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허정윤  글 / 고정순 그림/ 킨더랜드/ 2019)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간단한 이야기 속에 수많은 생각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잠언을 읽고 난 느낌?

이 책의 화자는 사자 레오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레오는 아주 나이 많고 지혜로운 사자 같아요.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레오의 이야기가 그래요.
오랫동안 삶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지혜가 담겨 있는 같거든요.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인트로에 있는 글을 한 번 볼까요?

나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원했던 삶은 아니었지요.
달아날 수조차 없는 이곳에서 언제나 탈출을 꿈꾸었죠.
오늘도 탈출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바칩니다.

동물원에 갇혀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언제나 탈출을 꿈꿨던 레오의 마음이 느껴져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분명 탈출을 꿈꾸던 레오의 이야기라는 게 확실한데 자꾸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로도 느껴져요.
이거 뭘까요?
좀더 안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본문은 사자가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한 마디씩 담겨 있어요.
그 가운데도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이 있어요.
한 장면에 한 동물이 등장하는데, 그 동물의 모습과 너무 딱 들어맞는 탓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요.
너무 감정이입이 잘 되어서일까요?
자꾸 나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건?
그 가운데 몇 가지 제 마음을 덜컹하게 만든 것도 있어요.

현실을 인정하세요.
이빨을 보이지 않게 잘 숨기세요.
너무 쉽게 길들지 마세요.
새끼는 갖지 마세요.
아주 작은 기대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미어켓이 나오는 장면.
주말이면 온순하게 사람들을 구경하세요.

사람들은 동물원에 구경을 가듯이 동물도 사람을 구경한다는 건 사람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처지라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사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물원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적어도 우리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동물원 동물의 삶을 통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