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와 늑대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글/작은우주 옮김/유기훈 그림/대교출판/208쪽/7500원

알래스카, 에스키모, 툰드라 평원, 검은 늑대.
문자로 만나기만 해도 그곳은 가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미지의 땅이다.
혹독한 추위가 느껴지는 그 곳에서 우리는 미약스라고 불리는 한 소녀를 만난다. 줄리는 미약스의 미국식 이름이다. 미약스는 아버지 카푸젠의 영향으로 인디언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고 미국 문명에 의해 허물어져 가는 에스키모 사회와는 다르게 에스키모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소녀이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에스키모 사회의 조혼 풍습으로 일찍 결혼하게 되는 미약스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 미약스는 툰드라 평원에서 길을 잃게 된다. 그리고 미약스는 대장 아마록이 이끄는 늑대 가족을 만나게 된다.
길 잃은 소녀에겐 나침반도 없다. 낮이 계속되어 별을 보고 길을 찾아 갈 수도 없다. 그리고 먹을 것도 없다. 미약스가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늑대 가족뿐이다.
끝간데 없는 대평원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인간이었을까? 아니면 그곳에서 나름의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이었을까? 아니면 모두가 그 땅의 주인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힘의 논리에 의해 그 땅의 주인은 매번 바뀌었을까?
미약스가 적이 아님을 알아차린 늑대 대장 아마록은 소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준다. 가족 사이에 우정이 생겨난 것이다. 아니, 황량하고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똑같이 그 자연을 이겨나가며 살아왔던 에스키모인 들과 늑대 가족의(적이면서도 적인 것 같지 않은) 그 끈끈한 유대를 우리는 미약스와 아마록에게서 보고 있는 것이다.
원시적인 도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닌, 오직 즐거움만으로 사냥하는 비행기와 총으로 무장한 사냥꾼들에게 늑대 대장 아마록이 죽는다. 슬프게 가슴을 찢는 늑대 가족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미약스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알래스카 대평원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그곳은 아마록의 땅이요, 미약스의 땅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아마록과 미약스의 우정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들의 우정이 아마록의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님을 아이들은 알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거스르며 살아가지 않는 늑대 가족의 살아가는 방식을 보며 그들의 세계를 인정할 것이며, 거대한 대평원의 정기를 온 몸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에 진정한 주인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줄 수 없겠지. 하지만 아마록과 미약스로 하여금 아이들이 사랑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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