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자들의 삶과 눈물


《검은 바다》

(문영숙 글/김세현 그림/문학동네/2010년)

 


1942년 2월 3일 아침, 악명 높은 바다 밑 탄광인 조세이 탄광이 무너져 내렸다. 시체조차 찾지 못하고 바다 밑에 묻힌 사람은 180여 명. 이 가운데 한국인은 133명. 대부분은 강제 징용된 사람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징용해 갔고, 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강제 징용자들의 문제는 늘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우리가 강제 징용자들의 삶과 눈물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검은 바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주인공 강재의 삶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강제로 징용되어 갔고,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일본 패전 후 고국에는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강제 징용자들에 대해 갖고 있던 관념은 사라지고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강재는 학교에서 일본인 선생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바보가 되어 버린 형을 대신 해서 일본으로 간다. 형과는 달리 늘 머슴 신세인 듯 느껴지는 집이 싫기도 했지만, 일본에만 갔다 오면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강재는 ‘자신이 처음으로 형보다 중요한 존재처럼 느껴’지고 ‘면서기가 된다는 것에 마음에 끌’려 일본행을 결심한다. 잘못된 결정이긴 하지만 강재의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강재가 일하게 된 탄광은 바다 밑에 있는 조세이 탄광이었다. 늘 바닷물이 새어 들어오고, 천장은 낮아서 누워서 곡괭이로 석탄을 캘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강재는 이름 대신 2526번이란 번호로 불렸다. 사람이 아닌 도구가 된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곳이었기에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고, 탈출을 하다 잡히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기둥에 묶인 채 채찍으로 사정없이 맞곤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재는 탄광 일에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을 것만 같다. 아니, 실재로 강재는 고국에 돌아오기까지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다.

첫 번째는 콜레라에 걸려 격리소에 있을 때였다. 격리소에서는 강재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에 돌돌 말아 화장터로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화장터로 가는 차가 제때 오지 않았고, 강재는 그 사이에 다시 숨을 쉬는 게 발견되었다.

두 번째는 탄광이 무너져 내렸을 때였다. 처음 탈출을 했을 때 강재는 주간부였다. 하지만 탈출에 실패하고 돌아온 뒤에는 야간부였다. 사고가 난 건 강재가 주간부와 교대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세 번째는 제철소에 있을 때였다. 방공호에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지를 빨리 찾아 입지 못한 덕분이었다. 강재가 갔어야 할 바로 그 방공호에 폭탄이 떨어졌고, 방공호에 대피했던 사람들은 다 죽었다.

이쯤 되면 강재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시 강제 징용자들의 삶이 바로 이런 모습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강제징용자들의 삶이 정말 이랬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실재 인물인 김경봉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 할아버지는 강재가 겪은 세 번의 죽음의 위기를 겪었고, 강재가 그랬듯이 그곳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실패도 했다. 강재처럼 형 대신이 아니라,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는 점만 빼면, 일본에서 겪은 대부분의 사건은 김경봉 할아버지의 경험 그대로다. 그러니 결국 강재의 삶은 당시 강제 징용자들의 모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도 이처럼 당시 사람들의 치열했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11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