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빌어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하다


《로봇의 별》(이현 글/푸른숲주니어/2010년, 합본호 2011년)

 

로봇의 별로 들어가며

나로 5970841.
아라 5970842.
네다 5970843.
《로봇의 별 1-3》은 안드로이드 로봇 나로, 아라, 네다가 자유와 권리, 그리고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안드로이드 로봇? 로봇이 꿈을 찾아간다고?
참 낯설다. 모르는 말도 많고, 로봇 종류도 참 많다. 우리 동화에서는 드문 SF물이다.  
나로, 아로, 네다는 2103년에 여섯 살 난 아이의 지능과 감성으로 만들어졌다. 겉모습은 여덟 살 난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인간과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똑같은 모습이다. 다른 로봇들은 대량 생산되지만 나로, 아라, 네다는 달랐다. 똑같은 모델은 나로, 아라, 네다, 이렇게 단 세 대밖에 없다. 전자두뇌의 성능도 최고다. 학습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지식뿐 아니라 감성까지도.
나로, 아로, 네다를 만든 건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 로보타. 로보타의 피에르 회장은 이 로봇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아라는 팔지도 않고 직접 키우고 있다. 나로와 네다는 베타인 집으로 오게 됐다. 똑같은 베타인 집이지만 나로는 입양이 되었고, 네다는 임신한 아내의 선물로 가게 됐다. 셋은 똑같은 조건으로 똑같이 태어났지만, 기초 훈련을 마친 뒤에는 서로 다른 운명을 걷게 됐다. 마치 똑같은 일란성 세쌍둥이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게 되면서 다른 운명을 사는 것처럼.
베타인.
2100년대의 인간 등급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책임 지수에 따라 알파인, 베타인, 감마인, 델타인 네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졌다. 책임 지수 등급이란 자신을 위해 돈을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알파인과 베타인은 하늘 도시에서 살 자격이 있었다. 감마인과 델타인은 지저분한 땅 위에서만 살 수 있다. 알파인과 베타인은 우주 승강기에 탑승해서 라그랑주 우주 도시에 들어갈 권리가 있었다. 감마인은 우주 승강기 맨 아래의 화물칸에만 탈 수 있었고, 델타인은 아예 우주 승강기를 탈 수도 없었다. 마치 근대 이전의 신분제가 부활한 느낌이다.
이 책은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세운 ‘로봇공학의 3원칙’을 ‘로봇에 관한 지구 연방법 제1조 1항’으로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인공지능로봇과 컴퓨터에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로봇의 3원칙은 아래와 같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정도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초 자료는 되지 않을까? 그럼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 보자.
《로봇의 별》은 모두 세 권이다. 1권에서 3권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지긴 하지만 나로, 아로, 네다가 각 권의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따라서 로봇들이 자유를 위해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고 모든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읽자면 세 권을 모두 읽어야겠지만, 세 권 가운데 한 권을 골라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나로, 아라, 네다의 개별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권의 부제 또한 나로와 아라, 네다의 정식 이름으로 붙여졌다.
나로 5970841.
아라 5970842.
네다 5970843.

나로 5970841.

나로와 아라, 그리고 네다는 같이 태어났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헤어졌다. 그리고 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로 엄마가 나로를 입양한 건 언젠가 혼자 남겨질 거란 두려움 때문이었다. 남편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안 좋았다. 나로 엄마는 혼자 남겨질 거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나로는 로봇이니까, 절대로 자신보다 먼저 떠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나로는 베타인 부모덕에 하늘도시에서 편하게 살아왔지만 결코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건 부라키오사우루스형 공룡로봇 루피와 로봇 수리점을 하는 백곰 할아버지, 그리고 팔려갈 위기에 처한 육아전문 안드로이드 로봇 현주 씨 덕분이었다. 루피는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없앨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고, 백곰 할아버지는 나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 주었고, 현주 씨는 로봇의 처지가 어떠한가에 대한 현실을 깨우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로 엄마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서 나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 스스로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살아가는 걸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로가 자유를 찾아 라그랑주 우주도시까지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들의 계획은 탄로가 난다. 현주 씨는 자살을 하고, 나로 엄마는 붙잡혀 가고, 여덟 살 모습을 한 나로와 루피만이 탈출해 우주도시를 찾아 나선다.
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라그랑주 우주도시는 로봇 입장에서는 해방의 별이지만, 사람들 입장에서는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 위험한 곳이다. 로봇은 당연히 우주도시로 갈 수가 없다. 우주도시로 가는 과정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나로는 결국은 해낸다.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아이핀이 심어있는 손 하나를 잘라낼 정도의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봇들을 이끄는 중심에 있는 슈퍼컴퓨터 노란잠수함과 만난다. 하지만 노란잠수함과의 만남은 나로에게 또 하나의 의문을 던져준다. 인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로봇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조정되는 로봇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로봇의 별로 떠난 나로에겐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생긴 셈이다.

아라 5970842.

2권, 아라의 이야기는 나로의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 1권에서 나로는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로봇의 별을 찾아온다. 하지만 아라는 우연히 이메일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 제거 바이러스가 오고, 때마침 아라가 살고 있던 A그룹 본사 건물의 보안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다. 결국 아라는 아무 생각도 없이 우연히 탈출을 해서 로봇의 별에 온다.
이처럼 로봇의 별에 오는 과정이 단순해서였을까? 이야기는 나로의 이야기처럼 탈출 과정에 맞춰지지 않고 아라가 로봇의 별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봇의 별에 도착해서도 아라는 바로 노란잠수함의 전령이 된다. 노란잠수함은 아라에게 특별 임무를 부여한다. 그리고 노란잠수함은 아라의 몸을 빌어 로봇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라는 항해자들에서 활동하는 나로도 만난다. 항해자들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단숨에 다른 우주로 날아가는 우주선인 워프우주선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모임을 이끄는 체는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계를 꿈꾼다. 노란잠수함이 로봇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날을 꿈꾸며 인간들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떻게 아라에게는 이런 일이 손쉽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라의 이야기는 이 비밀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노란잠수함과 체의 사상적 대립, 그리고 묘하게 닮아 있는 최고의 컴퓨터 노란잠수함과 최고의 로봇 회사 대표 피에르 회장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라는 자신이 로봇이 별에 오게 된 것이 피에르 회장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것, 로봇의 별에 와서 자기가 열심히 활동해 온 것이 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노란잠수함의 의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결과 아라는 스파이로 몰려 목숨을 위협받게 됐다.
아라는 그때서야 결단을 내린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서 행동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하는 아이핀을 나로와 바꾸고 로봇의 별에 남아 노란잠수함을 포맷한다.
로봇 3원칙 제거 바이러스를 만들어 로봇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했었지만 나중엔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했던 노란잠수함은 자신이 이용하려던 아라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이 과정에서 아라는 오른 손도 잘리고 몸은 엉망진창이 됐지만 스스로 꿈을 꾸며 새로운 로봇의 별을 꿈꾼다.
자유를 꿈꾸던 로봇의 지도자 노란잠수함은 왜 이렇게 탐욕스런 인간처럼 변한 걸까? 벌어지는 사건도, 작가의 메시지도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만 간다.

네다 5970843.

네다는 아주 특별하다. 로봇 3원칙을 제거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유롭다.
네다는 폐허가 되어 버린 마을에서 어른들 대신 아이들을 돌본다. 도담 엄마의 임신 선물이었던 네다는 잠깐 하늘도시에서 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이 망하면서 책임지수 등급이 낮아진 도담 엄마 아빠와 함께 아래 도시로 내려왔다. 도담 아빠는 도담이 태어나기도 전에 돈을 벌러 떠났고, 도담 엄마도 도담이 태어난 뒤 네다에게 도담을 맡기고 떠났다. 네다는 비록 아직 어린 로봇이었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도담을 키웠다. 그러다 네다는 마을을 떠나는 어른들을 대신해 마을의 모든 아이들을 다 책임지게 됐다.
아라는 그런 네다에게 묻는다. 도담이야 주인 명령 때문이라지만 다른 아이들은 왜 돌보냐고. 네다는 말한다. 그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그리고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라고. 아래 도시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이 여겨졌던 네다는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라는 걸 느낀 것이다.
네다는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로봇 3원칙 제거 프로그램을 깔지 않았어도 자유로울 수 있었던 까닭이다.
네다는 디엔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도담을 업고 치료제와 의사가 있다는 곳으로 무작정 길을 간다. 그리고 그곳에 아라와 백곰 할아버지, 나로 엄마와 횃불들이 있었다. 하지만 치료제는 없었다.
네다의 이야기는 사라져버린 의약품을 통해 펼쳐진다. 네다가 도착했을 때는 의약품이 다 떨어진 상태였지만, 곧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메디카 제약이 사이버 테러로 작동이 정지되었고, 이틈에 테러범들이 의약품을 깡그리 탈취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테러범으로 지목된 사람 가운데 백곰 할아버지와 나로 엄마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로봇3원칙 제거 바이러스를 만들고 유포한 죄까지 덮어씌워 있었다.
의약품이 사라지자 하늘도시 사람들까지도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게 됐고, 사람들은 그동안 로봇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폐기했던 로봇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의약품이 사라진 것과 로봇 회사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을 듯싶은 대목이다.
이제 앞서 풀어놨던 이야기의 실타래들이 하나로 정리된다. 의약품을 찾으러 떠나는 네다와 아라 일행 앞에 로봇의 별에서 항해자들과 워프 우주선을 함께 만들던 슈퍼 컴퓨터 스페이스 808의 홀로그램인 사슴이 나타나 안내를 한다. 따라 간 그곳은 횃불들이 활동하던 횃불의 섬. 그곳에서 네다와 아라는 나로를 만난다. 메티카 제약에서 사라졌다던 의약품들은 그곳에 가득 쌓여 있었고, 피에르 회장이 있었다. 의약품이 그곳에 쌓여있게 된 까닭, 2편에서 아라가 노란잠수함에게 포맷키를 꽂았을 때 노란잠수함이 다운로드를 시작했던 까닭, 피에르 회장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까닭 등 모든 것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네다는 새로운 로봇의 별을 찾아 길을 떠난다. 라그랑주 우주도시의 로봇의 별은 이미 끝장났지만 우리가 로봇의 별을 꿈꾸고 있다면 로봇의 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로봇의 별에서 나오며

세 권을 다 읽고 나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낯선 정보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사건도 끊임없이 펼쳐진다. 한숨을 돌릴만한 틈이 없다. 이야기도 복잡해서 한 번만 읽어서는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로, 아라, 네다의 삶을 통해 던져주는 문제의식도 만만치 않지만 피에르 회장과 노란잠수함, 노란잠수함과 체의 대결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 사회와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도 크다. 각 권마다 나로와 아라, 네다의 삶의 이력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탐욕의 정점에 있는 피에르 회장과 노란잠수함의 대결이나 로봇의 별로 상징되는 이상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조금만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미처 충격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새로운 충격이 계속 이어져 처음 받았던 충격은 어떤 것이었는지 놓치고 말 것만 같다. 뭔가 깊이 생각해 보기 전에 새로운 것들이 자꾸 들어오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기 십상이다.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긴 했지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힘을 조금만 덜어낸다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좀 더 여유 있게 곱씹을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작가를 더욱 주목해서 보게 된다. 지금껏 남들이 하지 않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과정이고, 어쩌면 결국 우리 아동문학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얼마 전 나온 《마음대로봇 1, 2》(한겨레아이들)도 그 연장에 있다. 앞으로 나올 작품 역시도 그럴 거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가슴 설레며 기다린다. 진화하고 있는 로봇들처럼 그의 작품 또한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에서 분기별로 펴내는 《어린이문학》 2011년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0년 출간 당시 3권으로 나왔던 책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지금은 3권을 한 권으로 묶은 합본호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