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특별하게 우리에게 다가 온 책
                                              -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고정욱 글/송진헌 그림/99. 5.15./163쪽/5,500원

  1.
  
베스트셀러 분석을 쓰기 위해서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는 순간 정말 반가웠다. 오랜만에 순수 창작물, 그것도 우리 창작 동화인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어린이 책 시장에서 동화책은 베스트셀러에 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어린이 책=동화책"으로 생각할 만큼 어린이 책을 대표하는 게 동화책인데, 우리가 처한 현실 탓인지 대형서점들이 발표하는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동화책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설사 베스트셀러에 동화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좀 곤란한 책들일 경우가 많았다.
  그럼 어린이 책이 동화책이 아니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번만 유심히 살펴본다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무슨 사오정 시리즈', '무슨 무슨 역사', '무슨 무슨 과학', '무슨 무슨 수학', 혹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따오거나 어린이용 만화 영화 따위를 이야기로 엮어놓은 책들이 거의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책들이 다 나쁜 책이라는 게 아니다. 어린이들에겐 이런 책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책들에 매달려 가장 중요한 동화책은 멀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말 반가웠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요 근래에 본 책들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동화책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2.
  처음 신문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얼핏 봤을 땐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형'이라는 걸 몰랐다. 표지 사진이 함께 실려있긴 했지만 표지의 형 얼굴이 얼핏 보기엔 그냥 너무 활짝 웃어서 조금 찌그러진 그런 얼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형 우리 형' 종식이는 어느 날 갑자기 동생 앞에 나타난다. 동생 종민이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은 외아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형이 나타나고 그 형이 혼자서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3학년 종민이에겐 받아들이긴 현실이다. 그 동안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친형이 있다는 걸 숨기고 여행을 간다며 형을 만나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배신감도 컸고, 갑자기 나타난 뇌성마비 장애인 형의 모습도 당황스럽다. 게다가 주위에서 뇌성마비에 걸린 형 때문에 자신도 놀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컸던 건 그 동안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집의 분위기가 형이 오면서 형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속에서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종식이의 이런 기분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아마 나라도 이런 기분이 들 수밖에 없을 거야'라며 종식이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게 만든다. 그건 이 책을 읽는 거의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장애인이 아닌 보통의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어른들도 마찬가지다)은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편견 내지 동정심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종민이처럼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종민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보통의 사람인지라 누구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빠져들게 된다. 장애인을 소재로 쓴 다른 책들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건 분명 이 책의 장점이다.
    

  3.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종식이는 자신의 장애를 이기고 자기의 세계를 굳굳하게 지켜나간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진 못했지만, 친척뻘 되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훌륭하게 성장한다. 수녀님셨던 할머니께서는 종식이에게 '종식이의 장애는 종식이가 지어야 할 십자가'라며 늘 기도하며 성가를 불러주셨다. 그리고 종식이에게 컴퓨터를 사주어서 종식이의 공부를 도와주신다.
  이 컴퓨터는 종식에게 큰 의미가 있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종식이는 컴퓨터를 통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글을 쓰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즉 컴퓨터는 자칫 사람들과 단절될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종식이를 세상과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된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동생 종민이의 친구들에게 형 종식은 장애인 이전에 컴퓨터 도사로 보인다. 동네 아줌마들에게도 컴퓨터를 쉽게 잘 가르쳐주는 종식이는 아이들의 컴퓨터 선생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동생 종민이에게는 더 갈등을 유발시키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종식의 모습은 분명 '신체의 장애가 능력의 장애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4.
  동생 종민이는 가출을 한다. 장애인 형이 나타난 뒤로 계속 삐딱하게 나가게 되더니 아버지의 야단을 맞고 가출을 결심한 것이다.
  가출은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건이다. 형 종식과 종민이가 화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종민이는 가출을 했다가 불량배의 꼬임에 빠져 약을 탄 음료수를 받아 먹고 돈만 빼앗기고 마침 나타난 경찰 덕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형 종식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 편지를 받고 종민이는 '형이 일부러 언해서 장애인이 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운명으로 장애인이 된 것인데 그 동안 너무 못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제 종민이는 형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또 엄마, 아빠의 심정도 이해하게 된다. 전에는 장애인 형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고 놀릴까 조바심을 했지만, 형의 바퀴의자를 밀고 바깥으로 외출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바깥 외출을 하지 못하는 형에게는 길거리에 쓰레기통 하나까지도 신기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한편 함께 외출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종민이로 하여금 '장애인을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봐 주지 않는 이 세상이  정말 잘못된 세상'이라는 생각을 가슴에 품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종식이의 모습에 익숙해진다.
장애인이라고 집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이웃과 맞서야만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혼자서 당당하게 이웃과 맞서기는 어렵다. 결국 종민와 같은 바로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5.
  처음부터 가슴에 와 닿는 책이긴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첫째, 형 종식이는 제목에서처럼 정말 '특별한 형'이라는 점이다. 컴퓨터도 무지무지 잘 하고, 글도 너무너무 잘 쓴다. 장애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이 장애를 자신만의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사는 너무나 의젓한 아이이기도 하다. 동생 종민이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원망을 늘어놓을 때조차도 종민이의 입장에서 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거의 완벽한 모습을 지닌 형이다.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쉽게 쓰도록 자유키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상업화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빼놓고는 이 보다 더 완벽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 종민이에게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데 형인 종식에게서는 그 냄새를 맡기 어려운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이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 목적은 충분히 이룬셈이다. 하지만 종식이의 부족한 면, 그리고 갈등을 본다면 더 인간적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종식이의 약한 모습도 보인다. 통신으로 알게 된 여자친구 영란이와의 만남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 문제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마 영란이가 종식에게 보낸 편지글 때문인 것 같다. 영란이는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밝힌 종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식이 네가 장애가 있다고 자꾸 말하는데 난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 안 해. 어떤 장애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장애가 있잖아. 안경 쓴 사람도 장애인이래. 눈이 나쁘니까. 그런데 왜 자꾸 장애를 말하는 거야?
나도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등뼈가 기형이래. 등뼈가 기형인 사람은 많대. 그래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허리가 하파. 그래도 나는 이렇게 활기차게 살고 있어.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아."(98-99쪽)

   너무 의젓한 말이다. 그러나 영란이의 거짓이 느껴진다. 장애인을 뭔가 살아가는 데 뭔가 불편한 신체 조건을 갖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안경 낀 사람들까지 모두 장애인인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을 장애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보통 누군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말 할 때는 눈으로 확 들어나는 장애, 그야말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애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힘들게 고백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중에 종식이를 만나서 종식이가 장애인이라고 한 말을 단지 '농담인 줄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종민이가 한번의 가출 실패로 갑자기 형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약간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후반으로 갈수록 종민이는 한발 물러서고 종식이가 좀더 부각된다.
  갑작스런 장애인 형의 등장으로 고민하던 종민이가 갈등을 극복하고 형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품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같은데 처음에 종민이 심정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종민이 보다는 종식이의 특별한(!) 모습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6.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이 책은 소중한 책이다. 장애인이란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 준다. 장애인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이를 이겨 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이야기 속에 따뜻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고정욱은 자신이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다. 아마 그래서 장애인들의 심정을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정욱은 자전적 이야기인 <절름발이 소년과 악동 삼총사>,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선청성 기형인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네 손가락의 즉흥 환상곡>을 썼다. <네 손가락의 즉흥 환상곡>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절름발이 소년과 악동 삼총사>는 책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이 절름발이였다는 사실을 거의 생각하지 못할만큼 보통의 아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장애인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진실되게 보여주는 건 정말이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그런 면에서 정말 기쁜 일이다. 앞으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처럼 좋은 동화가 계속 오르면 좋겠다는 바램뿐이다.

베스트셀러 진입 현황표(1999년 10월 2일 기준)
 

교보문고

1999년  8월 1일  -  1999년  8월 31일

1위

1999년  7월 1일  -  1999년  7월 31일

2위

1999년  6월 1일  -  1999년  6월 30일

3위

1999년  5월  1일  -  1999년 5월 31일

3위

종로서적

1999년  9월 1일  -  1999년  9월 30일

2위

1999년  8월 1일  -  1999년  8월 31일

3위

1999년  7월 1일  -  1999년  7월 31일

1위

1999년  6월 1일  -  1999년  6월 30일

3위

1999년  5월 1일  -  1999년  5월 31일

2위

영풍문고

1999년  7월 1일  -  1999년  7월 31일

1위

1999년  6월 1일  -  1999년  6월 30일

3위


 
(글 :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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