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군마, 두만강을 건너 희망을 찾아가다


《조선의 마지막 군마

(김일광 글/내인생의책/2011년)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처음 이 말을 들었던 건 초등학교 시절이다.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제주도 말고 다른 곳에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풍랑이 심한 제주도에서 말을 육지로 가져오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말’ 하면 제주도가 떠오를 뿐이었다.

조선이 건국한 다음 해인 1393년 2월, 조선은 명이 요구한 말 9800여필을 요동까지 운반해서 납입했다고 한다. 9800여필이라니! 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말은 과연 어디에서 키운 걸까? 분명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의 마지막 군마》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준다.

이 책은 한반도 동쪽 끝, 호미곶이라 불리는 영일만 지역에 있던 국영 목장인 장기목장이 1905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기목장은 조선시대에 있던 58곳의 국영목장 가운데 하나이고, 이곳에서만 1000여 필의 말이 있었다고 한다.

1000여 필의 말이라면 꽤 규모가 있는, 중요한 목장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지금껏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지역의 이야기들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역시도 작가 김일광이 영일만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그곳에서 살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점에서, 김일광처럼 삶의 기반인 지역을 무대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우선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이렇게 지역에 기반을 둔 작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하다.

이 책의 배경은 1905년 폐목령이 내릴 때부터 1919년 만세운동까지다. 폐목령은 장기목장의 숨을 끊는 과정이지만, 만세운동은 다시 생명을 찾기 위해 일어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장기목장의 마지막 장기마인 태양이가 있다.

태양이는 폐목령이 내려 마필 조사가 나왔지만, 어미마가 분만을 못하고 있는 바람에 마필 수에서 빠져 징발을 피할 수 있었다. 폐목령의 와중에 태어났다는 점은 분명 불행이지만, 징발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희망이기도 한 그런 존재다.

이 책이 폐목령이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시작하기에, 태양이는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다. 하지만 결국엔 만세운동과 함께 두만강을 넘어 김좌진 부대와 합류하기 위해 북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건 결국 태양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희망 덕분일 것이다.

작가는 태양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좌절과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일본 제국주의의 모습 또한 한 인물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군인 다이스케와 상인 도가와다. 이 둘은 다른 인물로 그려지지만 결국엔 이 둘이 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 과정을 밝혀내는 과정은 마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흥미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불쑥 불쑥 태양이 시점의 서술이 튀어나온다. ‘태양이는 처음 보는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멀리 불빛이 보였다. 그러나 뒤쫓는 말발굽 소리도 뒷덜미를 잡아챌 만큼 가까워지고 있었다’ 는 식으로 태양이의 서술이 섞이다 보니 이야기가 곳곳에서 산만해지곤 한다.

또 중간 중간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도 눈에 띈다.

폐목령을 알리러 왔던 군두는 말을 타고 왔다가(14쪽) 떠날 때는 걸어서 떠나기도(18쪽) 하고,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쓰러진 말을 마을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수레에 실어주고, 아직 어린 주인공 재복이는 그 수레를 끌고 집으로 온다(52쪽). 고금산 감시소 앞에 철조망은 두껍게 둘러막아 놓았는데(56쪽) 재복이가 울포 노인을 데리러 갔다 온 동안 조금 전까지 없었던 철조망 한 줄이 가로놓여 있다(58쪽). 등대 공사에 동원된 울포 노인은 채찍으로 수도 없이 맞았기 때문에 그 소리만 들어도 겁이 난다. 하지만 그런 감독과 하는 대화는 마치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77쪽).

긴 세월을 이야기에 담아내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일지 모른다. 하지만 글의 기본에 관한 부분이기에 안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갈 뻔한 중요한 진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11년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