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퉁한 스핑키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비룡소/50쪽/7000원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의 자기 세계가 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유치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은 사뭇 진지합니다. 어른들도 아이일 때가 있었건만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쉽게 상처를 줍니다.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기가 꺾이고 자신감을 잃어버립니다. 믿었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섭섭합니다.왜 사랑한다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생각합니다. 나도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아니, 엄밀히 얘기하면 시험해 보고 싶은 것입니다. 내가 밥도 안 먹고 말도 안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하며 달래주기를 바라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부르퉁한 스핑키>는 식구들에게 화가 난 어린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스핑키를 스컹크라고 놀리는 누나, 항상 빈정 되는듯한 형, 자기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빠에게 스핑키는 너무나 화가 나 있습니다. 엄마가 스핑키에게 입을 맞추면서 스핑키가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사랑했노라고 말했지만 스핑키는 요번에는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친구들이 와서 놀자고 하여도 스핑키가 좋아하는 할머니도 오셨지만, 스핑키는 더 이상 이 세상과 친하지 않기로 맘을 먹었기 때문에 마음을 돌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구들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여기에 이 그림책의 매력이 있습니다. 식구들이 스핑키를 사랑하고 스핑키도 식구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작은 사건은 막을 내리려고 합니다. 스핑키가 양보할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입니다. 어쩌면 식구들이 잘 몰라서 그랬을 거야, 식구들이 나한테 그렇게 군 게 꼭 식구들만의 잘못일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화를 풀면서 우스운 꼴이 되지 않을까 고민 합니다. 그러다가 식구들을 깜짝 놀래주는 비밀작업을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혹은 형제들에게 화가 난 아이가 있고 그 아이의 화를 사랑으로 풀어내려는 부모가 있습니다. 무시하지도 않고 자책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으면서 아이의 화를 풀어주려는 마음이 예쁘게 드러납니다.
  이 그림책에 몰두하는 아이를 보면 나에게도 알게 모르게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도 알 것 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을.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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