가 보이고 베란다 뒤에서 보면 초등학교가 보인다. 아침 7시에 조용히 등교하는 고등학생부터 특유의 재잘거림으로 등교하는 초등학생도 볼 수 있단다. 저녁 9시에는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때는 조금 왁자지껄하단다. 아이들이 살아난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생기를 되찾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난 그 아이들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리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다. 그 아이들은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어떻게 자기 인생을 꾸려 나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단다.
마음 졸이고 긴장하며 너의 이야기를 읽었단다.
암탉으로 태어나 수탉과 함께 병아리를 키우며 살고 싶어하는 너의 소망을 접하면서 나에게는 어떤 소망이 있는지, 있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마당을 거쳐 거친 자연으로 나온 너의 모습을 보고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너, 잎싹처럼 용감해 질 수 있니?’ 라고.
알을 발견하고 알을 품고 그리고 새끼가 태어나고, 얼마나 기뻤니?
그런데 야생오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기 오리 초록머리가 너를 떠났을 때 너는 얼마나 슬펐니?
하지만 알 것 같아. 슬프면서도 기쁜 너의 마음을. 힘겹게 살았지만 결코 후회 없었음을. 아기 오리를 보냈을 때 너의 충만한 기쁨을 나는 알 것 같다.
재잘거리며 뛰어 노는 아이들도 공부에 지쳐 한없이 조그라들고 있는 아이들도 이제 곧 마당에서 나와 거친 곳으로 뛰어 들겠지. 아니. 이미 뛰어나와 너처럼 힘겹게 자신의 삶과 정면 대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떠나간 초록머리처럼 너에게 양분을 얻어 파란 하늘로 힘있게 비상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럼 안녕.

이 동화를 읽으며 능력 있는 작가와의 만남이 즐거웠습니다. 암탉이 야생오리를 키우는 장면이나 마지막 부분에 족제비에게 잡혀 먹힐 때 잎싹의 생각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방식이고 자신의 삶을 조용하지만 투쟁적으로 꾸려가는 잎싹의 문제제기, 아니, 작가의 문제제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며 잎싹의 선택에 대해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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