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한미희 옮김/비룡소/368쪽/9500원

1999년이 가고 2000년이 왔다. 밀레니엄 시대니, 21세기가 도래했느니, 텔레비전이며 신문이며 다들 야단법석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 듯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난다. 어차피 시간이란 사람이 정해 놓은 것인데, 그저 시간은 앞으로 가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제부터 2000년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나 또한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느끼기도 한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의 이야기인 모모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 시키는가를 묻고 있는 책이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소녀 모모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 모모와 얘기하고 있으면 걱정거리도 사라지고 어느덧 행복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청소부 할아버지인 베포와 이야기꾼인 기기는 모모에게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하지만 모모의 친구들은 하나 둘 모모를 찾아오지 않게 된다.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 신사들과 이상한 거래를 하면서부터 이다. 그들에게 더 이상 시간을 허투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쓸 수밖에 없다. 모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친구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아이들과 노는 시간도 그들에겐 낭비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색 신사들과 거래를 하게 되고 도시는 차가운 기운으로 뒤덮이게 된다. 회색 신사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모모를 위협한다. 그때 30분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모모는 우리 인간에게 시간을 나누어주는 호러 박사와 만나게 된다. 거기서 모모는 시간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모모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전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모모는 참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현실 속에 존재하면서도 어쩐지 잊혀진 것 같은 시간을 삶의 모습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탄탄한 철학의 세계는  경이로움 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잘 짜여진 서사 구조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책을 못 놓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모모의 캐릭터 또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고 자유에의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사람들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세운 것이던 부모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강제된 것이든 말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진짜 나의 꿈일 수도 있겠고 순간순간 누려야 하는 행복일 수도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지금 이 길을 왜 가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모모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간을 찾으세요. 삶의 모습을 보세요. 라고.(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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