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하늘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글/이수련 옮김/사계절

 

   1. 

아이는 내게 묻는다.

튠을 믿지 못하는 것은 튠이 흑인이기 때문이야, 아니면 어른들은 원래 그런 거야.

나는 금방 대답하지 못한다.

글쎄”…… 흑인이기 때문이겠지, 아니 둘 단가?

 

   2.

그냥 그렇게 어린아이인 채로 한 평생을 보내면 어떨까? 벌거벗고 뛰어 놀아도 아무렇지 않고, 힘들면 힘들다고 땡강도 부리고, 울고 싶으면 울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기만 하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그런데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 복잡하다. 생각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해가 안 되는 일도 너무 많다. 나랑 틀린 건지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너무 복잡하다.

 

   3.

튠과 버크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자신들이 컸다고 느끼기 전에 이미 주위의 어른들의 시선은 심상치 않다, 친형제 같은 친한 사이였는데, 거기에 남자와 여자라는 덧칠이 되고, 아마 그것은 흑인여자아이와 백인남자아이라는 수상한 색깔의 덧칠일 것이다. 뿌리 깊게는 노예의 신분이었던 흑인들과 그들을 누리고 살았던 백인들의 관계 속에서 그들도 어쩌지 못하는(?) 편견과 차별의식이 작동했을 것이겠지. 거기 그렇게 튠과 버크는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폭풍우가 불 것 같은 위험한 하늘 같은, 14살의 봄을 맞이한다.

 

   4.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계절 노동자들을 위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조지 아저씨가 죽은 것이다. 낚시를 하러 간 튠과 버크에게 발견되었다. 조지 아저씨의 시체를 본 튠은 황급히 도망을 가고 버크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두 가지만 빼고. 하나는 튠이 자신과 같이 있었다는 사실과 아침에 점보씨가 배를 타고 갈고리로 주변을 뒤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점보 씨가 죽인 것이라는 확신을 하면서도 말할 수 없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유를 버크조차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말할 수 없었다. 더더군다나 튠이 쓸데없이 의심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증언이 튠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이 14세의 소년이 알 리가 없었으므로.

 

   5.

튠과 나한테는 어른들이 점보 씨가 얼마나 사악한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악마성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점보 씨만 사악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 그의 영향력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는, 그래서 묵인하는 사람들도 사악한 것이 아닐까? 튠이 조지 아저씨를 죽였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철저하게 조사하지도 않고 튠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 흑인여자아이이기 때문에 쉽게 믿어버리는 사람들, 진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 또한 사악한 존재들 아닌가?

버크의 아버지도- 그는 착한(?)백인이다- 버크를 믿어주지 않았고 엄마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조급하게 버크를 몰아세운다. 할머니는 버크를 믿어주지만 용서와 기다림을 배우라는(너무 깍아내리는 것 같지만) 무기력한 모습이다. 그리고 정의와 양심으로 대변되는 판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튠이 쓴 누명을 벗겨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 고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판사는 이미 그전의 판사가 아니다. 그래서 이미 권위를 잃어버린 제 정신이 아닌 인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왜 나는 여기서 사악함이 느껴질까? 판사가 제 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사회의 정의란 어차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를 제 정신이 아니 사람으로 그림으로써 제정신이었다면 튠의 진실이 통할 것처럼 생각하게끔 하는, 사악함이 보였다고나 할까? (이미 굳어져버린 미국의 이미지가 나에게 이런 반감을 가지게 했겠지.쯧쯧)(혹시 내가 너무 사악한 것은 아닐까?)(사악함이라는 단어를 찾아봐야겠다.)

어른인 나는 나의 사악함이 들킨 것 같아 내내 불편해하면서 읽었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마음대로 어른들을 욕하면서 버크의 편에 서있다. 버크의 시선으로 튠을 바라보면서 버크의 믿음과 용기를 가질 것이다.

 

   6.

좌절과 절망, 맛보고 싶지 않는 단어들이다. 나 또한 겪고 싶지 않고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다. 이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들은 어디에선가 패배하고 그리고 좌절하며 절망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좌절할지라도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며 정리해 나가는 힘을 보여주기 바란다.

튠은 흑인이다. 뿌리 깊은 편견이 그녀를 좌절하게 한다. 그녀는 상습적으로 점보에게 성폭행 당한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현실이 그녀를 절망하게 한다. 그녀를 편들은 조지 아저씨가 죽는다. 무서움이 그녀를 둘러싼다. 그녀는 살인누명을 쓴다. 억울하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이다. 그녀는 차갑게 모든 것을 체념한다.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 버크에게서. 그리고 유년의 기억에서. 바닥까지 내려간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올라올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아이들에게 부담스러운 숙제로 남아 있을 것 같다.

 

   7

 버크는 튠이 자신과 똑같이 평범한 유년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고기를 잡으며 보냈던 행복한 기억으로만 튠을 생각했다. 그런데 튠은 아픈 상처와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년은 열심히 노력한다. 튠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은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내 가장 소중한 친구 튠을 잃었고, 그와 함께 세상은 원래 좋은 곳이고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믿음도 같이 잃어버렸다. 세상이 지니고 있던 마술 같은 힘은 사라졌다. 한마디로 나는 내 유년기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이 세상에 마술 같은 힘은 존재하지 않지만 버크가 보여준 믿음과 노력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튠에게 기적처럼, 가끔씩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눈물을 훔쳐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튠과 버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도.(글 : 이미숙)

 

    8

Dear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저는 선생님의 책을 읽은 독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또한 위험한 하늘 때문에 울음을 터트리고만 평범한 소녀이기도 하고요.
 튠처럼 매의 눈을 가지지도 않고 전과목에서 A학점을 받는 학생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 이렇게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튠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힘들어야 하나요?
 전 참 화가 났어요. 왜 어른들 중의 일부는 보안관이나 점보씨나 버크의 아버지처럼 눈 앞의 현실을 믿으려 하지도 않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분명 튠이 살인을 한게 아닌데도… 그런데도 그 더러운 점보씨의 말만 믿는 건가요? 왜 사람들이 …정말 위선자예요… 그들은 정말…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처음에는 그런 억울한 사람을 변호해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저는 그런 사람들과 살아보지 않고 그 사람들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해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럼 전 무엇을 해 줄 수 있나요?저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너무 큰 바람인가 봐요…
그래도 전 튠이 너무 불쌍해요. 그리고 왠지 흑인들처럼 차별당하고 죄를 덮어 썼던 유태인들과 한국사람들이 떠올랐어요…그래서 울었어요…

선생님, 그럼 전 이만…

                                  2003년9월28일 임지연.....................................임지연은 2003년 현재 초등 6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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