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용사, 벡터맨 -  TV 애니메이션 소설

편집부 글/계림출판사/98.12.10./168쪽/5,000원

1.
90년대 초판부터인가 새로운 출판 경향이 생겨났다. 영화의 몇 장면을 배치하고, 영화 내용을 책으로 재구성하여 출판하는 경향이었다. 이런 책들 중 몇몇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떤 책(제목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자 이런 출판물들이 유행처럼 쏟아졌다.  

그러더니 영화상영에 맞춰 책을 발간하는 경향으로까지 나아갔다.
어린이 책 출판도 예외는 아니어서 디즈니 영화가 책으로 재구성되어 나오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가장 인기를 몰았던 책은 <라이온 킹>으로 기억된다. 그러자 그 여세는 TV에서 방영된 만화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한다.

2.
1999년 1월달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목록(교보문고에서 집계한 것을 바탕으로 함)을 보면, <지구용사 벡터맨>이 2위를 하였다. <지구용사 벡터맨>은 1998년 12월 10일 초판 발행된 책이니 순식간에 인기가 급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2월달 에는 4위를, 3월 19일 현재 순위를 보면 <지구용사 벡테맨>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KBS에서 방영한 '지구 용사 벡터맨'은 우리 나라에서 제작한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을 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몰았던 만화(벡터맨은 사람이 직접 연기를 한 것이 대부분이라 이것도 만화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이다. 그래서 벡터맨 로봇도 상당히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이미 종영된 작품이지만 책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대충 짐작이 갔겠지만 이 책은 만화로서 그 인기가 오르자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지구 용사 벡터맨>은 계림출판사에서 'TV애니메이션 소설'이라는 시리즈 이름으로서는 34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이 시리즈 이름으로 나온 책으로는 <아기 공룡 둘리>도 있다. 이 책은 98년 12월에는 2위를, 99년 1월에는 6위를 2월에는 8위를 한 책이다. 또 < 지구 용사 선가드> (1998년 3월 발행)와 <황금로봇 골드런>(1998년 9월 발행)도 있다. 둘 다 만화로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지구용사 선가드>나 <황금로봇 골드런>은 만화는 인기 있었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다.

3.
일단 이러한 출판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럼 이 책은 어떤 책인지 한번 보자. 여기서는 <지구용사 벡터맨>을 중심으로 보겠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던 것들이 책으로 다시 나와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것은 2가지 이유일거다. 하나는, TV에서 봤던 것이니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고, 또 하나는 TV에서 나왔던 것이니 우리 아이가 한번 읽어도 좋겠지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TV에서 나왔던 장면을 가끔씩 집어넣고 방영되었던 내용을 구성하여 쓰여져 있다. TV에서 방영되었던 것에 대한 평가는 여기에서의 몫은 아니니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다 (늘 수입품 일색인 어린이 만화에 KBS가 노력을 다 했다는 것에 깊은 수긍이 간다). 전 우주의 정복을 꿈꾸는 사탄 제국은 지구를 노린다. 그 총책임자는 메두사다. 메두사의 일인자 부하는 코브라다. 이들이 바로 악의 무리들인 것이다.
비너스 별에서는 3천년 전에 사탄 제국에 맞서 50년 동안 싸웠지만 패하고 우주 평화를 위해 멸망 직전에 벡터맨 전사의 DNA와 그 재생장치를 지구에 보낸다. 그 마지막 왕의 딸, 레디아 공주와 로봇 포우, 벡터맨 전사,타이거, 이글, 베어는 이들 악의 무리에 맞선다. 타이거, 이글, 베어는 진호, 대웅, 비환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사람이지만 사실은 벡터맨 전사의 DNA를 가지고 있다. 지구가 위험에 처하자 이들은 벡터맨 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립이다. 벡터맨 무리들은 선의 무리요, 메두사 무리들은 악의 무리다. 언제나 악의 무리들이 뭔가 우세한 징조를 보이지만 언제나 선이 승리한다.
선이 승리하기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이야기의 결과는 늘 아이들을 흡족시킨다. 그것도 악의 무리들에게 패하고 말 것 갔다가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니 아이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학성이다.
등장인물과 사건에 의한 흥미감과 함께 새로운 태도나 통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스토리의 움직임(구성)은 견고한가?
언어의 표현력은 상상에 도움이 되는가?
등등.
유감스럽게 그렇지는 못하다.
등장인물과 사건에 의해 흥미감은 주지만 새로운 태도나 통찰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오로지 메두사 일행을 이겨야 한다는 것밖에 없다.
스토리의 움직임은 판에 박혔다.
언어는 무협지를 보듯 흥미감을 주지만 그것 이상은 없다.

4.
앞서 <지구 용사 선가드>나 <황금로봇 골드런>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책을 읽어보면 그 까닭을 금방 알 수 있다. <지구 용사 선가드>나  <황금로봇 골드런>은 읽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을 잘 알 수가 없다. 여러 회로 방영한 만화를 몇 편의 이야기로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리라. 그에 비해 <지구 용사 벡터맨>은 읽어나감으로써 흥미진진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문장도 나름대로 간결하다. '나름대로'라고 토를 단 것은 어린이 단어가 아닌 단어를 너무 자주 쓰고 있고, 문체가 주는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집계는 대형 서점 집계이고, 동네 서점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동네 서점에 놓여 있는 책들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에 있는 책들은 몇 출판사의 책들이 주종을 이루고, 다른 출판사의 책은 몇 권 정도만 놓여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당연히 적어질 수밖에 없다.
<지구용사 벡터맨>의 이런 우세한 점에도 이 책을 '적극 권장'할 수는 없겠다. 이 문제는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과연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가치가 있겠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니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책들 가운데 판매 순위 10위권에 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판매량이 있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책에 흥미가 없으니까 이 책이라도 사다주면 아이가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일거다. 아니면, 아이가 이 책을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사주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후자라도 그나마 이것도 책이니 뭐 읽어도 그만이겠지 하는 마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좀 실망스럽겠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계속 좋아할 수는 있어도. 물론 책들 가운데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보면 책에 흥미를 붙여주겠다 하는 책들은 있다. 이런 책이 되려면 '문학성'이라는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5.
이제 이 글을 끝내려 한다.
그런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 글은 TV에 방영되었던 영상물에 대한 글이 아니라는 점. <지구 용사 선가드>나  <황금로봇 골드런>에 비해 훨씬 잘 썼다는 점.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어쩌다 한 번 읽을 수는 있지만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 이렇게 우려를 길게 쓰는 것은 수입품 일색인 우리나라 어린이 만화 프로에 나름대로 포부를 갖고 제작을 하는 것은 우리가 적극 지지해줘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글 : 김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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