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 초등학교만 올라가면 그림책은 읽히지 않는다?!
- 발달 단계와 관련하여 -


1.
단계에 맞지 않는 책을 아이들에게 권하고 읽히는 것은 젖먹이 아기에게 갈비를 뜯게 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이 말이 더 절실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ㆍ고등학교때는 아이들에 따라 독서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폭 넓게 조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을 처음 만나거나 올바른 독서문화를 새롭게 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연령에 맞는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자를 알기 전에는 그림을 통하여 이야기를 이해합니다. 엄마나 아빠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사물을 인식하고 또 경험합니다. 별의별 세상이 다 있으니 얼마나 신기하겠는지요. 글자를 알고 난 후에는 스스로 읽어낼 수 있다는 성취감에 기뻐하며 문학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생생한 표현들, 공감되는 이야기들, 경험할 수 없는 세계에 빠져 아이들은 어느덧 불쑥 커져 버립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가 6살이나 7살, 아니면 5살에 한글을 다 떼고 책을 혼자서 줄줄 잘 익는다고 아이에게 모두 맡겨 버리시는 건 아닌가요? 학교 가기 전 그 몇 년 동안 그림책만 보았으니까 "초등학교 1학년이 무슨 그림책이냐" 라며 그림책을 외면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그림책을 보는 건 어쩐지 유치하고 어리다는 생각이 있으신지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교실의 학급문고를 보면 아직도 대다수의 엄마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한 두 권씩 책을 가져와서 학급문고를 채웁니다. 가져온 책들은 성의 없이 보냈다는 것을(안보는 책을 골라 보낸 경우도 있다)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책이 1, 2학년이 보기엔 어려운 책들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은 어려운 책들을 볼 준비가 되었을까요. 그림책은 이제 그만! 이라고 거부하고 있는 걸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2.
아이들에게(유아) 좋은 책을 골라줄 책임이 있는 성인은 아이들의(유아의) 발달적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아이의 개인적인 특성은 고려되어야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0세에서부터 초등학교 1~2학년까지의 특성들만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영아기(0~2세)의 특징을 보면, 감각 기관들이 빠르게 발달하여 손에 있는 것들,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말소리, 그리고 리듬감이 있는 간단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어야 하고 그림책이라면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양을 가진 짧은 책이 좋습니다. 단순하고 밝은 그림들을 보여주고 익숙한 대상들을 그린 그림책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을 통해 아이는 안정감과 신뢰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취학 전 유치원기 (3~5세)는 어휘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기입니다. 운동능력이나 언어활동이 매우 활발해 지며 또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아이들의 놀이에 관한 이야기, 혹은 모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적인 이야기, 장난감과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있는 책, 그림만으로도 상상이 가능하며 이야기가 엮어지는 책을 권합니다. 또한 이 시기의 아동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입니다. 호기심도 많습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주변의 사물, 인물들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2학년 (6~8세) 때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흥미가 계속되고 호기심이 더욱 다양해 집니다. 현실과 환상을 구별할 줄 알며 자기자신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친구 관계가 점차 중요해 지며 가족 관계와 학교에서 교사와의 관계들이 중요해 지는 시기입니다. 언어가 계속 발달하므로 이야기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 더욱더 풍부하고 다양한 문학작품의 언어와 그림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사실이나 정보를 다룬 과학그림책 또는 지식그림책도 좋습니다.
(이상은 '양서원'에서 나온 <유아에게 적절한 그림책> 중 '유아의 발달적 특성'을 참조했습니다.)

3.
<강아지 똥>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강아지 똥의 이야기와 더불어 감동이 더해지는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 작품입니다. 특히 '관계'에 대해 폭 넓게 인식하는 시기인 1~2학년의 정서에 잘 맞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특히 옛날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옛날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겪는 경험과 모험 이야기들! 아이들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들을 고난 속에서도 해결해 나갑니다. 우리의 옛날이야기 그림책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그림책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더욱 풍부해 질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모아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때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들! 아무리 산만한 아이더라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집중하는 그 모습은 너무나 이쁩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첫장을 넘기는 순간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유아 때는 그림책, 이제 1학년이 되었으니 동화책 그 다음은 위인전… , 물론 이렇게 아이들에게 권하는 분은 없겠지만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책을 보여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4.
그림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눈물과 기쁨, 열정과 사랑을 담고 있는 그림책. 이러한 그림책은 초등학교 5~6학년이 봐도, 아니 중고생, 어른이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한글을 언제 깨우쳤든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이제 서서히 자기 중심의 세계에서 한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학교 그리고 다른 문화와의 다양한 접촉들. 아이들은 성숙해 지려고 합니다. 위인전집이나 필요이상으로 글자가 많은 책들은 그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세계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골라주어야 하는 건 우리 어른들의 중요한 몫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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