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영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누군가 이책을 읽고난 소감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희망이라.. 언제적에 쓰고 더이상 쓰지 않는 단어이던가...
이 책을 뽑아든건 단지 그 이유 하나입니다.
다시 희망을 뽑아들고 싶어서...


왜 이 동네 이름이 '괭이부리'가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로 바쁜 괭이부리말 사람들은 관심도 없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딱 고만큼의 하루하루만 있을 뿐일줄 알았던 괭이부리말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됩니다.
더이상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었던 이들에게 재개발은 판자촌마저 잃게 하고, 가족의 끈을 꽉쥐고 있던 사람들을 서서히 지치게끔 하였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괭이부리말을 덮는 희뿌연 안개... 가스 냄새 같기도, 구린내 같기도 한 냄새가 목이 아파 올 정도로 진동합니다.
냄새가 싫다고 숨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골목골목 온동네를 덮고 있는 안개를 피할 수도 없습니다.
마치 그들이 괭이부리말을 벗어나고 싶어도.. 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처럼... 그저 가래를 뱉어 대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적지않은 인물들의 너무도 다양한 모습..
쌍둥이 숙자와 숙희네 가족, 형제인 동수와 동준이 가족, 동수 친구 명환이, 유도아저씨 영호, 그리고 이명희 선생님..
그러나 매한가지인 모습...

이책을 함께 읽었던 친구가 갑자기 그러더군요.
넌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누구냐고.. 전 서슴없이 동수라고 했고, 그 친군 이명희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그 친군, 이명희 선생님이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와 닿았다고 했습니다...
전 이명희 선생님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냉정하고 이기적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죠..

괭이부리말을 창피하게 생각하며 하루빨리 여기를 벗어날려고 공부하고, 그래서 마음먹은데로 이사를 가고, 그리고 행복해 하는 모습..
다시는 뒤돌아보지도, 여기에 살았다는 과거는 잊기로 맘먹었는데, 발령을 이 학교로 받고, 영호를 만나고, 동수를 만나면서.. 생각을 전환하는 이명희 선생님..
친구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가장 현실적인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이명희 선생님이 괭이부리말로 이사를 오게 되는 장면이 약간 억측스럽긴 했지만...

반면 엄마 아빠가 가족을 버리고 나가버린 배신감으로 술, 담배, 오토바이, 번지점프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
구치소에서 본드로 인생이 망가져 가는 사람들을 직접보고 느끼며, 스스로 깨닫게 되는 동수..

잘 살펴보면, 모습은 전혀 다르게 그려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희 선생님은 공부를 통해서 괭이부리말을 벗어나려했고,
동수는 본드를 통해서 현실을 벗어나려했고..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동안 갈구한 해결책이 괭이부리말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한번에 짠! 하고 바뀌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어울려 조금씩 그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게 상처없이 '다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이명희 선생님처럼 다소 이기적이게 세상을 살아간대도, 동수처럼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을 본드로 달래며 살아간대도,
그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 상황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그게 그들의 최선의 선택이였다면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다만, 이 책을 통해서 감동적이였던 건..
아직도 그들의 이성은 깨어있었고, 적어도 스스로 깨달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희망'이라는 단어의 참의미를 그들은 알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잔잔하게 전해오는 이.느.낌.이.. 아마도 '희망'이란 놈인가 봅니다...


이채영
1975년 생입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홈페이지를 관리해주고 있는 서원(주)에서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며,
어린이책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어린이책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인지 지금은 조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고모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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