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고금

마해송 지음/김성민 그림/우리교육/239쪽/7000원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이 말을 언제나 믿는 아이가 있을까?
물론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지만, 아이 입장에선 억울할 때도 속상할 때도 많은 법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진짜 부모인가 싶도록 아이를 구박하는 경우도 가끔 만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강을성도 아버지의 구박 때문에 집을 나온다. 을성이 아버지는 장남인 갑성이만 좋아하고, 둘째인 을성이한테는 언제나 '돼지'라고 부르며 미련하다고 구박한다. 어머니는 을성이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을성이를 두둔하면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으니 그런 표를 안 내려고 한다. 첫째 갑성이는 고자질쟁이에 언제나 돼지를 못 살게 군다.
하루는 갑성이가 켜 놓은 촛불 때문에 불이 나고, 을성이는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아버지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파란 가방을 가지고 나온다. 하지만 자기 시험지와 책만 달랑 들고온 갑성이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던 아버지는 을성이의 뺨을 때리고 돈이 들어있는 고리짝을 빼내오지 않았다고 구박한다. 불을 낸 것 역시 을성이가 아닐까 의심까지 하면서 말이다. 을성이를 이해해주는 건 식모 아줌마뿐이다.
결국 을성이는 집을 나와 평상시 자기에게 잘 대해 주던 아저씨를 따라간다. 하지만 을성이가 따라간 곳은 아이들을 꾀어내어 소매치기나 도둑질을 시키는 악당들의 소굴이었다. 을성이는 도둑질을 할 순 없다고 다짐하고, 그 소굴을 빠져나와 성당으로 가 도움을 청한다.

이제 화해의 시간이다. 성당 신부님의 주선으로 아버지가 내려오고 아버지는 자신이 을성이를 미워한 게 아니고 오히려 을성이가 든든해서 을성이를 대상으로 화를 냈다며 사과한다.

이 책은 형제들간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아이의 심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960년대 초(59년 1월부터 60년 6월에 경향신문 연재)라서 곳곳에 지금과는 다른 낯선 풍경들이 그려있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주인공 을성이의 마음에 공감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은 문학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글 :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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