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 전집이 좋다. 왜?

책이 많으니까!?

  1. 왜 우리 엄마들은 전집을 좋아할까? 
  

얼마전 모 잡지사에서 전화가 왔다.
"전집을 고를 때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전집을 많이 사니까 전집을 고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잡지 에 이것을 실으려고 한다고 한다.
그렇지!
사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거의가 전집을 가지고 있다.

왜 우리의 엄마들은 전집을 그리 좋아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집에 전집이 있었다.
우리집이 처음으로 전집을 산 게 내가 국민학교(내 국민학교 때 얘기하면서 초등학교라고 하는 게 왠지 어색 해서 말이지요) 3학년 때인 1974년이다.
아마 우리나라에 전집이 대유행이 된 게 이즈음부터가 아닌가 한다. 이때부터 우리의 뇌리 속에 어린이 책하 면 으레 '전집'을 떠올리고 어린이를 위하는 부모라면 최소한 집에 전집 1질은 있어야지 하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진행한 학부모 독서지도 강의 가운데 한 강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강의가 끝나자 한 어머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죽 강의를 들어보니 전집을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데 그래도 다들 사는데 나만 안 사니까 불안 해서요, 어떤 전집을 사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세요."
바로 엄마들이 갖는 불안심리와 군중심리이다. 옆집에도 전집이 있고, 앞집에도 전집이 있고, 뒷집에도 전집이 있는데 우리집에만 없으니 웬지 우리 아이만 뒤지게 될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우리 엄마들이 전집을 사게 만든다.

2. 전집을 사놓으면 뭐가 좋을까?   

전집을 사놓으면 우리 엄마들은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 우리 아이가 읽을 책, 이만큼 있으니까 됐다.'
이제 아이에게 무슨 책을 사줄까 하는 고민은 끝이다.
항상 '이 책을 사줘야 하나? 저 책을 사줘야 하나?'
'이 책이 나은 것 같은데? 아니 저 책이 나은 것 같은데? '
하는 고민거리 하나가 깨긋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이제 아이가 열심히 읽어만 준다면 엄마는 행복하다.

또 장식효과에도 아주 좋다.
번듯번듯한 책들이 몇 십권씩 좌-악! 얼마나 보기 좋은가!

3. 그런데 우리 '오른발 왼발'은 왜 전집을 권하지 않을까?

(1) 전집을 보는 순간 질려버린다

앞서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 우리집에서 전집을 처음 산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사실 나는 참 책을 좋아했다. 언니가 학교에 입학할 즈음이 되서 집에서는 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붙들고 앉혀놓을 때 욕심많은 나는 언니 어깨너머로 한글을 배워버렸다. 그때는 언니가 뭐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도 해보고 싶었다. 언니랑 똑같이 하려는 욕심이 한글을 일찍 깨우치게 했는데 그때부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읽을거리가 있으면 뭐든지 읽어버렸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까 엄마는 내가 3학년 때 그 전집을 사 주셨다. 그때 우리 형편으로는 좀 무리를 해서.
그 전집은 삼성당에서 나온 50권짜리 전집이었는데 책꽂이까지 같이 주었다. 덕분에 그 전집은 우리집을 멋지 게 장식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만 그 책들 앞에 주눅이 들어버렸다. 나는 그 책들을 꼭 1번부터 차례대로 읽어 야 할 것 같았다. 아마 어떻게 어떻게 해서 책들을 다 읽기는 하였는데 책의 재미에 빠지지 못하고, 읽어야 한 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또 친구의 딸(지연이) 얘기인데 이 아이는 참 책을 좋아하는 아이다.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아빠가 지연이가 7 살 때 지연이의 책(지연이의 책은 다 단행본이다)을 크기가 같은 책끼리 짝을 맞춰 나란히 책꽃이에 꽂아주었 단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이 아이가 책을 보지 않더라는 것이다.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책을 빼면 꼭 그 자리 에 다시 꽂아놓아야 될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단다. 그 얘기를 들은 지연이 아빠는 다시 책을 크기에 관계 없이 아무렇게나 꽂아놓았단다. 그랬더니 다시 책을 열심히 보더란다.

아이들은 똑같은 크기로 권수가 많은 그 전집들 앞에서 '이 책을 언제 다 읽나?' 하고 책을 읽기도 전에 주눅 부터 들어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2)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미지, 감동이 잘 살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방문판매용 전집을 기획할 때는 어떤 틀에 묶게 된다. 그러다보니 책들은 몇십권이 모두 같은 크기로 기획이 되게 된다. 그런데 그림책의 경우는 내용에 따라 책의 크기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모두 한 크기로 묶어버리니 내용이 주는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아기곰의 가을나들이>는 같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탄생'이라는 70여권으로 된 전집으로 먼저 출판하였다. '위대한 탄생'('위대한 탄생' 전집은 전집류 가운데 나름대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도 물론 책 크기가 다 똑같다. 그리고 작년에 보림에서는 <아기곰의 가을 나들이>를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나는 '위대한 탄생'에서 나온 <아기곰의 가을 나들이>를 먼저 보았는데 단행본으로 나온 것을 보자 훨씬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단행본으로 나온 이 책은 전집류의 책보다 크기도 훨씬 크고 표지에서도 책의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전집에서는 똑같은 크기로 묶어버리니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미지, 감동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3) 좋은 책을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또 하나는 좋은 책을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전집은 출판사나 그 기획에 따라 권수가 달라지는데 대부분은 몇 십권씩에 이른다. 그런데 사실 그 가운데 진짜 좋은 책은 정말로 단 몇 권일 때가 많다. 모 복지관에서 아이들 독서교실을 했을 때이다. 한 기를 시작하려 할 때 학부모가 면담을 요청해 왔다. 집에 책이 많이 있는데 또 다른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집에 전집이 있을 경우, 아이가 책을 사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엄마는 "집에 책이 많이 있는데 무슨 다른 책이야. 어서 집에 있는 책이나 읽어. 그 책 다읽으면 사줄게." 하고 대답한다.
그렇게 해서 좋지 않은 책을 자꾸 보다 보면 좋은책을 가려내는 힘이 부족해진다. 어떤 감별사든 1등품만 보 아온 감별사는 쉽게 1등품과 2등품을 감별하게 된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책만 보아 온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좋은 책 속에는 아이들에게 내적인 힘을 주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 하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알게 하고, 어떤 일이든 자신을 갖게 되어 열등감을 없애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등 등의 어른으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은 어린이는 알게 모르게 이런 힘들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친 어린이는 이런 힘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니 사실은 이 점이 가장 안타 까운 일이 되는 것이다.

4. 그래서, 책을 살 때는

우리 어른들도 책을 볼 때 깨알같이 많은 글씨가 있는 책을 보면, '이 책을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기도 전에 주눅부터 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책이 있는 전집을 보면, '이 책을 언제 다 읽나?'하고 주눅부터 든다. 어느 날, 서점에 나가 책 몇권을 죽 훑어 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게 되면 우리는 그 책을 아주 재미 있게 보게 된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살 때는 어린이와 같이 서점에 나들이 가는 것이 좋다. 이때에는 어떤 책이 좋은책인지 선별하는 게 부 모들에게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게 되는데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나오는 <어린이 권장도서목록>을 구해보 라고 권장하고 싶다. 어린이도서연구회(☎3672-4447)에서는 해마다 <학년별 어린이 권장도서 목록>을 내고 있는데 어떤 책을 사야할지 모를 때 좋은 조언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목록에 나와 있는 책을 중심으로 아이와 함께 책 고르기를 권하고 싶다. 엄마와 함께 책을 고르는 그 순간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리고 그 책은 또 그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책이 될 것인가.(글 : 김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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