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 훌륭한 아이로 키우려면 위인전을 읽혀야 한다?!

  
1.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좋은 위인전을 좀 많이 권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 속담처럼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훌륭한 사람들의 일생을 본받을 수 있도록 위인전을 읽히려는 부모의 욕심 때문이다.
물론 위인전을 좋아하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한 번 위인전에 빠진 아이들은 다른 종류의 책들은 안 읽고 위인전에만 빠지기도 한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인데다, 그 사람의 일화와 업적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전개가 스피드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위인전을 권해달라는 학부모님들의 부탁을 들을 때 가끔씩 망설여진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첫째, 1-2학년, 심할 경우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을 소개해 달라고 할 때다. 앞서의 속담처럼 부모님들은 대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선 위인전을 어려서부터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위인전 대부분이 인물을 거의 신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아이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왜 위인들은 어렸을 적 모습이 다 똑같아?"라구.
아이들이 많이 읽는 위인전을 세심하게 읽어본 부모님이라면 이 아이와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처음 태어날 때 태몽부터 예사롭지가 않고, 동네에서 놀 때도 언제나 골목대장 노릇을 한다. 혹시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골목대장을 못 할 경우엔 뭔가 남과는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또 살아가면서 책 속의 위인은 방황이나 고민은 별로 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성공을 한다.

2.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지 그 까닭을 알기 위해서, 먼저 좋은 위인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위인전'이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들의 업적 및 일화 등을 사실에 입각해 적어놓은 글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보통 보는 위인전은 대개 과학자나 발명가처럼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비중이 높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장군이나 정치가, 예술가, 학자들이 있고, 드물긴 하지만 카네기 같은 재벌들도 위인전 목록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처럼 외세의 침입을 받은 나라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비중도 높다.
위인전에 있는 인물들이 이런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동의하실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겐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달라졌겠지만, 부모님들의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위의 경우 말고도 마이클 조던이나 서태지 등 스타들을 위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서로 살았던 시기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고, 한 일도 다른 위인들의 모습 가운데 왜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걸까?하는 점이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간에도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대다수인데 말이다.
나는 그 이유가 위인전의 서술 방법 때문이라고 본다. 주인공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계속 염두에 두고 그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태도 말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개인의 평범한 일화도 위인전 속에서는 '큰 일을 하기 위한 남다른 행동'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에디슨'이다.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에디슨 전기가 어느 출판사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디슨이 어려서 저질렀던 엉뚱한 행동 - 계란을 품는다는지 - 들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어떤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써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귀가 먹었을 때도 그냥 꾿꾿하게 그 역경을 잘 헤쳐 나갔다고만 되어 있지, 에디슨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에디슨이 훗날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을 때도 그렇다. 그 발명품이 당시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알 수가 없고, 단지 많은 발명을 해서 성공(출세)했다는 식으로 끝났던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읽었던 이 책만 이렇게 서술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에디슨의 경우는 교과서에도 자주 실리는데, 교과서의 서술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언젠가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냐는 엄마의 꾸중을 듣고 조카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에디슨은 더 했어요. 학교도 안 다니고 이상한 행동만 해도 다 출세해요."
순간 언니(조카의 엄마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할 말이 없다고 하면서.
그래서 내가 나중에 조카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왜 그렇게 대답했니?"
그랬더는 조카는
"맞잖아요. 에디슨은 공부도 못 해서 학교에서 쫓겨났어도 훌륭한 사람이 됐잖아요. 에디슨의 행동은 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건데……, 왜 내가 에디슨 같은 행동을 하면 야단만 치는 거예요!"
하며 오히려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단지 유명한 일화이기 때문에, 그 인물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사례로 끼워 맞춰지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3.
그래서 다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요즘 아이들이 읽는 에디슨 전기도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과 여전히 비슷하게 쓰여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서점에 들러 에디슨 전기를 찾았다. 거의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에디슨 전기는 빼놓지 않고 출판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먼저 대일출판에서 나온 <에디슨>(김순경 엮음)을 보았다.

"에디슨의 탄생한 1847년 2월 11일 오전 3시라는 시간은 그가 일생을 통해서 경험하게 될 신비스런 시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확실히 이 갓난 아이의 커다란, 모양이 좋은 이 머리는 지혜가 있는 아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7쪽)
"그가 최초로 실험을 시작한 한 가지 일은, 거위의 알을 몇 시간 동안이나 자기가 품고서 새끼 거위가 알을 깨고 나와주기를 바랐던 일이었습니다."(12쪽)

역시 에디슨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 그리고 머리 모양까지 들먹이며 에디슨의 천재성을 예언하듯 쓰여져 있었다. 게다가 에디슨의 일화 가운데 하나인 이 헤프닝을 마치 에디슨의 의식적으로 한 실험인냥 써 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서출판사에서 나온 <영원히 살아있을 발명왕 에디슨>(유한준 글)도 마찬가지다. 대일출판사에서 나온 것과 시작은 비슷하다.

"아들이다! 일곱 번째 아기는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마술사가 된다던데……."(10쪽)
"드디어 꼬마 앨은 위대한 과학자, 발명가의 첫 꿈을 달걀로 펼쳐보였습니다.……꼬마 에디슨이 달걀을 품고 앉아 닭이 되어 나오기를 기다린 기막힌 실험은 에디슨이 세상에 나와 맨 처음 한 실험입니다.……그러나 궁금증을 풀어보려는 아들의 생각에 감탄하였습니다."(18쪽)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디슨은 소년시절 귀가 멀었을 때도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뿐이다.

"그런데도 에디슨은 여전히 명랑하게 지내며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에디슨>(바른사/정용채 엮음) 51-52쪽)

위인들은 인간적인 고뇌도 거의 느끼지 않는 것만 같다.
또한 에디슨의 발명에 대해서도 같이 연구한 동료들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에디슨 혼자의 힘으로만 이룩한 것처럼 서술되어 있어 한 사람을 지나치게 신격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결국 요즘 나오는 책들을 살펴본 결과는 '조카가 이렇게 받아들일만도 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4.
그래서 나는 '위인전'이라는 말 대신에 '인물 이야기'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다.
'위인'이라는 틀에 가려 그 사람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한 사람의 '인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디슨의 경우처럼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은 저지를 수 있는 일화가 어느 틈에 위인이 될 소지를 보여주는 일화로 변질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인물의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물 이야기는 그 사람이 살던 그 시대 상황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의 업적은 그 시대 상황 속에서 볼 때만이 올바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일제 시대 때 일본 천왕을 죽이는 것과 지금 일본 천왕을 죽이는 게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한 가지씩을 발명한 사람이 있다면 그 발명품이 사회에 어떤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게 되고 그 인물의 중요성도 달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5.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위인전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마다 망설여지는 이유말이다.
나는 위인전, 아니 인물 이야기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이상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인물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 그 사람 삶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절망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도 모두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또 그 사람의 행동은 당시 사회 상황에서 규정받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 속에서 그 인물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물 이야기는 단순히 인물 이야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안목까지 키워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제대로 쓰여진 이야기는 저학년에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저학년은 책에 쓰여진 글자는 읽어나가겠지만, 그 이야기 속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들어가더니 인물들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그건 아이들에게 인물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게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부분에 한해서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때의 관심은 인물의 삶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유아 시절 "엄마, 이게 뭐야?"하고 사물에 대해 보이던 관심의 범주가 인물에게까지 넓혀진 정도이다.
때문에 이 호기심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 머물러 있다. "엄마, 이게 뭐야?"하고 물었을 때, 엄마가 "응, 이건 OO야."라고 대답하면 금방 또 다른 것을 가리키며 "엄마, 이건 또 뭐야?"라고 넘어가면서 하나 하나를 배워나가는 것처럼,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유치원,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에게 관심이 옮겨지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고 있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저학년 무렵의 아이들에게 인물 이야기는 그 의미보다는 재미있는 일화나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더라 하는 정도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일종의 상식 정도의 수준에서 말이다. 물론 상식 정도의 지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상식이라면 백과사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대부분의 위인전은 오히려 해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인물 이야기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앞서도 계속 말한 것처럼 한 사람을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저학년이 읽기엔 무리가 있는 게 바로 그 때문이며,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쓰여진 인물 이야기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신적인 존재로 그려진 그런 인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대로 쓰여진 인물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권해 준 책'이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인물 이야기 가운데 좋다고 여겨지는 책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3학년 정도 **
<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이재복 글/지식산업사)
<물오리 이원수 이야기>(이재복 글/지식산업사)
<내가 살던 고향은>(권정생 글/웅진)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원병오 글/우리교육)
<꽃동네 이야기>(곽영권 글/꽃동네출판사)

** 4학년 이상 **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정상목 글/창작과비평사)
<이봉창>(최향숙 글/산하)
<윤동주>(정진구 글/산하)
<김순남>(김별아 글/사계절)
<마틴 루터 킹>(권태선 글/창작과비평사)
<윤봉길 의사>(방영웅 글/창작과비평사)
<이육사>(김명수 글/창작과비평사)
<조영래>(박상률 글/사계절)
<백범 김구>(심경림 글/창작과비평사)
<전태일>(위기철 글/사계절)
<장준하>(김민수 글/사계절)
<신동엽>(김응교 글/사계절)
<신채호>(김서정 글/산하)
<안녕하세요 벨 박사님>(주디스 조지 글/비룡소)

이 외에 인물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계를 변화시킨 과학자》(두산동아) 시리즈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림책 형식으로 되어 있어 저학년용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데, 오히려 중학생들한테 더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글 :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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